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 WTI유, 브랜트유 ?

주식투자자 입장에서 유가가 중요한 이유는 유가 테마를 따라가기 위함이 아니라, 유가 변동에 의해 기업가치가 크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축구선수가 운동장 여건에 따라 플레이가 다르듯이, 기업도 거시 경제 상황에 따라 기업가치와 실적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국제 유가는 WTI유(텍사스중질유), 브랜트유, 두바이유의 세 가지로 표시되는데, 그 차이는 우선 생산지의 차이이다. WTI는 서부 택사스산, 브랜트유는 북해산, 두바이유는 중동산이며, 가격은 WTI유 -> 브랜트유 -> 두바이유 순인데, 이는 원유비중과 유황함유량 때문이다. 원유비중이 높을수록 많은 석유를 추출할 수 있고 유황함유량이 적을수록 정제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이다. 쉽게 생각해서 WTI유가 가장 고품질 원유이며 두바이유는 가장 저급품이라고 보면 된다.

이러한 가격과 품질의 차이와는 무관하게 미주는 WTI유, 유럽은 브랜트유, 아시아는 두바이유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운송비 때문이다.

WTI유, 브랜트유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경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두바이유도 배럴당 50$를 찍었다. 비록 4월 4일과 4월 7일 이틀에 불과했지만, 두바이유의 배럴당 50$는 충격적이었다. 이는 항상 싸다고 인식되어 왔던 경유값이 휘발유에서나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1000원 벽을 돌파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게다가 두바이유와 다른 원유 가격 차이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 위 차트를 보면, 2004년 연말에는 WTI유가는 두바이유가의 1.5배에 달했지만, 4월 들어서는 1.1배 수준에 불과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고유가 환경 속에서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부담이 클 수 있음을 암시한다.

고유가로 미소 짓는 기업은?

대부분의 기업들은 고유가로 인해 울상을 짓기 마련이지만, 이런 와중에 남몰래 표정관리를 하는 기업들도 있다. 고유가 수혜주 하면 바로 생각나는 것이 정유주인데, 정유 회사들은 유가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그대로 전가 시키기 때문에 고유가가 오히려 정제마진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정제마진율은 변함이 없더라도, 절대적인 마진의 크기가 커지기 때문이며, 요즘 처럼 정제 시설 부족이 화제거리가 되는 상황이라면, 정제마진율의 상승도 가능하다. 때문에 세계 각국의 증시에서 정유주들의 주가는 국제 유가 동향에 따라 춤을 추면서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

정유주와 함께 고유가로 미소짓는 기업은 이른바 대체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다. 대체 에너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LNG인데, 폭발적인 LNG 선박 발주량 증가로 국내 조선사들이 도크가 부족하여 육지에서 배를 만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또한, LNG 선박의 관련재를 생산하는 업체도 수혜주로 꼽을 수 있다. LNG는 천연가스를 -163도에서 냉각시켜 액체로 만들어 압축한 것인데, -163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선박의 배관과 탱크를 모두 보냉재로 감싸야만 한다. 보냉재 업체인 화인텍은 넘치는 주문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LNG 유전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해외 LNG 유전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건설업체들도 수혜를 받고 있다. 또한 넘쳐나는 오일달러 관련주도 빼놓을 수 없다. 중동 산유국들은 고유가로 벌어들인 돈을 석유 화학 플랜트 건설에 투자하여, 향후 원유 생산 뿐만 아니라 정제까지 처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중동 지역의 석유 화학 플랜트 건설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들도 고유가 수혜주이다.

에너지 절감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도 빼놓을 수 없다. 전기절약장치라던가 에너지 절약형 냉난방 설비 업체에 주목할만 하다. ‘마에스타’라는 전기절약장치를 생산하는 창덕 E&C 관계자에 의하면, 요즘은 영업을 뛰지 않아도 먼저 문의가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유가에 울상짓지만, 과도한 흑백논리는 피해야

사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유가 상황에서 힘들 수 밖에 없다. 고유가로 인해 소비 심리가 얼어붙고, 원가 상승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부 기업에서는 고유가와 경기침체 때문에 IMF 때 보다도 안 좋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흑백논리를 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항공업, 해운업 등은 고유가의 대표적인 피해 산업으로 꼽을 수 있으며, 유가 급등 소식에 주가가 출렁이곤 한다. 물론 고유가가 부정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의 실적이라는 것은 원가에만 연동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도한 일반화는 곤란하다. 해운업체의 경우 업황 자체가 워낙 좋고, 유가 상승 부담을 유류할증료 (BAF)라는 명목으로 화주들에게 전가하기 때문에 실상은 유가 부담이 크지 않다고 한다. 또한 유가 관련 원가 부담이 큰 업종 내에서 유독 석탄계 원료 비중이 높은 업체가 있다면, 동종업계 내에서 홀로 미소짓고 있을 것이다.

고유가 지속이라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을

주식투자자 입장을 떠나서, 요즘은 고유가가 피부로 와 닿는다. 연일 올려대는 기름값 때문에 주유소 가기도 무섭고, 유가상승 때문에 대중교통 요금, 전기료 등이 인상 된다고 하면 할 말도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 어떤 물건의 값이 갑자기 올랐다면 참고 안쓰면 그만이겠지만, 우리는 투덜거리면서도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다. 그 동안 석유가 제공한 편리함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석유에 대한 수요는 꾸준한 반면, 그 매장량은 분명히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향후 원유 생산량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유가 안정에 대해 낙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나 주식투자에서나 고유가 상황에 지혜를 가지고 대처해나가야 할 것이다.

박성빈 usfk2id@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