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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CGV, '2라운드서 절대 지존 꿈꾼다'

05.06/23
최준철
한국 멀티플렉스의 원조

IMF가 한창이던 1998년 4월, 강변역에 우뚝 솟은 테크노마트 건물에 독특한 컨셉의 극장이 선을 보였다. 씨-지-브이로 각각 알파벳 발음을 해줘야 해서 이름 외우기도 쉽지 않았던 이 극장이 이제는 극장의 대명사로 불리며 기존 시장 구도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사실 독특한 컨셉일 것도 없었던 것이 미국에서 이미 대세로 자리잡은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를 국내에서 처음 구현했을 뿐이었다. 초기 CGV의 주요 고객이자 입소문 전파자 대부분이 미국에서 멀티플렉스를 경험해 본 사람들이었을 정도였다. 컨셉은 알만한 사람은 이미 알고 있었단 얘기다.




하지만 고객들은 폭발적 반응으로 화답했다. 고객들은 CGV의 새로운 컨셉에 끌렸다기 보다는 CGV를 접함으로써 그 동안에는 당연하다고 여겼던 기존 극장들에 대한 여러 불편함들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CGV에서는 더 이상 앞 사람의 머리로 인해 화면이 안 보인다거나, 좁은 좌석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나면 뻐근하다거나, 영화 편수가 너무 적어 보고 싶은 영화를 걸어 놓는 상영관들을 찾아 다닌다거나 하는 불편함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차이가 없었다.

같은 가격으로 좋은 서비스를 경험했다면 나쁜 서비스를 다시 찾을 이유는 없다. 그 결과로 기존 극장들은 쇠락해 갔고 멀티플렉스 시장은 확대되어갔다. 원조인 CGV가 폭발적 성장을 구가했음은 물론이다. 2004년 CGV의 매출액은 2168억원, 순이익은 343억원에 달하고 전국에 퍼진 사이트 수는 28개, 스크린 수는 219개에 이른다. 시장점유율은 약 25% 정도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 극장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

CGV는 두 가지 면에서 기존 시장 개념을 바꿔 놓았다. 첫 번째는 극장 간의 차별성을 상영 영화가 아니라 브랜드와 운영 능력으로 옮겼다는 점이다. 즉 영화를 고르고 그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선호하는 극장을 먼저 고르고 일단 그 극장에 가서 영화를 고르는 식으로 고객 행태상의 변화를 일으켰다는 뜻이다. 두 번째는 극장 사업을 영세 자본 주도에서 거대 자본 주도로 재정의했다는 점이다. 예전만 해도 유명한 극장의 주인은 개인이었지만 이제 극장 시장의 1위, 2위, 3위를 각각 CJ(CGV), 롯데(롯데시네마), 오리온(메가박스) 등의 거대 자본이 차지하고 있다.

멀티플렉스의 원조인 CJ는 그렇다 치고 뒤늦게라도 극장 시장에 뛰어든 대기업들인 롯데와 오리온의 공통점은 뭘까? 속된 말로 돈 냄새를 무지 잘 맡는 대표적인 회사들이다. 공통적으로 안정적이면서도 현금 창출력이 뛰어난 제과 등 음식료 사업을 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롯데는 백화점, 놀이공원, 카드, 건설 등을, 오리온은 스포츠복표, 미디어, 편의점 등을 가지고 있다. 이런 귀신 같은 회사들이 극장 사업에 발을 담그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돈이 되는 시장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3사 시장점유율>


우선 극장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성장을 구가해왔으며 이들이 극장 사업에 뛰어들 당시의 성장률은 더 높았다. 여전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1인당 영화관람 횟수는 2.5회로 미국의 4.5회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스크린당 인구 수 역시 선진국들의 두 배 이상이다. 그러나 가치투자자 입장에서 미래를 섣불리 예측하기도 힘든 시장 성장이라는 배경보다 더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부분은 역시 탁월한 극장 사업의 DNA다. 극장 사업의 우수한 DNA야말로 본능적으로 돈 냄새 잘 맡는 회사들을 유혹한 핵심이라 할 수 있는데 그것들은 네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 네 가지 극장 사업의 우수한 DNA

첫째, 영화는 단돈 8000원으로 즐길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오락거리다. 예를 들어 오페라의 유령을 영화로 보면 8000원이면 충분한 반면 공연장에서 뮤지컬로 보면 최소한 4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영화 필름은 비용 없는 무한 복제성이라는 특징을 가지므로 영화 제작비는 올라가더라도 영화 관람료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수준에서 움직일 수 있다. 10년 후에도 영화는 타 오락거리 대비 만족도나 가격 면에서 우월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극장의 존재 이유는 분명하다.

둘째, 기존 극장의 DNA상 약점은 극장을 직접 소유하고 있어 고정 자산 비중이 높아 ROE가 낮을 뿐 아니라 스크린 수가 적어 제한된 영화를 틀 수 밖에 없어 성수기와 비수기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멀티플렉스는 사이트를 임차해 사용함으로써 고정 자산 비중을 낮춰 ROE를 높일 뿐 아니라 스크린을 여러 개 확보해 흥행작이다 싶으면 짧은 기간에 스크린을 집중적으로 배치함으로써 매출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는 공연장처럼 특수한 무대 장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영화 극장의 특성과 여러 스크린에서 동시 상영이 가능한 영화 필름의 무한복제성에서 기인한다.

