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건설名家' 재도약 가능할까

[굿투그레이트] 현대건설

◇ 화려한 과거
 
요즘 MBC드라마 영웅시대에서는 최불암(천태산)이 경영하는 세기건설이 태국의 고속도로 공사를 마무리하고 경부 고속도로 건설에 들어가는 장면이 나오고 있다.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한국의 건설사에 큰 획을 긋는 해외 공사를 밀어붙이고, 예산과 기술면에서 도저히 불가능할거라고 여겨졌던 경부 고속도로 건설에 성공한 세기건설의 이야기는 현대건설이 걸어온 길이기도 하다.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의 모태이자 정주영 회장이 생전에 가장 애정을 쏟았던 기업이다.
   
현대건설은 1950년 설립된 이후 54년의 업력을 쌓아 온,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대·최고의 건설업체로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였다. 1955년 현대상운(주), 1971년 현대콘크리트(주)를 합병하였으며 1984년 12월 주식을 상장하였다. 현대그룹 계열회사로서 창사 이래 소양강댐과 고리 원자력발전소·포항제철(주)·경부고속도로 등 많은 국내 공사를 수행해 왔으며, 1965년 태국의 고속도로공사에 참여함으로써 국내 건설업체로서는 처음으로 본격적인 해외시장을 개척에 성공하는 등 그 위상을 크게 떨쳤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를 전후한 국내외 사업환경의 악화 및 현대그룹의 유동성 문제 부각 등 일련의 위기상황을 거치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기존 현대그룹의 해체에 따른 계열분리를 거쳐, 현재는 소규모 건설관련 관계사들만 거느린 사실상의 독립기업으로 변모하였다.
 
IMF외환위기로 인해 ‘98년 국내외 수주가 대폭 감소했음에도 불구, 확보된 풍부한 공사물량을 바탕으로 한 전반적인 매출신장세는 ‘00년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기 발행된 CB의 주식전환 등 차입금 감축 노력에도 불구, 연간 매출액을 상회할 정도로 증가한 차입금에서 발생한 금융비용이 지속적으로 실적에 대한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다. 도한 외형 확장을 위해 수주했던 해외부분의 영업수익성 저하로 ‘98년 이후 실적은 연속적인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내부 구조조정작업이 시작된 ‘00년과 채권 금융기관 공동관리대상기업으로 편입된 ‘01년 중에는 해외 부실채권 등 과거 누적된 부실요인이 정리되는 과정에서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하였다.
 
이와 같은 부실요인 정리작업이 어느정도 마무리된 가운데 채권금융기관에 의한 대규모 출자전환 및 구속성 자산의 매각 등으로 차입금이 대폭 감축된 ‘02년부터는 영업실적이 다시 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 동안의 대내외적 신인도 하락에 따른 수주 부진의 영향으로 영업이 위축되는 가운데 해외 저가수주 물량이 동사 실적개선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함으로써 큰 폭의 실적개선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 현대건설의 현재
 
오랜 업력과 풍부한 시공경험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구가해왔으나, IMF이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의한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대상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한 때 어려운 시기를 겪기도 하였다. 그러나, 채권단의 대규모 지원 하에 고정자산의 현금화를 통한 자산효율성 제고 등 내부 구조조정을 거쳐 재무안정성이 크게 개선되고 있으며, 고위험 저수익 해외공사부문의 축소와 수익성 위주의 국내공사 선별수주 전략의 효과 등으로 최근 들어 전반적인 영업실적도 회복세를 보이는 등 재도약의 계기를 맞고 있다.
 
2004년에는 수주 극대화에 역량을 집중, 국내 대형 공공공사와 해외에서의 양질의 공사 수주로 수주고가 7조20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돼, 국내 건설사 중 최고의 수주실적을 기록하게 됐다. 총 수주잔고는 2004년 말 현재 22조1200여억원으로 약 4년 반 이상의 풍부한 공사물량을 확보했다. 특히, 현대건설은 이 같은 수주 및 실적 호조, 재무구조 안정 및 수익구조 개선 등의 성과를 바탕으로 신용등급이 두 차례에 걸쳐 상향 조정되고, 주가가 크게 오르는 등 시장의 신뢰를 완전 회복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정릉 현대홈타운 조감도>
 
현대건설은 토목, 건축, 플랜트, 전기 등 건설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국내의 대표적인 도로, 교량, 댐, 발전소, 주거시설 등 거의 모든 건축, 토목 공사 작품을 만들어냈다. 또한,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자력발전소 시공기술 자립도 100 %를 달성하는 등 국내 건설 기술 향상에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아파트 부분에서 1970년대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통해 선보여진 "현대 아파트" 브랜드는 대단지 아파트의 효시이자 아파트 대명사로 자리매김했으며 이후        <현대 목동 하이페리온 조감도>

디지털 시대의 가족애를 표방한 "현대홈타운", 최고급 최첨단 주상복합 아파트 브랜드 "하이페리온"을 도입하면서 대한민국 최고 건설사를 추구하고 있다. 

