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했던' 2004년 그리워할수도...

[신고가 신저가를 찾아서] 동국제강

◇ 녹녹치 않은 2005년

 

동국제강이 지난 2004년 11월의 고가 19,300원을 훌쩍 뛰어 넘어 20,900원(2005년 2월 18일 기준)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와 사상 최고가를 동시에 갈아치웠다. 불과 3개월 여 만에 신고가를 갱신한 것이다. 과연 동국제강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 사상최고의 2004년 실적

 

동국제강은 봉(철근),형강과 후판을 생산 판매하는 철강업체다. 봉, 형강은 고철을 전기로에서 융해시켜 만든 빌레트를 가공하여 만든 제품으로 건설공사 시 많이 사용하고 있다. 후판은 POSCO 등 고로에서 생산된 슬라브를 가공하여 만든 제품으로 주로 배를 만드는데 집중적으로 이용한다. 동국제강의 매출 비중은 봉, 형강과 후판이 각각 53%, 47%를 차지하고 있다.

 

동국제강의 매출비중을 감안할 때 조선업과 건설업으로의 매출비중이 비슷하다. 이러한 안정적인 매출구조로 2002년부터 2003년까지는 건설업의 호황의 영향을 톡톡히 봤으며 2004년에는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량 증가로 인해 후판의 매출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조선업과 건설업으로 반반씩 이뤄진 매출 비중으로 안정성이 높다는 것이 동국제강이 가진 경쟁 업체와의 차별성이다.

동국제강의 2004년 실적은 가히 놀랄 만 하다. 매출액은 40% 이상 증가하였고, 영업이익, 순이익은 각각 90.8%, 245.9% 증가하였다. 실적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수요 급증을 바탕으로 2004년 상반기 5차례에 걸쳐 내수가격 인상을 했기 때문이다. 조선업황의 호조에 힘입어 인상한 후판 가격이 년간으로 적용되면서 후판부문의 매출증가가 봉형강부문의 외형감소를 충분히 만회하였다.

 

동국제강 실적 추이(단위 : 억원)

	매출액	영업이익	경상이익	순이익	영업이익률
2002	19,579	1,802	1,275	896	9.20%
2003	23,235	2,583	1,829	1,319	11.10%
2004	32,674	4,930	6,455	4,562	15.10%

(자료: 동국제강)

 

또한, 달러화 약세로 인한 원화 강세도 동국제강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동국제강은 후판 원재료인 슬라브를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슬라브, 철 스크랩(고철) 등의 연간 수입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약 15억 달러에 달하는 반면 직수출 금액은 약 2억 달러에 불과하다. 경상이익과 당기순이익의 급증은 기말환율 하락으로 인한 외환이익과 자회사 실적개선에 따라 지분법평가이익이 대규모로 발생한 데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국제국은 연말 배당금을 주당 750원으로 공시하였다. 이는 2월 18일 기준 3.58% 배당수익률이다. 또한, 03년 275만주, 04년 230만주 매입에 이어 향후 꾸준한 자사주 매입이 예상되어 주주를 위한 정책이 지속되고 있고 있는 점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주 요인이다.

 

◇ 2005년 수익성 하락의 가능성

 

2004년 실적 급등은 원재료인 슬래브와 고철의 가격 상승을 후판과 봉, 형강 가격에 용이하게 전가 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5년에는 2004년과 같은 가격 전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먼저 후판의 경우 동국제강은 POSCO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산 후판이 사용되고 있다. 경쟁업체대비 높은 가격 수준을 고려할 때 동국제강이 가격을 인상하려면 부득이 경쟁사인 POSCO나 일본산후판제품의 가격인상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POSCO는 선도적으로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는 관행이 있어 철강석 가격이 폭발적으로 상승하지 않는 한은 후판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낮은 상태다. 일본산 후판도 환율 하락에 따라 원화 기준 일본산 후판 가격과 동국제강의 후판 가격이 더욱 벌어진 상태라 일본산 후판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기 전에는 동국제강 후판 가격 상승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반면에, 후판의 원재료인 슬래브 가격은 국제 현물가격은 $450인데 비해 현재 동국제강이 구매하는 슬래브 가격은 $350에 불과하다. 향후 동국제강의 슬래브 조달물량은 국제 현물 가격에 수렴할 수 밖에 없어 원가율 상승이 예상된다.

 

봉, 형강의 시황은 건설경기의 그늘을 피할 수 없다. 건설경기 둔화로 2004년 98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증가율이 감소를 기록한 철근생산은 2005년에도 둔화세가 연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방산업의 부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봉,형강업체의 대응책은 출하량 조절을 통해 가격을 보전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수요가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가격을 내려도 수요 확대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동율 하락은 원가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가격방어에 성공할 경우에도 외국산 제품의 수입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점은 또 다른 부담이다.

 

2004년 철강업체는 화끈한(?) 한 해를 보냈다. 동국제강도 뒤지지 않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사상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다. 2004년만큼 녹녹치 않은 2005년을 어떻게 대처야 나갈지 지켜 볼 일이다.

 

김세훈(shkim@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