셋째, 역 앞에서는 뭘 팔아도 팔린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는 장사가 절로 된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붐벼서 짜증나는 곳 중에 하나가 필시 극장인데 반대로 생각하면 여기선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극장은 영화라는 오락거리로 사람을 모아 놓고 두 가지 장사를 통해 부대수입을 올린다. 하나는 팝콘, 콜라, 오징어 등을 파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영화 시작 전에 광고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부분이 생각보다 짭짤하다. CGV의 1분기 기준 입장료 매출총이익률은 41%인 반면, 매점 매출의 매출총이익률은 71%에 이른다. 팝콘의 원가가 얼마일까를 생각해보면 이 차이가 당연히 여겨질 것이다. 따라서 매점 수입과 광고 수입은 매출 기여도가 20%에 불과하지만 매출총이익 기여도는 30%로 적지 않다.

<부문별 기여도>

매출기여도
매출총이익기여도
입장료 수입
76%
62%
매점 수입
15%
21%
광고 수입
5%
9%
기타
4%
8%

100%
100%

트래픽을 모을 수 있는 브랜드 있는 극장의 힘은 입주 건물과의 협상에서도 발휘된다. 가끔 신문의 상가 분양 광고를 보면 CGV입주 확정이라는 문구를 자주 발견하게 될 것이다. CGV가 건물에 있으니 사람이 많이 올 것이고 그러면 당신 상가의 장사도 잘 될 것이라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은 것이다. 모든 건물이 가치 상승을 위해 CGV 입주를 원하다 보니 CGV는 유리한 위치에서 임대료 협상을 할 수 있다. 이는 유리한 입지 선점과 함께 비용의 감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넷째, 상대적인 DNA 상의 우수성이라 볼 수 있는데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인구가 밀집되어 있다 보니 높은 객석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인구 밀도의 차이에 의해 같은 극장 사업이라 하더라도 투입 대비 효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은 땅이 넓은 탓에 극장 수가 많아도 객석 점유율이 10~15%에 불과하다. 반면 CGV는 45% 수준의 객석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극장을 계속 늘려나갈 계획에 있어 45% 수준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겠지만 과다한 사이트 확장 경쟁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35~40%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극장 사업의 우수한 DNA에도 불구하고 약점도 지적된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이 영화 제작사만큼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흥행작에 따라 매출의 부침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등이 개봉되었던 작년 1분기와 별다른 흥행작이 없었던 올 1분기의 실적 차이가 이를 입증해준다.

할인점은 식료품과 생필품 등 꾸준한 수요를 바탕으로 해서 매출이 일정한 반면 홈쇼핑은 히트 상품을 꾸준히 발굴하지 않으면 매출이 떨어지는데 극장은 할인점과 홈쇼핑의 중간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그리고 극장을 위해 건물을 사들이지는 않지만 보증금이 만만치 않은 규모인 점도 걸린다. 보증금은 감가상각을 발생시키지 않고 계약 종료 후에 회수가 가능하지만 운영자금으로 묶이므로 사이트를 접지 않는 이상 매몰비용 개념이다. CGV는 498억원의 보증금을 가지고 있는데 순자산 1606억원에 비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 이제는 2라운드 돌입

CGV가 신호탄을 쏘아 올린 멀티플렉스로 인해 우리나라 극장 시장은 모습도, 판도도 바뀌었다. 극장 시장은 대규모 자본이 주도하게 되었고 그 중 CGV가 독주 중이며 중소 극장까지 멀티플렉스로 새 단장을 하면서 형태 상의 차이는 없어졌다. 여기까지가 1라운드였다.

이제부터 펼쳐질 2라운드는 극장 시장이 지금까지 보여준 고성장 국면을 더 이상 보여주지 못하는 가운데 대규모 자본들이 한치의 양보도 없는 경쟁 체제로 돌입하며 누군가는 항복을 해야지만 시장에 평화가 찾아오는 과정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즉 CGV에도 고성장 보다는 시장을 수성함으로써 우수한 사업의 DNA가 점점 나타나 잉여현금흐름을 본격적으로 발생시켜줄 수 있는 시점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지금까지 시장을 주도했을 뿐 아니라 프리머스까지 인수하면서 규모까지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CGV가 롯데시네마나 메가박스에 비해 우위 상태에서 2라운드를 맞이하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입지와 노하우 그리고 브랜드에서는 롯데시네마를 압도하고 규모에서는 메가박스를 압도한다. 하지만 전쟁에는 돈이 드는 법이다. 특히 자금력을 등에 업은 롯데시네마의 기세가 무서운데 2006년까지 36개 사이트를 확보한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잡아놓은 상태다. 시장이 안정 상태로 가려면 전쟁이 휴전 되거나 누군가 한 쪽이 이겨야만 한다. 그때까지 양쪽이 흘릴 피는 감안을 해야 한다.




따라서 실적이 흥행 영화 개봉 시기에 좌우되는 특성과 전쟁에 소요되는 확장 및 수성 비용을 고려하면 최근 4분기 기준 PER이 20을 넘지만 그 수준이 높다는 것을 떠나서 자체가 별로 의미 있는 수치가 되지 못한다.

당장의 밸류에이션 수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쟁에서 얼마나 소요 없이 이길 수 있겠는가, 전쟁이 언제 끝날 것인가, 끝나고 나면 정상 이익과 잉여현금흐름 수준이 얼마가 될 것인가, 여전히 영화 수요는 존재하겠는가 하는 점이 되어야 한다. PER도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이 풀리고 나서야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사업의 DNA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것도 지금 멀티플렉스들이 2라운드의 출발점에 서 있는 시점에서는 양적 분석보다 질적 분석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되었음을 알아 주었으면 한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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