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엠파스' 옛 명성 회복할까?

10분의 1 토막

 

  지난 2003년 11월 7일 코스닥 시장에 ‘지식발전소’란 이름으로 상장된 직후, 엠파스의 주가는 26,850원 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 반 후인 2005년 5월 6일 현재 3,070원으로 거의 10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이다. 누가 봐도 ‘주식이란 건 정말 위험하군…’ 이란 말이 절로 나올만한 차트다. 코스닥 광풍시기에 상장을 한 것도 아닌데, 어찌 이런 일이 있었을까? 그 배경을 알아보고 타산지석으로 삼을만 하다.

 

 

자연어 검색으로 인터넷 검색 시장에 화려하게 등장하다

 

  1996년 9월에 설립된 엠파스의 원래 이름은 ‘지식발전소’ 이다. 데이트 코스 찾을 때 요긴하게 사용했던 기억이 있는 도시생활문화정보 사이트 ‘씨티스케이프’가 지식발전소의 첫 작품(1997년)이었다. 그 외에 눈에 띄는 사업활동은 없었지만, 1999년에 벤처기업 인증을 받고 정보통신부 장관상도 수상하는 등 나름대로 인정받는 벤처기업의 위치를 다져나갔다. 그러다가 대박을 터뜨린 것이 바로 ‘자연어 검색’을 앞세운 www.empas.com 이었다. 1999년 11월에 오픈한 엠파스는 인터넷 검색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금이야 대부분의 검색 사이트가 자연어 검색을 지원하지만, 당시만 해도 굉장히 신선한 아이템이었다.

 

  예를들어, 갑자기 ‘구텐베르크’가 기억이 안날 경우, 기존 검색 사이트에서는 ‘세계최초 and 금속활자’ 라고 검색창에 쳐 넣어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연어 검색에서는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는 누가?’ 라고 쳐 넣으면 된다. 즉, 좀 더 우리의 생활언어와 가까운, 편리한 검색이 가능해진 것이다. 엠파스는 이 아이템 하나로 기라성 같던 기존 업체들에 필적할만큼 사용자 수를 늘려갔다.

 

검색광고로 수익모델 확보

 

  이처럼 인터넷 검색 시장의 다크호스로 등장한 엠파스 였지만, 대다수의 인터넷 업체들이 그러했듯 1999년~2001년의 기간 동안에는 유명세와는 무관하게 적자를 이어갔다. 2000년의 경우 매출액이 22억원인데 당기순손실이 33억원이었으니, 수익 구조가 열악했던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다가 엠파스는 2002년에 돌연 고영업이익률 형 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는 ‘키워드 광고, 빠른 심사, 프리미엄등록’로 대표되는 검색광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데 따른 것이었다. 

 

  일반배너광고는 인터넷 사이트의 전통적인 수익모델이며, 굳이 검색 사이트가 아니더라도 모든 인터넷 사이트가 화면 한 켠에 배너광고를 띄울 수 있다. 하지만, 검색광고는 검색 사이트만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대표적인 검색광고 유형인 키워드광고는 특정 키워드 검색시 광고주의 배너, 사이트 설명, 링크 등을 검색 결과와 함께 보여주는 서비스이며, 빠른심사 서비스는 홈페이지 등록신청 후 2~3일 내로 등록심사를 완료해주는 서비스이다. 프리미엄 등록 서비스는 기본 설명문 외 홍보문구 2줄 추가, 검색 결과에서 상위로 올리기 등의 부가 서비스가 제공된다. 우리가 무심결에 지나쳤던 검색결과 리스트에 광고주들의 광고비가 녹아 있었고, 그 와중에 검색 사이트들은 돈을 벌고 있었던 것이다.

 

  위 표를 보면, 2002년부터 2003년 까지 검색광고 매출이 분기별로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검색광고라는 비즈니스 모델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매력적이다. 검색 사이트 입장에서 추가적인 투자나 비용 증가 없이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폭발적인 매출액 신장과 함께 영업이익률은 2002년에 39% 였고, 2003년에는 33%를 기록했다.

 

성공적인 코스닥 등록

 

  엠파스는 2003년 11월 7일 주당 14,000원에 공모를 실시하면서 성공적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거래 첫 날 종가가 26,850원 이었으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발행가액인 14,000원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1,460억원 이고 2003년 당기순이익이 74억원 이었으므로 PER 19.73 배 수준에서 공모가 이루어진 것이다. 당시 공모에 참가한 투자자들은 100% 씩 성장하는 매출액과 30% 이상의 영업이익률에 반해 그 만한 가격을 선뜻 지불한 것이고, 시장은 조금 더 과열 반응을 보이면서 거래 첫 날, 시가총액 2,800억원에 PER 40 배 수준의 가격을 형성했던 것이다.

