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계 : 암도진창 ( 暗渡陳倉 )

"암도진창 (暗渡陳倉)" 이란 뜻은 "아무도 모르게 진창을 건넌다" 라는 뜻으로 "명수잔도 (明修棧道)"와 짝을 이루고 같이 사용된다.. 즉 '잔도를 수리하는 것처럼 보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창으로 건너가다' 는 의미이다..

 

그러면 여기서 "암도진창" 에 얽힌 고사부터 잠깐 살펴보기로 하자..

 

" 진시황의 진나라가 망한 뒤 한나라의 유방이 초나라의 항우와 천하를 다투다가 항우의 힘에 밀려 유방은 일시 한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한중이라는 곳은 높은 산과 계곡으로 차단된 험준한 지역으로 예로부터 그 쪽은 길이 없어서 '잔도"라는 사닥다리를 타고 왕래하였다..유방은 한중으로 들어가면서 바깥 세계와 통하는 유일한 통로인 잔도를 불살라 버렸는데 이는 항우에게 자신은 중원으로 진출할 의사가 없음을 보이기 위한 것이었다..

천하를 다투기 위한 결전의 날이 다가오자 유방은 항우를 속이기 위해 자신이 한중으로 들어오면서 불살라 버렸던 "잔도"를 수리하는 체하였는데 (명수잔도) 그러면서 자신의 주력부대는 몰래 빼돌려 깊은 산길로 우회하여 진창으로 진격하였다...잔도를 수리한 뒤 그 길로 오리라고 여기고 있는 항우의 군대를 진창으로 우회하여 기습공격하고 중원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암도진창" 은 명수잔도 (明修棧道 : 들어내 놓고 잔도를 수리함) 와 짝이 되는 말이기도 한다..

암도진창은 눈 앞에 보이는(明) 정면돌파가 아닌 일종의 우회공격(暗) 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명(明)과 암(暗)이 상징하는 것처럼 기책과 정공법을 교묘히 배합하면서 승리로 이끄는 계책이라고 할 수 있죠..

 

또다른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지난번 7계에서 말한 "무중생유"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예를 들겠습니다..노르망디 상륙을 위해 구체적으로 사용한 방법이 무중생유라면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즉 있지도 않은 3군사령부를 칼레해안과 가까운 영국동부의 해안에 배치한 것이나.. 있지도 않은 병력과 차량, 각종 장갑차들을 고무병기로 만들어 마치 많은 병력들이 그 근처에 집결해 있는 것처럼 하는 방법 등도 전부다 독일로 하여금 "명수잔도 암도진창" 이라는 계책에 제대로 속아들도록 위해 사용한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롯데그룹의 신격호 회장이 롯데껌으로 성공하여 한국에 진출하여 롯데제과를 세웠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가 제과업을 하는 줄만 알고 있었죠..그러나 그의 본심은 유통업에 있었습니다..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한국의 땅을 사들여 백화점 겸 부동산 장사를 한 것이죠..그가 처음 한국에 진출하여 세웠던 제과업이 "명수잔도"라면 유통업은 "암도진창"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저번에 말한 무중생유와 오늘의 암도진창 그리고 다음에 말하게 될 12계책들까지는 적전계로써 앞선 승전계(1계 - 6계 : 충분히 이길수 있는 조건이 갖추워져 있는 상황에서 사용하는 계책) 와는 달리 나와 적의 세력이 서로 비슷하여 상대할만한 형세에서 사용하는 계책입니다.. 어떠한 계책을 써서 적을 혼란에 빠뜨릴 것인가? 적을 어떻게 나의 책략속에 끌어들일 것인가에 집중하는 계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사용하는 위장술, 우회공격 등과 같은 기책들은 승리를 보다 용이하게 할 수는 있을지라도 그것만으로는 궁극적인 승리가 되지는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손자병법에서 "모름지기 싸움이란 정규전으로 적과 마주치고(정공법), 기만, 기습작전 (기책)으로 승리한다." 고 하였습니다.. 즉 싸움에서는 "기(奇)와 정(正) (정공법과 기책)" 어느 하나에만 의존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정규전만으로 적을 물리치려고 한다면 너무 많은 힘을 소모하게 될 것이고 , 그렇다고 기만, 기습작전만을 일관되게 펴겠다는 것은 그 작전 자체가 상당한 모험을 요하는 것이므로 위태롭다고 할 수 있다..

 

음으로 치면 "궁상각치우" 5음이 기본이지만 이를 배합하면 무수한 음이 나오듯이 색깔에서도 "흑백적청황"의 기본 5색을 적절히 배합하면 무수히 많은 색이 나오는 것과 같이 정과 기를 적절히 배합하여 변화와 조화의 묘를 꾀하면 무수히 많은 계책들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 기본이 되는 정(正)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며 모든 계책들이 궁극적으로는 보다 나은 정공법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겁니다..

(암도진창의 계책은 특히 M&A 시장에서 많이 나옵니다..그렇지만 정을 잊어버리고 기책에만 너무 몰두한 나머지 M&A 이후 회사가 추락의 일로를 향하는 기업들도 많다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랍니다)  

 

주식시장에서 무엇이 "정(正)" 이고 무엇이 "기(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고 모든 계책들의 기본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인 것 같습니다..너무 기책에만 몰두한 나머지 정을 잊어버려서는 안될 겁니다..

 

"정(正)" 을 잊어버린 "암도진창"의 계책이 여러분들의 인생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지 않길 바랍니다..

다음엔 9계인 격안관화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