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디지털 기기 이렇게 진화했다

 IT전시장 뿐만 아니라, 캠퍼스에도 하이테크 바람이 불고 있다. 학생들의 책가방이 가벼워지고 한 손으로 모든 일을 뚝딱 해치울 수도 있게 됐다. 책가방의 두꺼운 영어 사전, 일어 사전 대신 수첩만한 전자사전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던 공중전화가 작은 내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2005년 대학생들의 소지품들이 더욱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만약 지금의 대학생을 1980년대로 돌려보낸다면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먼저 당장 친구와 연락을 해야 하는데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공중전화를 찾아 다녀야 할 것이고, 지난 신문 기사 하나를 찾기 위해서 도서관의 신문철을 죄다 뒤져야 할지도 모른다.

 

 80년대, 90년대 학번 선배들의 캠퍼스와 지금의 모습은 얼마나 변했을까. 대학 생활의 하나 하나를 생각해보면 변하지 않은 곳이 하나도 없다.

 

80년대 최고의 유행, 소니 워크맨

 

 1980년대 젊은이들이 가장 갖고 싶어 했던 선물 1위는 단연 워크맨이었다. 원래 워크맨은 소니(SONY)에서 개발한 카세트 테잎 플레이어 브랜드명이었다. 브랜드가 제품을 대표하게 되자 제품군을 대표하는 대명사로 사용되게 되었다. 워크맨은 실내를 벗어나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당시 새로운 문화와 음악을 갈망하던 젊은이들에게 워크맨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특히 카세트 테잎 재생 기능 외에 녹음과 라디오 수신 기능, 구간 반복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면서 학습의 도구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워크맨의 바톤을 이어받은 주자가 CD플레이어와 MD플레이어다. CD플레이어는 기존 카세트 테잎보다 월등히 앞서는 음질이 장점이 무기였다. 또한 비순차적인 재생 방식은 음악 매니아들의 구미를 자극했다. 하지만 초기 CD플레이어의 가장 큰 약점은 충격에 약해 이동간 재생의 불안정성이었다.

 

 워크맨의 음질, CD플레이어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린 제품이 바로 MD플레이어다. 특히 작고 얇은 크기로 3.5인치 플로피 디스크 크기의 디스크를 이용해 듣고 싶은 음악을 녹음, 편집하고 재생할 수 있었다.

 

 2000년을 넘어서면서 MP3라는 고음질 음악 압축 기술이 발달하면서 음악의 파일화가 쉬워지고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음악 파일의 공유가 쉬워지면서 MP3플레이어가 폭발적인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MP3플레이어는 별도 테잎이나 디스크가 필요 없고, 배터리 역시 본체 일체형으로 단출한 크기에 가벼워 휴대성이 뛰어나다. 또 최근에는 몇 십GB 용량의 제품도 출시 예정인데 일반적인 음악파일을 저장한다면 수 천곡의 음악을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다.
 
 그동안 음악 재생 기기 시장은 소니(SONY)나 파나소닉(PANASONIC)와 같은 일본 기업이 장악하고 있었다면 MP3플레이어 시장은 국내 업체의 선전이 돋보였다. 미국 애플사의 아이팟의 국내 진출에도 불구하고 레인콤의 아이리버와 삼성전자의 옙, 거원시스템의 아이오디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워크맨의 진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MP3 플레이어는 다시 두 가지 길을 걷기 시작했다. 더 작고 편리한 초 미니화, 그리고 대용량 다기능의 만능 기기를 향한 두 가지 길이다. 그 중 후자의 선택은 ‘음악듣기’에서 ‘영상보기’로 영역을 확장이 특징이다. 기술의 발달에 따라 MP3도 동영상 재생 기능을 추가하여 휴대용 미디어 재생기라는 PMP(Portable Media Player)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

 

 MP3 플레이어 업체인 엠피오는 지난 3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통신박람회 ‘세빗 2005’에서 20기가 HDD와 리모콘 겸용 MP3플레이어, CD플레이어를 한 번에 묶은 ‘엠피오원’을 선보였다. 이 모델은 MP3 플레이어의 추세가 대용량쪽으로 흘러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작고 단순한 플래시 메모리 형태의 MP3 플레이어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한 PMP 기능의 것이다. 소형 MP3 플레이어를 대용량 HDD나 CD 플레이어에 연결하면 리모콘이 되지만, 연결하지 않더라도 자체로서 영상과 음악이 함께 나오는 PMP 기능을 갖춘 기기가 된다.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보이지 못 했던 소니도 오는 5월 2일 PSP(PlayStation Portable)로 국내 공략에 나선다. PSP는 무선 초고속 인터넷 접속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 VOD (Video On Demand)와 MOD(Music On Demand), 전자책, 미니홈피 등 다양한 콘텐츠 이용이 가능하다. 또한 4.3인치 크기의 LCD화면으로 고화질 3차원 그래픽 게임 뿐만 아니라 다른 PSP 사용자와 네트워크 연결하여 같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PSP는 MP3플레이어, PMP를 능가하는 차세대 워크맨으로 부상하고 있다.

