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친구 휴대폰을 소매치기 당하다

  중국의 신식사업부(우리나라의 ‘정보통신부’ 해당)의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월까지 중국의 신규 전화 가입자 수는 1,648만명이 증가, 전체 전화 사용자의 수가 6억 6,000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그 중 휴대폰 신규 가입자는 925만명이 증가하여 전체 휴대폰 가입자 수가 2월말 현재 3억 4,41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중국의 휴대전화 가입자는 유선전화 가입자 수 3억 2,000만명을 초과하게 되었다. 중국 정부는 올 한해 휴대폰 신규 가입자 수가 5,800만명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 중국의 통신 사용자 규모는 세계 제일이다. 전세계 휴대폰 4대 중 1대는 중국인이 보유하고 있고, 이상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휴대폰 사용자 수는 이미 일반전화 사용자 수를 추월했다. 세계 유수의 휴대폰 단말 제조사들과 관련 서비스, 솔루션, 컨텐츠 공급업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중국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필자를 포함한 많은 업체의 관계자들이 중국의 휴대폰 및 무선 시장 규모의 거대함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지만, 정작 중국내의 이동통신 시장은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 소비자들은 어떤 기준으로 휴대폰을 구입하는지, 또한 과연 실제적인 시장 현황은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매우 무지한 실정이다. 겉으로 보여지는 규모만 가지고는 중국 시장 진출을 계획하거나 현지 사용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추진할 수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 필자는 중국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많은 분들의 이해를 돕고자 현지 생활 속에서 중국인 친구들이 휴대폰을 직접 구입하는 과정에 함께 함으로써 가능한 한 실제적이고 생생한 정보를 편안한 언어로 객관적인 자료와 함께 기술해 나가고자 한다.

 

  물론 필자가 거주하는 북경의 한 지역이라는 공간과 사람과 환경의 제약성이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다만 하나의 좋은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휴대폰을 소매치기 당하다…

 

  어느 날 한 중국인 친구가 시무룩한 얼굴로 필자를 찾아왔다. “무슨 일 있니?”, “아무래도 버스에서 휴대폰을 소매치기 당한 것 같아…” T.T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중국에서 휴대폰은 값비싼 공산품이다. 보통 중국인 친구들이 들고 다니는 비교적 저사양의 휴대폰도 일반 서민들의 한 달 봉급에 해당하니 말이다. 중국에는 이처럼 유독 휴대폰 소매치기가 많은데, 휴대폰이 비교적 값비싼 표적물(?)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우리나라와는 다른 휴대폰의 구조에도 그 이유가 있다. 중국의 대부분의 휴대폰은 우리나라와 달리 SIM card 혹은 UIM card 라는 것을 채용하고 있다.

※ 참고 : SIM card와 UIM card

SIM card (가입자 식별 모듈 카드: Subscriber Identity Module card)	UIM card (사용자 식별 모듈 카드: User Identity Module card)
GSM 환경에서 사용자 인증과 로밍 기능을 탑재한 필수 규격 카드. 통신서비스사업자는 SIM 카드를 발급하고, 가입자는 SIM 카드 한 장만 들고 다니면 언제 어디서나 이동통신 단말기를 구해 자유롭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SIM 카드는 현재 유럽 GSM 방식의 이동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미래 수익 기반인 데이터서비스를 구현할 핵심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	UIM card는 유럽 GSM 방식 휴대전화에 사용되고 있는 SIM 카드를 기반으로 응용된 것으로 일종의 CDMA 환경의 SIM 카드라 할 수 있다. CDMA 환경에서는 이동통신서비스 사업자 가운데 중국의 차이나유니콤이 최초로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 중국에서는 SIM card와 UIM card의 규격(사이즈, 형태)이 같다. 보통 위와 같은 형태로 휴대폰에 삽입된다.

 

  만일 한 사용자가 길을 가다가 누군가가 무심코 흘린 휴대폰을 줍는 다면, 그 휴대폰에 자신의 SIM 카드만 바꾸어 마치 자신의 휴대폰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동통신단말기에서 가입자 인증을 처리하고, 이동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이 단말기를 통해 가입자와 서비스를 관리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형태라 할 수 있다. 번거롭게 통신사 대리점에 가서 신분 확인 같은 것을 하지 않아도 되니 소매치기들이 탐낼 만도(?) 하겠다.

