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투스, 통신장비 통일의 총아

국내 휴대폰 메이커, 앞다퉈 신제품 출시

양손에 커피를 든 한 여학생이 강의실에서 귀에 헤드셋(headr set)을 끼고 춤을 추고 있다. 그런데 살펴보니 헤드셋에는 선이 없다. 이때 책상 위에 놓아둔 휴대전화에서 벨소리가 울린다. 양손엔 컵까지 들고 있는 상황이지만 휴대전화를 그대로 놔둔 채 헤드셋을 통해 여유있게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신형 휴대전화의 TV CF 한 장면이다. 광고 속 여학생(문근영)은 어떻게 책상 위의 휴대전화와 떨어져서 무선 헤드셋을 통해 휴대폰에 저장된 MP3 음악을 듣거나 걸려오는 전화를 받을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블루투스라는 기술 덕분이다.

◇ 북유럽 통일한 '푸른 이빨'..통신장치도 통일?

영어로 '푸른 이빨'이라는 뜻의 블루투스는 10미터(m) 이내의 거리에서 무선으로 최대 1메가비피에스(Mbps)의 속도로 통신할 수 있는 단거리 무선통신 기술을 말한다.

10세기 덴마크와 노르웨이를 통일시킨 덴마크 왕 '하랄드 블루투스'(Harald Blatand)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가 스칸디나비아 일대의 북유럽을 통일한 것처럼 블루투스 기술이 서로 다른 통신장치들을 무선으로 묶어낼 장치가 될 것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유럽의 이동통신 단말기 업체들이 주축이 돼 규격을 개발했으며 1998년 6월 스웨덴의 에릭슨, 미국 IBM과 인텔, 핀란드 노키아, 일본 도시바 등 5개 업체가 주도적으로 블루투스 SIG(Special Interest Group)를 결성했다.

블루투스 기능은 휴대폰, PDA, 노트북과 같은 장치에 블루투스 칩을 탑재함으로써 구현할 수 있으며 해외에서는 다양한 제품과 어플리케이션이 등장하고 있다. 블루투스는 차폐물 투과성이 있어 휴대 정보통신 기기를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은 채로 다른 정보통신기기와 통신할 수 있다.

90년대 말 등장한 이후 북미와 유럽지역에서 2년여 전부터 휴대전화 및 프린터, 디지털카메라 등 주변기기에 적용되고 있다.

◇ 멀티기능 휴대전화로 최근 각광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지금까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난 2002년 10월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SPH-X7700을 출시하며 블루투스 휴대전화가 나왔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비싼 가격에 비해 활용할 수 있는 주변기기의 부족으로 활용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자동차용 핸즈프리 무선 헤드셋 정도가 겨우 실생활 속에 적용되는 정도였다.

그러나 휴대전화에 MP3플레이어나 디지털카메라 등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요즘 각종 디지털 기기들이 휴대전화 속으로 들어오면서 휴대전화는 점차 커지고 무거워지며 블루투스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블루투스 기술을 적용하면 마치 초기 휴대전화처럼 크고 무거운 전화기를 가방이나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면서도 헤드셋을 통해 MP3 음악을 듣거나 통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루투스 기능을 갖고 있는 휴대전화끼리는 1 대 1 통신을 통해 명함 전화번호부 사진 음악 등 다양한 파일을 주고받을 수도 있고 블루투스 휴대전화 사이에서는 휴대전화를 무전기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블루투스를 탑재한 주변기기들이 늘어나는 것도 긍정적 요인이다. 프린터와 노트북 등에 블루투스 기술이 적용되면서 휴대전화에서 찍은 사진을 무선으로 프린터에서 출력하거나 노트북에 옮길 수 있게 됐다. 여러 디지털 기기들끼리의 데이터 전송 필요가 늘어남에 따라 선 없이 편리하게 기기들을 연결할 수 있는 블루투스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

앞으로 유비쿼터스 환경이 구축되면서 블루투스 기기들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여 블루투스 기술은 한층 더 넓게 쓰여질 전망이다.

◇ 휴대전화 제조업체들 경쟁적 진출

국내에서 블루투스 기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분야는 디지털 기기 컨버전스(융합)의 선두주자인 휴대전화다. 세계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최근 경쟁적으로 '블루투스 폰'들을 출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명품 휴대전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중인 삼성전자는 최근 출시하고 있는 신모델에 블루투스 기능을 탑재, 명품 삼성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작년 11월 서유럽 지역에 첫선을 보인 블루투스 기능이 있는 ‘블루 블랙폰’은 출시 4개월만에 310만대나 팔렸다. 이 휴대전화는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어둔 채 무선 헤드셋으로 전화통화가 가능하고 음악감상도 할 수 있다.

국내 모델(SPH-V6900)은 스테레오 무선 헤드셋에 음량 조절과 곡 이동 버튼이 달려 있어 스테레오로 음악을 즐길 수 있다. 또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노트북PC,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 등과 무선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두께 14.5미리미터(mm)짜리 초슬림폰을 출시하면서 블루투스 기술을 적용, 다양한 기능을 탑재했다. 와이셔츠 주머니에 넣고 다녀도 될 정도의 두께와 크기임에도 주문형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또 프린터와 블루투스로 연결된 ‘모바일 프린팅’ 기능, 저장된 그림파일을 쉽게 볼 수 있는 ‘파일보기’ 기능 등이 탑재돼 있다.

LG전자는 휴대전화 하나로 집안에서는 저렴한 유선전화를, 밖에서는 휴대전화로 사용할 수 있는 ‘원폰’(LG-KF1000)을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휴대전화는 KT의 ‘DU:(듀)’ 서비스 전용이다.

집안에서 사용하려면 무선전화 신호를 받아 유선으로 연결시켜 주는 블루투스 엑세스 포인트(AP·Access Point)를 설치해야 한다. 집에서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면 이 신호를 AP가 받아 유선으로 연결해 싼 유선전화 요금을 내는 것. 반경 20∼30m 내에서 사용할 수 있다.

또 같은 모델끼리는 무전기 기능이 가능해 장소에 상관없이 20∼30m 이내에서는(직선거리는 최대 100m) 무료 통화가 가능하다.

팬텍앤큐리텔의 블루투스 전화기는 무선인터넷에 접속하지 않고 모바일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팬택앤큐리텔은 SK텔레콤을 통해 ‘블루투스 3D 게임폰’(PH-S600)을 출시했다.

휴대전화에 갤럭시, 삼국지 영웅전, 쿠키워 등 2인용 게임 3개가 내장돼 있어 같은 전화를 가진 사람끼리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다. 다만 두 사람이 10m 이내의 거리에 있어야 한다.

이 게임이 지루해지면 SK텔레콤의 모바일 게임 전용 사이트(www.gxg.com)에서 추가로 무선인터넷과 컴퓨터를 통해 다양한 최신 게임을 내려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