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 이전에 우리는 화장품의 특성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예전에는 여성들만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화장품이 최근에는 남성들까지 지속적으로 소비하는 품목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더욱이 경기가 침체든 아니든 간에 미에 대한 욕구는 성별의 구별없이 보편화된 가치관으로 자리잡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화장품 시장의 규모축소와 소비자들의 미적 욕구의 증가는 화장품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했는데 바로 초저가 브랜드샵의 탄생이다. 화장품은 비싸야 고급으로 인식되던 사치재에서 초저가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소비하고 버릴 수 있는 필수재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물론 품질의 뒷받침이 전제돼야 하지만 소비자들이 실제로 써 보고 구매하는 “합리적인 소비패턴”의 정착은 이들 초저가브랜드의 영역화장에 많은 기여를 했다. 또한 어느 정도 품질도 따라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초저가 브랜드샵의 첫 주자인 에이블씨엔씨에 대해 알아보자.

에이블씨엔씨는 회사 이름보다는 “미샤”라는 브랜드샵의 이름으로 더 유명한 회사다. 최저가 3,300원 이상의 제품을 출시하는 초저가마케팅의 성공으로 국내 화장품 유통구조에 지각변동을 몰고 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사실 초저가 브랜드샵의 출현 이전에는 화장품 전문점이 국내 화장품 유통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유통채널이었다.

하지만 미샤를 필두로 한 더 페이스샵 등 초저가 브랜드샵들이 새로운 유통채널로 자리잡으면서 그리고 소비자들의 구매패턴 역시 품질이 뒷받침 된 초저가 브랜드를 선호하게 됨에 따라 화장품 전문점의 비중은 크게 감소했다. 1998년만 해도 전체 화장품 시장에서 전문점이 차지하는 판매비중은 56%로 가장 높았으나 작년에는 27.7%로 나타났다.

이로써 국내 화장품 시장은 고가브랜드와 초저가브랜드의 양극화로 구조화됐다. 중저가브랜드의 주요 유통채널인 전문점 시장이 위축되면서 국내 화장품 유통시장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현재 4월 기준으로 에이블씨엔씨의 미샤 브랜드샵의 매장 수는 270여 개에 달한다. 2002년 4월 이대 앞에서 직영 브랜드숍 1호점을 오픈한 이후 3년 만의 일이다. 해마다 거의 100개씩 개점했다는 의미다.

또한 웰빙브랜드인 코스메틱넷도 현재 8개의 매장을 오픈한 상태라 미샤 브랜드샵과는 차별화된 마케팅이 기대된다. 이러한 공격적인 출점의 영향으로 에이블씨엔씨의 매출액은 2002년 33억 원에서 작년에는 1,114억 원으로 연평균 223%의 외형성장률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동 기간 동안 1.7억 원에서 197억 원으로 무려 38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작년 기준으로 영업이익률은 17.6%로 나타났다.

이는 업계 1위인 태평양의 영업이익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태평양의 시가총액이 21,800억 원인 반면 에이블씨엔씨는 2,031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익률수준이 비슷한 관계로 에이블씨엔씨의 PER은 13.8배로 14.6배의 평가를 받고 있는 태평양의 PER과 별반 차이가 없다. 외형성장뿐만 아니라 초저가 브랜드샵의 이익성장성에 대해서 시장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외국인 역시 이러한 에이블씨엔씨의 이익성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해 코스닥에 등록된 이후로 계속 매집하면서 현재 지분율을 35.8%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이익성장의 지속성이 앞으로도 계속 유효할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초저가 브랜드샵은 후발주자인 더 페이스샵 등이 점포확장 경쟁을 하면서 이익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설화수와 헤라 등으로 고가브랜드 시장을 평정한 태평양이 휴 플레이스의 브랜드샵에 이어 최근에 초저가브랜드 시장을 타겟으로 한 “휴 영”을 런칭하면서 초저가브랜드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태평양은 자사 제품 중 저가브랜드인 색조화장품 에뛰드를 중심으로 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휴 플레이스가 기초화장품 라네즈 위주의 중저가브랜드 시장 위주였다면 이번에 런칭한 휴 영이야말로 에뛰드를 중심으로 한 실질적인 초저가 브랜드샵이라 할 수 있다.

초저가브랜드 시장에 대해서 외면해 오던 태평양이 에이블씨엔씨와 더 페이스샵의 성장을 목격하면서 초저가브랜드 시장까지 성장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현재 3,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초저가브랜드 시장은 태평양의 진출로 올해 4,000억 원 이상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에이블씨엔씨는 차별화된 성장전략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비타천으로 유명한 동화약품과 공동마케팅을 추진하면서 브랜드 홍보를 강화할 예정이고, 향후 성장동력원을 해외시장에서 찾을 계획이다. 이미 에이블씨엔씨는 8개 국가에서 23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국내 시장이 치열해질수록 앞으로 해외시장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안으로 매장 수를 8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화장품 제조업체라기 보단 프렌차이즈 업체로서 새로운 성장신화를 이룩한 에이블씨엔씨가 향후에도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지 화장품 시장의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양동선 sebian523@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