 

게임사업 진출 선언

 

  2002년, 2003년의 폭발적인 성장과 높은 수익성, 그리고 공모로 형성된 560억원의 당좌자산… 엠파스는 이를 바탕으로 게임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게임사업은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돌아볼 때 무리한 몸집 불리기나 다악화라고 비난할 수만은 없다. 인터넷 사이트 업계가 검색 포탈로 진화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엠파스는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경쟁자들이 네이버-한게임, 다음-다음카페-한메일 등 검색과 다른 서비스를 통합해서 방문자수를 늘리고 있었던 반면 엠파스는 오로지 검색 뿐이었다.

 

  검색 포탈의 가장 큰 경쟁력은 시장 지배력, 즉 방문자 수에 있다. 오가는 사람이 많아야 광고주들의 의뢰도 많아지고 지식검색 데이터 베이스도 누적된다. 이렇게 볼 거리가 많아지고 나면, 이것이 더 많은 방문자를 끌어모은다. 즉,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비즈니스다. 엠파스도 이 사실을 모를 리 없기 때문에 한게임 등의 강자가 버티고 있는 시장에 과감히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처절한 패배… 결국, 검색사업 집중 선언

 

  분기별 실적을 살펴보면 게임사업에 본격 진출한 2004년 1분기부터 실적이 망가지기 시작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신규 인력투입, 공격적 마케팅, 서버 증설 등의 투자에도 불과하고 ‘강호동 맞고’로 대표되는 ‘게임나라’의 분기별 매출은 5억원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이익률은 추락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욱 부정적인 것은 본업인 검색사업까지 함께 망가졌다는 점이다. 검색광고 시장은 2004년에도 여전히 고성장을 거듭한 반면, 엠파스의 매출액은 2003년 4분기를 정점으로 정체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의 눈부신 매출 성장과 수익성에 비교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성적표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내부적으로는 게임사업으로의 외도로 인해 본업에 소홀한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인터넷 포탈 업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본격화 되었다는 점도 엠파스에게는 악재였다.

 

  2004년 내내 다음 분기는 좋아질거란 기대를 품어 봤지만, 결국 게임사업은 답이 없다는 결론이 났다. 엠파스의 경영진은 더 늦기 전에 검색사업에 집중해서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게임사업에서 사실상 완전 철수 했다.

 

사면초가 상황에서 흑자내면 뭐하나…

 

  게임사업 철수로 인해 연간 85억원 수준의 비용절감이 예상된다. 최근 발표된 1분기 실적 역시 적자였지만, 이는 게임사업 철수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 때문이며, 곧 게임사업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연간실적은 흑자반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본업인 검색사업이 적어도 2004년 만큼은 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내년 부터는 당기순이익이 최소한 30억원 이상 발생할 수 있다. 인력 증가와 광고비 증가 때문에 2002~2003년 보다 수익성이 훼손된 점은 아쉽지만, 30억원은 보수적으로 추정한 수치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충분히 더 큰 순이익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시가총액의 절반을 넘는 170억원의 현금성 자산(2004년말 기준)을 보유한 인터넷 포탈의 PER이 10 이하라는 얘기인데, 매력적인 가격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본업인 검색 사업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겠냐는 점이다.

 

  위 자료를 보면, 6개월 전에 비해 엠파스의 방문자수 감소가 눈에 띈다. 방문자 수 감소는 검색 포탈의 목에 칼을 들이민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미 신규사업을 통한 경쟁력 강화는 실패로 끝난 바 있다. 하지만, 검색만으로 어떤 차별화를 꾀한다는 것은 신규사업 성공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이미 검색 서비스의 질은 기술적으로 차별화가 어렵고, 지식검색 DB처럼 오히려 엠파스가 열세에 놓여있는 부분도 있다.

 

  즉, 방문자 수를 다시 증가세로 돌려놓거나, 최소한 유지는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데, 신규 사업도 마땅한 게 없고 그렇다고 검색 서비스만 하고 있을 수도 없는 그런 상황이다. 정말 ‘사면초가’란 말이 딱 들어 맞는다. 이런 상황이라면, 풍부한 현금성 자산에 큰 점수를 줄 수도 없다. 공격적인 광고비 집행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한 번이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회사 이름도 지식발전소에서 엠파스로 바꾸고, CI를 리뉴얼 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이 이루어지고는 있다. 또한, 자연어 검색과 같은 신개념 검색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10분의 1 토막 난 주가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듯 하다.

 

  업계 특성상, 엠파스가 네이버 이용자를 뺏어 오는 것은 그 반대 보다 훨씬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엠파스가 이 난국을 타개하고 옛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자.

 

 

박성빈 usfk2id@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