◇ 현대건설의 미래
 
IMF 이후 해외비중은 최고 42%까지 상승하며 현대건설의 결정적인 수익악화의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해외 건설의 현대건설의 미래를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공사 중에서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은 지난 1997-2000년 초반까지 수주 된 동남아 지역의 공사들이다. 싱가폴, 대만, 홍콩 등에 집중되어 있으며 원가율이 지난 2001년 116.8%과 2002년 112%로 손해나는 장사를 한 셈이다. 그러나 2003년부터는 악성공사 마무리와 중동지역의 플랜트 및 신규수주 및 매출계 상으로 손실요인이 감소하게 되었다. 

해외시장 중 특히 중동시장의 성장이 눈여겨 볼 부문이다. 최근 중동지역은 유가급등으로 플랜트 및 발전시설 투자가 확대되고 있고 이라크의 재건 사업들이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택과 토목 위주의 저 수익 동남아 공사와 달리 고수익 중동 플랜트 시장 중심으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해외건설 비중이 높은 동사의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 특히 국내 건설사상 최대인 25억 달러 규모의 이란 사우스파 15ㆍ16단계 공사 수주가 기대돼 해외건설 부문의 실적은 지속적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유가에 대한 후광효과는 최소한 2007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산유국들이 2003년부터 설비투자를 집중하기 시작했고 완성시기를 2~3년으로 추정하면 2007년까지 매출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국제적인 신인도를 지난 국내 대표 건설업체다. 국제 Construction and engineering 기업들의 신인도를 보면 매출액 기준으로 2003년 기준 총 225개 기업 중에서 현대건설은 지난 해 14위를 차지했다. 또한 중동지역에서는 5위, 플랜트 사업에서는 10위를 차지하는 등 현대건설의 기술력과 신인도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현대건설은 국내에서의 안정적 수주뿐 아니라 해외시장의 수주증대로 ‘건설명가’의 명성에 걸맞는 성장세가 기대된다.
 
◇ 현대건설 투자, 이 부분은 주의 깊게 살펴야
 
현대건설의 리스크 요인을 꼽으라고 하면 우선 국내 주택 경기가 매우 안 좋다라는 것을 들 수 있다. 건축부문의 지난 해 실적은 악화되어 주택경기위축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규제 및 경기침체에 따라 따른 주택가격 하락과 주택수요 위축으로 재개발 및 재건축 중심으로 공사착공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건설은 최소한 2005 년까지는 배당을 기대하기 힘들다. 다만 누적결손금으로 인하여 법인세도 최소 2006 년까지는 부과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장점이다. 배당금이 없다는 점은 분명 약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대목이다. 부채비율도 2004년 상반기 519.1% 이다. 2004년 온기로도 40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수준의 부채비율은 타 우량 건설사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이라크 미수금 처리 부문 및 앞으로의 해외 건설 사업 또한 잠재적인 부담요인으로 남아있다. 특히 중동 지역의 건설사업은 이라크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리스크가 큰 사업이다. 종교적, 정치적 갈등이 크고, 이로 인해 발주하는 주체로부터 공사 대금을 끝까지 수주해낼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유가 상승으로 인해 오일 머니의 수혜를 입고, 대규모 건설 사업을 따낼 수 있지만 그 사업이 언제든지 부실 덩어리로 골치를 썩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라크 사례를 거울 삼아 앞으로는 좀 더 보수적으로 수주전략을 짤 수도 있다. 하지만, 해외 부문이 커질수록 잠재적인 유동성 리스크가 증가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주가 측면에서 최근 몇 달 사이 주가가 급등한 점도 부담이다. 사실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사 중에서 최고의 턴어라운드 종목으로 부상되며 많은 애널리스트들로부터 많은 매수 추천을 받고 있다. 그 결과 현재의 실적만 놓고 볼 때 PER나 EV/EBITDA와 같은 가치 지표 측면에서 타 우량 대형건설사보다도 오히려 더 높은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최고의 수주량, 점차적으로 개선되는 현금흐름, 이란을 비롯한 대규모 해외 공사의 높은 수주가능성 등 현대건설의 장점들에 대해 시장에서는 충분히 인식을 하고 있고, 그런 기대감이 어느 정도 주가에 선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대건설을 투자시에는 부채비율의 감소와 배당금 지급 여부, 이라크 미수금 처리 등을 지켜보면서 주가가 리스크를 반영하고 있는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판단될 때 손을 내밀어야 한다.
 
김민국 / kim@viptooza.com
김세훈 / shkim@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