 

 

컨버전스의 중심에 선 휴대폰

 

 지금부터 10년 전 히트 상품은 모토롤라 무선 호출기였다. 소위 ‘삐삐’라고 불렸던 이 호출기는 유선 전화에서 탈피해 어디에서든 연락을 할 수 있어 금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메시지로 ‘38317’ 등의 암호 같은 숫자를 보내 사랑을 속삭이기도 하고, 약속 장소에 도착하지 않은 친구에게 ‘8282’라는 메시지를 보내 재촉하기도 했다. 현재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이 012, 서울이동통신/나래이동통신 등이 015라는 번호로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현재는 대부분 부도가 나거나 다른 사업으로 전향한 상태다. 1997년 당시 가입자 1,500만 명을 정점으로 현재까지 급격히 줄어 군인과 의사들을 중심으로 2만 여명정도가 사용 중이다.

 

 그 후에 호출기의 단짝 격으로 발신만 가능한 씨티폰이란 것이 등장했지만 곧이은 PCS 서비스의 등장으로 빛이 바랬다. PCS시장에서는 SK텔레콤과 KTF, LG텔레콤, 신세기통신, 한솔텔레콤 등이 이동통신사로 시장 다툼을 벌였으나 신세기통신과 한솔텔레콤은 각각 SK텔레콤과 KTF에 합병되었다.

 

 국내에 첫 국산 휴대폰이 나온 불과 16년 전만 해도 바형에 필통 만한 크기에 송수화기능만 가능했다. 하지만 이젠 플립형, 폴더형, 스위블형, 슬라이드형, 스위형(가로보기 폰) 등 다양한 형태는 물론, 카메라, MP3는 기본이며 공중파 방송까지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게 됐다.

 

 이 뿐만 아니다. 다음 달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 게임 기능을 대폭 향상 시킨 휴대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3D게임은 물론이고 동작인식 기능이 추가돼 버튼을 누르는 방식을 탈피하고 휴대폰을 좌우 위아래로 흔들어 게임을 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카메라 기능도 이미 500만 화소는 그리 놀랄만한 이야기거리도 아니다. 이제는 캠코더폰으로 불릴만한 대용량의 휴대폰도 출시될 전망이다. 또 최근 휴대폰 업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서비스 분야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길을 걸으면서 휴대폰으로 TV를 볼 수 있게 된다. 현재 휴대폰 사용자수가 3,700만 명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앞으로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똑똑해진 전자사전

 

 대학생들 가방에서 빼놓지 않는 것이 사전이다. 영한사전은 기본이고, 일본어 중국어에 따라서 또 사전이 필요하다. 필요한 만큼 갖고 다니기에 편하면 좋겠지만 종이사전 하나의 두께와 무게가 왠만한 책의 두 세권 몫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작은 수첩 크기로 수십 권의 종이 사전의 내용을 통째로 넣어 다닐 수 있게 됐다. 바로 전자사전의 등장이다. 전자사전은 10년 이전부터 있어 왔지만 최근 외국어 능력의 중요성이 크게 증대되면서 두꺼운 사전 대신 전자사전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대학생들은 일본 브랜드인 샤프전자과 카시오의 제품을 가장 널리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 제품인 에이원프로가 대학생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MP3플레이어 아이리버로 유명한 레인콤은 얼마 전 딕플이란 제품을 내놓아 출시 한 달 만에 2만대가 팔려 나가기도 했다.

 

 최근 전자사전의 발전은 눈부시다. 전자사전 하나에 MP3 재생 기능, 사진 감상 기능, 동영상 재생 기능, 전자책 기능 등 타 제품의 기능을 통합되고 있다. 또 기존 사전 기능을 강화해 유의어, 파생어 사전 등이 추가되고 있다. 

 

 

생활의 필수품, 컴퓨터의 변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가 있었다면 대학생들은 레포트라는 것이 있다. 초기 대학생들의 손은 대부분 펜으로 시작해 타자기, 전동/전자 타자기, 키보드, 마우스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에는 다시 펜으로 쓰는 문화가 부상하고 있다. 태블릿과 전자 펜이 머지 않아 대중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90년대 이후 각 가정과 기업에 보급화된 PC는 문서 작업부터 기술 개발, 각종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통합되어 생활 속 깊숙히 파고 들기 시작했다. 특히 90년 후반부터 밀려든 인터넷이란 큰 물결은 컴퓨터를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한 계기가 됐다.

 

컴퓨터는 다른 디지털 기기보다 늦게 걸음마를 뗐다. 놀라운 기술의 발전을 거듭했지만 휴대성이 떨어져 노트북의 대중화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1Kg대의 경량 노트북이 나오고 무선 인터넷이 보급화 되면서 캠퍼스에서도 노트북은 별난 구경거리가 아니다. 

 

최근에는 컴퓨터의 최소한의 기능을 담은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s)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대학생들도 PDA를 통해 모바일 컨텐츠 서비스를 받는다거나 일정관리, 모바일 오피스 기능, 최근에는 전자사전의 기능이나 전화도 PDA를 이용해 할 수 있다.

 

한편 차세대 컴퓨터로 태블릿(tablet) 컴퓨터가 주목을 받고 있다. 태블릿 컴퓨터는 평평한 판 위에 펜을 이용하여 입력하는 방식의 컴퓨터로써 현재의 부족한 기술력이 보완된다면 현재 노트북PC의 위치를 이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차세대 PC를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옷처럼 편하게 입고 사용하는 입는 컴퓨터의 형식으로 진화할 것이라 보고 있다. 이 외에도 인간의 몸 속으로 통과시켜 의료 정보를 알아내는 먹는 컴퓨터, 몸 속에 신체의 일부처럼 집어넣어 사용하는 이식형(implanting) 컴퓨터도 머지 않은 미래에 상용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승현 coolday22@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