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레빌과 동부건설

센트레빌, 대한민국 대표아파트

매번 요약재무제표를 앞에 붙이다가 뜸금없이 TV광고가 무얼까 의아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요즘 TV광고에는 아파트 광고가 치열합니다. 예전에는 이동통신, 휴대폰광고에 아파트 광고는 곁다리처럼 끼어있었지만 최근에는 주류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e편한세상, 자이, 푸르지오, 롯데캐슬, 에버빌등등 각각의 로고송을 친숙하게 따라부를 정도입니다.

이중 최근에 눈에 띄는 것이 동부센트레빌 광고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최고가 명품 아파트이자 부의 상징이라 불리는 삼성동 아이파크와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웅장한 면모를 앞서 보여주다가 세번째로 등장하는 센트레빌의 모습은 최고급아파트 브랜드 런칭에 과감히 도전한다는 이미지를 각인시켜주고 있습니다.

혹시나해서 ‘닥터아파트’의 힘을 빌려 시세를 조회해보니 센트레빌 40평형대가 타워팰리스 60평형대의 시세와 맞먹는 15억원대에 달하고 있었습니다. 평당 3천만원이 넘는 가격은 틀림없이 거품이지만 옷에도 명품이 있듯이 주거시설에도 명품이라는 개념이 적용된다면 다소 달리 볼수도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아파트의 매스티지화

매스티지(masstige)라는 말을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대중(mass)과 특권(prestige)의 합성어인 매스티지는 명품이 생활화되고 있는 사회현상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최근 이런 현상이 주택업계에서 가장 잘 나타나고 있는데, 최근의 아파트는 과거의 성냥갑 같은 단순주거시설이자 별다른 개성없는 공간에서 보다 고급스럽고 안락하며 쾌적한 환경을 선사하는 공간, 삶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공간,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더욱 부각될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부동산시장이 매우 고평가되어 있다는 점, 주택보급율이 100%를 넘고 있다는 점, 고령화사회 진입에 따라 신규주택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들어 일각에서는 이를 국부적인 현상이라 얘기하기도 하지만 가치있고 여유로운 삶에 대한 열망(웰빙), 보다 고급스러운 주거환경에 대한 수요 또한 만만치 않게 확산되고 있는 것을 생활속에서 알수 있습니다. 아파트의 브랜드화에 따라 끊임없이 쏟아지는 TV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은 화면속의 주거환경에 대한 욕구를 키워갈수 밖에 없습니다. 주택가격이 비싸다지만 꿈의 공간(?)으로 꾸며놓은 모델하우스에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이유를 단지 투기수요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주거시설의 매스티지화가 과연 단기간의 유행인지 혹은 먼미래를 예견하는 커다란 트랜드인지는 좀더 지켜보아야겠지만 먹을거리, 입을거리와 함께 점차 고급화 브랜드화 되어가는 주거에 대한 수요가 확산되고 있고 이러한 매스티지화된 아파트가 부동산시장에 하나의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건설업이 경기민감형?

아파트의 매스티지화 트랜드에 편승하여 센트레빌이라는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런칭하였다고 갑작스레 동부건설이 싸보인다면 너무 성급한 일일 겁니다. 우리에게 건설업종은 그 어떤 업종보다 경기에 민감하고 실적의 기복이 심한 섹터라는 인상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아마도 IMF직후 건설회사들의 집단적인 부도사태가 우리에겐 오랫동안 각인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나 지금이 건설경기 혹은 주택경기의 절정이 아닐까하는 걱정도 건설업에 투자할때는 따라다니게 됩니다.

<<건설업 경영지표 비교표>>

위의 표는 10년전과 2004년 상반기 건설업 주요지표를 비교해 놓은 것입니다. 지난 10년간 건설업종은 4~5%대의 영업이익률을 꾸준히 유지해왔습니다. 1999년 IMF의 여파로 잠깐 –1.8%를 기록했던 것을 제외하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견조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비록 수치가 제조업 평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경기민감형이라는 수식어가 적합할만큼의 기복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400~500%에 달하던 비채비율이 150%후반으로 떨어지고 차입금의존도가 50%대에서 20%선으로 낮아지면서 경상이익률이 급격히 개선되었다는걸 알수 있습니다. 경기가 좋으면 흑자를 내고 경기가 나쁘면 줄도산을 했던 이유가 실제로는 업황의 등락에 연동되었다기 보다 과다한 차입금으로 이자를 낼수 있었느냐 없었느냐에 좌우되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건설업이 경기민감형 산업이다, 낮은 P/E가 당연하다라는 일반적인 인식에는 부분적인 수정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리스크도 없지 않아..

혹시 주택부분이 전체 매출액의 1/4밖에 미치지 못하는 동부건설에게 센트레빌이라는 브랜드가 성공하였다고 과대포장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70년대부터 이어져온 반도체사업에 대한 그룹의 의지로 인해 부실한 동부아남반도체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는점, 아직도 연간 400억원가량을 이자비용으로 지출하여 동부제강, 동부한농화학등 우량한 자회사가 벌어주는 지분법이익을 까먹고 있는점등은 센트레빌 하나만으로 동부건설을 평가할수 없게 만드는 요인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연매출 3천억원, 영업이익률 7~8%, 대한통운 한진에 이어 3위에 랭크되고 있는 물류사업부문을 사업포트폴리오로 두고 있다는 점, 현대건설등 대형건설회사들과 견줄만한 턴키, SOC부분에 대한 경쟁력도 동부건설의 사업구성이 매우 안정적으로 안분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한편 7%에 달하는 배당수익률과 회사측의 지속적인 고배당의지 또한 놓칠수 없는 부분입니다.

2005년 예측공시가 매우 보수적인 수치라는 회사측의 말에 따른다면 현재 P/E 4.5배, P/B 0.48배, 배당수익률 6.8%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주거시설의 매스티지화에 성공적으로 진입하여 이루어낸 브랜드가치, 안정적인 사업포트폴리오, 높은 배당수익률이 동부건설에 대한 재평가를 이루어낼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