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죤 '부드러운 파워' 성공할까?

오래 전부터 한국의 여성들은 집안일을 도맡아 해왔다. 요 근래 와서야 여성이 집안일을 하고, 남성은 활동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역할의 구분이 거의 없어졌지만 예전의 한국 여성들은 전적으로 집안살림을 책임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부분이 바로 의식주에 관계된 일이었다.

 

그래서 예전 한국 여성들의 가정적인 이미지를 떠오를라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등에 아기를 업고 시냇가에서 빨래하는 정겨운 모습일 것이다. 백의민족이라 불리는 우리 민족의 역사는 접어두더라도 옷을 깨끗이 빨래하고 열심히 다림질해야 하는 한국 여성들의 고충은 심했으리라 짐작한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어서 남성들까지 집안 일을 하게 되고 이와 관련된 니즈가 증가하게 되자 다양한 생활용품 시장이 형성되게 됐다. 이번 언더그라운드 가치주에서는 생활용품 시장에서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를 갖고 는 피죤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피죤은 1959년에 설립된 업력이 거의 반 세기에 가까운 회사다. 주로 생활용품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생활용품 시장은 각 용도별로 세분화돼 있다. 피죤은 현재 약 58.8%의 독보적인 시장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섬유유연제 시장을 비롯하여 파라클 브랜드의 표백제 시장, 무균무때 브랜드로 잘 알려진 가정용 세정제 시장, 그리고 마프러스로 유명한 바디크렌저 시장에 진출해 있는 상태다. 그 밖에 칫솔/치약, 정전기 방지제 등 생활용품 시장에 진출했으나 이 분야의 비중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아무튼 피죤하면 섬유유연제의 대명사로 불린다. 왜냐하면 피죤이 이 시장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여름철 습기를 제거하기 위해 “물 먹는 하마” 브랜드를 출시한 옥시가 제습제 시장을 만든 것처럼 피죤은 1978년 국내 최초로 섬유유연제 제품을 선보였다. 섬유유연제 시장을 만들고 선점한 피죤의 경쟁력은 약 58.8%의 시장점유율과 “피죤” 이라는 단일브랜드로 업계 최초로 돌파한 1,000억 원의 매출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사실 피죤이 섬유유연제 개념조차 없었던 1970년 대 당시 주요 소비자인 주부들을 상대로 1톤 트럭 1,200대 분량인 1,500만 개의 샘플을 무료로 주면서 인지도를 넓혀나간 전략은 이미 유명한 에피소드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피죤은 무려 30년 가까이 장수브랜드로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고 “야쿠르트”가 야쿠르트의 대명사가 된 것처럼 “피죤” 하면 섬유유연제의 보통명사가 됐다.

 

 

한 회사가 이렇듯 독보적인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면 경쟁력 측면에서 분명히 긍정적인 일이지만 문제는 매출의 대부분이 이 부분에만 집중돼 있다면 그 제품의 경쟁력이 감소될 때, 회사의 사업리스크가 가중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섬유유연제 시장은 생활의 편의와 질적인 개선의 니즈를 포착한 틈새시장의 성격이 강하고, 따라서 구태여 쓰지 않아도 상관없는 범용제품의 성격이 강하다 보니 가격경쟁이 매우 심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피죤은 작년 1,145억 원의 매출 중에서 섬유유연제 부문에서만 1,000억 원을 달성했다. 전체 매출의 약 87%가 집중돼 있는 것이다. 하지만 범용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의류 소재가 다양해짐에 따라 다양한 섬유유연제 기능을 첨가하면서 소비자의 니즈를 지속적으로 만족시켜 2003년의 905억 원에 비해 약 10.5% 증가했다. 2003년과 2004년이 심각한 내수침체의 시기였음을 감안하면 피죤의 브랜드 파워는 여전히 유효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생활용품 업계 2위인 애경이 섬유유연제 시장에 재진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피죤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 감소할 전망이다. 이미 13년 전에 이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는 애경은 “아이린”이란 신제품으로 올해 안에 2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3년 안에 1위권에 도달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우려됐던 피죤의 사업리스크가 가시화되는 게 아닌가 판단된다.

 

30년 가까운 기간 동안 강력한 브랜드 파워에 힘입어 할인행사와 같은 가격경쟁을 전혀 실시하지 않았던 피죤은 애경의 선전포고에 대비하기 위해 처음으로 1+1 판촉 및 할인점 미끼상품 등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심각한 내수침체경기까지 비껴갔던 피죤의 '부드러운 파워'가 이번에도 성공할지 섬유유연제의 시장은 점점 치열해져 가고 있다.

 

양동선 sebian523@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