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없는(?) 회사 E1

이곳에 처음 글을 올립니다.

어제 E1이란 회사를 다녀왔습니다. 처음엔 주식을 조금만 사놓고 그냥그런 회사라고 생각했었는데 다녀오고나서 곰곰히 생각해볼수록 값어치 있는 회사더군요. 제가 고객들에게 보낸 내용을 그대로 올립니다.

1. LPG란 어떤 연료?

E1은 SK가스와 함께 국내에 LPG가스를 수입 유통하는 회사입니다. 지금은 LS그룹에 편입되

어 있지만 계열분리이전에는 LG-칼텍스가스㈜였으며 현재는 미흡한 CI홍보로 다소 낯설게 느껴집니다.

LPG는 Liquefied Petroleum Gas의 약자로 우리말로 하면 액화석유가스라고 합니다. LPG는 원유나 천연가스를 채굴할 때 매장부분의 상층부에서 함께 얻어지기도 하고 원유정제시 부산물로 얻어지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연간 약 700만톤의 LPG가 수요되는데 이중 절반은 E1과 SK가스가 해외에서 수입유통하고 있고 나머지 절반은 SK㈜, GS칼텍스, S-OIL등의 정유회사들이 석유정제과정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도시가스로 잘 알고 있는 LNG는 Liquefied Natural Gas가스의 약자로 말그대로 천연가스를 액화시킨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약 1300만톤의 LNG를 소비하며 발전용까지 감안했을때는 약 2100만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LNG는 공기보다 비중이 낮아 폭발위험이 적어 우리나라에선 도시가스에 채택하여 널리 보급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LPG는 공기보다 비중이 높아 잘 날라가지 않는 단점이 있는 반면 열효율이 높아 취사용, 자동차연료용등에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LPG와 LNG의 관계를 굳이 표현하자면 대체재라기 보다는 독립재에 보다 가깝습니다. 두가지 연료의 성분이 다르고 열효율이 달라 적절한 사용용도가 다릅니다. 오히려 LPG는 경유 또는 NAFTA의 대체재인 경우가 많습니다. 경유에 대해 자동차 연료로서의 대체재이며 NAFTA에 대해서는 에틸렌 원료로서의 대체재 이기 때문입니다.

2. 안정적인 시장구도 & 안정적인 실적

국내 LPG시장에서 E1이 차지하는 비중은 18%로 그 비중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이정도의 시장점유율로는 가격주도권을 갖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상 LPG가격은 E1과 SK가스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정유회사들이 생산하는 LPG량이 자가소비량과 판매량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LPG유통회사로부터 부족량을 구입해 써야하는 형편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LPG가격은 수입유통회사의 매출총익률의 10%, 영업이익률의 5%내외를 기준으로 등락하는 안정적인 구도로 정착되어 있습니다.

3. 매력이라고하기엔 좀 평범한 매력

E1은 언뜻보아도 단순하고 뜯어보아도 단순한 회사이고 그다지 입맛을 사로잡을 매력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현금성 유동자산이 2,500억원 가량이고 여기에 차입금을 뺀 순현금은 자그마치 시가총액에 육박합니다.(동사의 단기차입금은 usance)

또한 이러한 현금을 바탕으로 매년 주당 1,500원가량의 배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점도 장기적인 배당투자자에게 매력적입니다.

더욱이 위에 말씀드린 안정적인 시장구도와 안정적인 실적을 염두에 둔다면 장기 배당투자에 더더욱 믿음을 가질수 있습니다.

약간의 성장요인을 덧붙여본다면 현재 100:75:60으로 되어 있는 휘발류:경유:LPG의 가격비율을 100:85:50으로 조정하는 정부안이 상반기 국회통과를 앞두고 있어 대체재인 경유와의 가격경쟁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4. 그러나 놓칠수 없는 매력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으로 느끼는 부분은 여타 도시가스업체들은 배관망등의 시설투자에 부담이 많은 반면 E1은 그러한 부담이 없이 유통마진이 그대로 주주가치로 쌓인다는 점에 있습니다. 비슷한 매출규모와 비슷한 순이익을 내는 도시가스 대표업체인 삼천리를 예로 든다면 삼천리는 이미 배관망에만 3,500억원가량을 투자하고 앞으로도 투자를 지속해야하지만 E1은 연간 350만톤을 처리하는 저장기지에 약 500억원의 투자만 있었을 뿐입니다. 투자의 효율성과 주주가치면에서 삼천리와 E1은 이렇듯 큰 차이가 납니다. 물론 번 돈을 어디에 쓰느냐도 관건이겠지만 E1에 지속적인 고배당을 기대할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흔히들 주식시장에서 E1을 여타 도시가스회사와 비슷한 회사로 취급을 하고 단순비교를 합니다. 하지만 비즈니스모델과 주주가치 면에서 도시가스업체와 LPG업체는 ‘가스’라는 글자만 빼면 확연히 달라집니다. 도시가스 회사의 성장(?)에 투자할 것인지, LPG 가스회사의 주주가치에 투자할 것인지의 결정만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