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정서는 경제협약이다

한국은 영원한 에너지 수입국인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의정서」가 오늘(2005. 2. 16) 드디어 발효됐다. 온실가스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고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피하려면 지금보다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80%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경고해 왔다.

기상청은 올해 울 나라 여름 날씨가 기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더울 것이라고 관측을 했고, 언제 부턴가 이상기후로 인한 폭우, 폭설 등의 현상으로 인한 재해발생 뉴스는 이제 ‘이상기후’가 ‘일상’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 국가별 이산화탄소 배출량 비율 ⓒ 한겨레

문제는 뭐냐 하믄 국제사회에서 울 나라를 개발도상국으로 보느냐 하는 점이다. 그리고 개도국에 대한 의무 유예가 과연 얼마나 가겠느냐는 점도 역시 문제다.

현재 한국은 개도국 대우를 받고 있어 감축의무는 없다. 근데 울나라는 역시 개도국 대우를 받고 있는 중국, 인도, 브라질 같은 나라들과 함께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중이고, 현재 9위다.

즉, 경제규모는 세계12위 에너지 수입은 10위, 온실가스 배출량은 9위인 울나라가 언제까지 개도국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고, 특히 옆 나라 중국의 경우 경제성장을 7% 할 경우 에너지 수요는 10%씩 늘어나기 때문에 에너지 수급 문제에 국가의 사활을 걸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대체에너지가 절실한 나라가 중국이고 울나라도 비슷하다.

특히 미국의 태도를 주목해야하는데, 미국은 부시 대통령 취임 후 2001년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했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가 미국인데 요따우로 나오니까, 당연히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지만, 부시는 그런 거에 관심이 없다.

근데 문제는 미국이 「교토의정서」에 관심이 없는 척(?) 하는 지금은 그래도 괜찮지만 언젠가는 미국이 기후문제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 확실한데 사실 그때가 더욱 문제다.

왜냐믄, 이번 협약은 엄밀하게 말하면 ‘환경’에 관한 협약이라기보다는 ‘경제’협약이기 때문이다. 즉, 20세기 산업사회를 이끌어왔던, 석탄, 석유,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시대의 종말을 예고하는 것이 이번 「교토의정서」의 속뜻이다.

석유자원을 독점하기 위해 침략도 불사하는 미국이 앞으로는 석유 때문에 침략 할 확률이 줄어든다는 뜻이고, 그 대신 다른 목적으로 침략의 전통(?)을 이어갈 것인데, 지난해 초에 나온 펜터곤 보고서에서는 ‘이상기후로 인한 식량부족’이 전쟁의 가장 큰 이유로 떠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환경문제가 경제적 생존과 맞물리면서 우리의 피부에 와 닿는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그런데 조금 다른 면에서 보면 이라크 전쟁을 통해 미국이 유일하게 얻은 것은 유가를 배럴당 2~30 달라 대에서 4~50 달러 정도로 상승시켰다는 점인데 그러면 당연히 미국의 석유회사들 수입은 늘어난다.

근데 유가가 올라가면 석유수요는 감소하고 대체 에너지에 대한 수요 역시 올라가기 때문에, 거시적으로 보면 석유회사들한테 꼭 이익이라고 만은 할 수 없다. 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오일쇼크가 환경문제와 대체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폭증시킨 측면이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문제는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갑자기 미국이 환경을 인권문제처럼 떠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오마이뉴스〉 보니까 유럽에선 화석연료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데, 화석연료 가격이 올라가면 화석에너지 업체와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 부담이 늘 것이고, 그리고 올해부터 유럽에선 에너지 다소비 업체를 대상으로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된다.

업체는 에너지효율 향상이나 에너지 전환을 통해 할당받은 배출권보다 배출량이 줄면 남는 만큼 배출권을 팔 수 있고 반대로 화석연료를 더 소비하여 배출허용량보다 더 배출량이 늘면 초과분만큼 배출권을 사와야 한다.

배출권 거래에 대해서 일각에서는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는 권리를 돈으로 사고판다는 비판여론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기업에게는 분명 부담이 된다.  

즉, 에너지 효율이 높은 기업은 배출권 장사해도 의외의 부수입을 남길 수도 있다는 뜻이다. 내가 보기에 유럽은 자국기업들의 환경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보조금을 주는 것처럼 「교토의정서」를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 효율이 기업 생존에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며 이것은 유럽연합 바깥의 동종업종으로 파급될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의 자동차업체들이 계속 유럽에서 자동차를 팔려면 유럽자동차 메이커의 높은 연비 수준을 의무적으로 맞추어야 한고, 이번 「교토의정서」 발효로 석탄, 정유 같은 화석에너지 업종과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펄프 같은 에너지 다소비 업종은 긴장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문제는 미국이다. 미국은 「교토의정서」와 별 상관이 없는 듯 하지만, 환경의식 투철한 유럽사람들에게 물건 팔아먹으려면 미국기업들도 어떨 수 없다. 따라서 이로 인한 무역분쟁 가능성도 있고 그래서 「교토의정서」는 알구 보믄 경제협약의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 유럽연합은 2020년까지 재생가능 에너지 비중을 20%로 높일 계획인데, 이를 통해 1990년 대비 유럽연합 온실가스 배출량을 17.3%까지 줄일 수 있고,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는 아예 재생에너지 산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그럼 미국은 어떨까? 미국은 대체에너지에 대해 별 관심이 없을까? 미국도 마르고 닳도록 석유를 파먹을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안다. 특히 에너지 회사들이 잘 안다. 