 

  참고로 중국에는 정품 휴대폰이 아닌 가짜 휴대폰도 무척 많다. 이를 수이후오(水貨)라 하는 데, 값은 엄청 싸지만 자주 고장이 난다.(-.-;) 한 중국인 친구는 가짜 모토로라 휴대폰을 20만원(정품은 30만원짜리)에 샀는데, 자주 고장이 난다며 절대로 가짜는 사지 말라고 강력히 권했다.

 

거리 이곳 저곳에서 볼 수 있는 휴대폰 수리점 (중고 휴대폰을 사들이기도 한다)	중국인 친구가 산 가짜 모토로라 휴대폰

어떤 휴대폰을 사지?

 

  “너, 어떤 휴대폰을 살거야?”, “글쎄.., 번호는 중국이동(中国移动通信)을 쓰고, 노키아 폰을 사는 게 좋겠지? 하긴 요즘은 CDMA도 통화가 잘 되고, 요금도 싸니까…” o.o

 

  중국인들은 어떤 기준으로 휴대폰을 구입할까? 중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더욱 다양한 선택의 기회가 존재한다. 그럼, 과연 그 선택의 기준들은 무엇이며, 중국인들은 보통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 지 하나하나 살펴 보도록 하자.

 

 

휴대폰 꼭 갖고 싶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인들 역시 휴대폰을 구입하기 전에 자신의 소득 수준에 따라 구매하고자 하는 일정한 가격대를 먼저 결정하고, 그 가격대에서 성능과 기능이 좋은 제품을 선택, 구매한다.

 

  그럼, 과연 일반 중국인들의 소득수준 및 소비수준은 얼마나 될까? 현지 신문의 정보를 참조하고, 주위의 많은 중국인 친구들에게 알아본 결과, 그래도 평균 임금이 높은 북경의 대졸자 초임이 보통 1,500元(18만원)~3,000元(36만원)대 사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IT 쪽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비교적 높은 임금을 받고 있었다.

 

  소비수준에 관해서는 얼마 전 중국의 한 신문사에서 조사한 자료가 있다. 북경 시내 23개 대학 1,00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소비수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는데,(북경내의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은 비교적 경제력이 있는 가정에 속한다.) 이들의 한 달 소비수준은 대략 65,000원~240,000원 사이의 분포를 나타냈다. 그 중 120,000원대(중국 인민폐 1,000元 해당)가 가장 많은 분포를 차지하였다. 더불어 이들이 가장 사고 싶어하는 물건으로는 디지털 카메라, 노트북 PC, 신형 핸드폰 등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중국인들의 평균 임금과 소비 수준을 고려하면, 휴대폰은 분명 쉽게 사기 어려운 고가품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대폰에 대한 수요가 날로 급증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휴대폰에 대한 중국인들의 구매욕이 강렬함을 방증하는 것일 것이다.

 

 

 

한 달 월급?

 

  위의 글로부터 중국인들의 대졸 초임은 보통 18만원에서 36만원, 북경의 대학생들의 소비수준은 평균 12만원선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 과연 중국 휴대폰들의 가격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이들 중국인들이 생각하는 저가, 중가, 고가의 기준은 대략 어느 정도 수준일까?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대략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다.

  저가 500元~800元(6만원~9만 6천원) / 중가 900元~1,500元(10만 8천원~18만원) / 중고가 1,600元~2,400元(19만 2천원~28만 8천원) / 고가 2,500元(30만원) 이상. (환율 1원에 120원)

  물론 돈이 많은 친구들은 항상 최고 사양의 최신 휴대폰을 구입하지만,(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잘 사는 8%의 인구를 겨냥하여 들어와 있다.) 일반 중산층 이하 서민들에게는 저사양 단말기도 한 달 월급 이상의 수준이다. 따라서 주위를 둘러보면, 대학생들이나 소득수준이 낮은 서민들은 보통 저가나 중저가 단말기를 가지고 있고,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기 시작한 대졸 사회 초년생이나 젊은 직장인들은 중가 혹은 중고가 단말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사실 이 정도 단말기도 경제적으로는 부담스러운 수준이지만, 그 만큼 휴대폰은 누구나 꼭 갖고 싶어하는 대상이며 또한 갖고 싶어하는 것에 대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 중국인이기에 이렇듯 선뜻 구매가 가능한 것이다.

 

  그 결과, 2004년 북경시의 핸드폰 보급율은 2003년 대비 17.6%가 증가하여 90.6%에 달했으며, 핸드폰 사용자 수는 2003년 대비 20.5%가 증가하여 1,335.9만 명에 이르렀다.

 

 

이재식 / 스카이벤처 모바일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