그래서 대체에너지의 수요증가와 시장형성 시점을 봐서 갑자기 미국이 환경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나설 조짐이 있다는 거다. 부시는 지금 민주화 투사(?)지만 앞으로 비슷한 미국 대통령이 환경운동가를 자처할 공산도 있다는 소리다. 왜? 순죤히 경제 때문에.

화석연료를 에너지로 사용하는 지금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는 미국이 차세대 대체 에너지라고 해서 패권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 온실가스 배출이 급격히 증가하는 중국에게는 환경을 빌미로 하는 ‘에너지 공세’가 ‘인권 공세’보다 더 무섭기 때문이기도 하고.

올해 「제 1차 동아시아정상회의」가 개최될 예정인데, 이는 지난해 「아세안 +3 회담」에서 결정됐다. 근데 당시 정상회담 전날 개최된 외무장관회담에서는 동아시아정상회담 일정을 올해 3월쯤 다시 논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었다. 미국의 눈치가 보인다는 거다.

지난해 5월 경 〈중앙일보〉하고 미국의 기업연구소(AEI)가 서울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미국 쪽 애들은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에 대해서 쌍수 들어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미 국무부의 소문난(?) 꼴통 존 볼튼이 AEI출신이고, 에버슈타트라는 연구원은 대북강경책을 떠드는 네오콘 계열의 새끼꼴통(?)인 점을 보면 이들이 네오콘의 씽크탱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쯤 되면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에 대한 미국의 속내가 보인다. 그런데 「아세안 +3 외무장관회담」에 이어 다음날 개최된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들은 전날 외무장관들의 결정을 뒤집고 올해 「1차 동아시아 정상회의」를 강행하기로 결정을 했다. 사실 이건 좀 이례적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동아시아 정상회의」가 유럽 같은 지역공동체로 가는 과정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했고 다른 정상들도 공감을 하는 대목이다.

그러니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중일 3국과 아세안이 유럽 같은 막강한 공동체로 통합해가는 것을 좌시할 수없는 입장이고, 특히 한중일 3국은 에너지소비 증가에 있어서 이미 세계최고 수준이고 미국에서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올리는 점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내가 보기에 이번에 한국과 중국, 인도, 브라질 같은 나라들이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지

▲ 교토의정서 발효 일정 ⓒ 한겨레

즉, 석유를 비롯한 기존의 에너지가 이미 산업화시대의 유물이라는 인식이 보편화 되고, 확실한 차세대 에너지원이 드러나면 그때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환경공세는 전면전 수준으로 강화될 것이 우려된다는 거다.

물론 첫 번째 타겟이 동아시아 국가들, 그중에서도 한국과 중국이다. 일본은 이미 한발을 뺐으니까. 동아시아 국가들의 시장이 더 커지기 전, 아직은 선진국들이 시장의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는 동안 그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버드 캐피탈그룹의 창업자인 월리엄 카노프라는 친구가 지난 94년에 『21세기쇼크』라는 저서에서 21세기에는 분명이 화석연료의 시대가 끝날 것으로 예측했는데, 미국은 지금은 안그런 거 같지만 이미 대비를 해놨다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우리가 과거 우르과이 라운드 시절 강 건너 불 보듯 하다가 농민들이 아작난(?) 경험이 있는데, 지금은 뭔가 대비를 하고 있는지? 상당히 궁금하고, 무조건 에너지를 수입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들기도 한다.

「교토의정서」는 분명히 우리에게는 우려할 사안이다. 그런데 잘 하면 만년 에너지수입국에서 벗어날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따지고 보믄 환경오염의 주범은 선진국들이다. 근데 그들이 환경 무지 생각하는 척(?) 하면서 차세대 에너지에서도 패권을 추구하고, 그것을 빌미로 후발 개도국들의 경제성장을 압박하려 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면 좀 지나치게 부정적인 관점이라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자고로 국제사회에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라는 것은 항상 포장지에 불과하다는 것이 명백한 사실이고, 국제사회의 에너지 패러다임을 바꿀 힘이 ‘그들’에게 있는 이상 그들이 그 힘을 안쓴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하다.

지금 울 나라는 중동산 두바이유에 의존해서 산업을 유지하는데, 앞으로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에너지를 수입하던가 로열티를 주던가 하는 조까튼(?) 상황이 올 개연성도 있고, 따라서 내친김에 아예 발상을 전환해서 우리도 만년 에너지 수입국 졸업하고 차세대 에너지에 대해서는 로열티를 주기보다는 받는 쪽으로 지금부터 머리 쓸 필요가 있지 않은가 싶다.

요즘 새로운 성장동력 이야기 많이 하는데 대체 에너지 사업만한 기술집약 산업도 없고 이만한 성장동력도 없어 보인다.  

요즘 경기가 살아날 조짐이 보이는데, 앞으로 남북문제도 풀리고 한참 잘 나가다가  「교토의정서」 때문에 찬물 끼얹는 상황이 오면 졸라 황당하잖아?

ⓒ ke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