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유통망 제휴 '한국化' 시동

[언더그라운드 가치주] 한국네슬레

양동선 05.03/04 08:17 조회 3711 누적점수: 0

국내 인스턴트 커피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회사는 동서식품과 한국네슬레다.

동서식품의 주요주주가 Kraft Food International인데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네슬레는 네슬레 S.A가 100%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이들 기업들은 외국계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동서식품이 1968년 5월에 설립된 후 1970년 10월 외자도입법에 의해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등록된 반면 한국네슬레는 1987년 10월에 설립된 후 1993년 9월 네슬레식품㈜을 합병함으로써 국내 인스턴트 커피시장은 본격적으로 양대산맥 구도로 정착됐다.

하지만 실질적인 시장점유율은 7:3의 차이로 동서식품이 압도적으로 높다. 커피라는 중독성 음료를 경쟁업체보다 20년 먼저 미리 선점한 First come 효과가 이러한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 것으로 분석된다. 흔히 다방커피로 대변되는 동서식품의 맛에 국내 소비자들은 어느덧 “중독”이 되었고 한국네슬레는 후발업체로서 이들의 입맛을 바꾸기에 많은 비용을 감수해야 했다.

우선 커피와 같은 기호식품은 광고의 중요성에 대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왜냐하면 커피는 하나의 문화이고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들 역시 광고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난 5년 동안 광고비를 꾸준히 증가시켰다.

하지만 동서식품의 연간 광고비 규모는 한국네슬레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물론 한국네슬레의 광고비 규모가 1999년 250억 원에서 2003년 400억 원까지 연평균 12.5%의 상승률을 기록해 동기간 동안 동서식품의 8.8%를 앞질렀다고는 하나 규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욱이 동서식품의 경우 광고비 비중이 꾸준히 감소해 2003년 기준으로 매출액 대비 9.3%인 반면 한국네슬레는 지속적인 매출액의 감소로 광고비 비중이 19% 수준까지 높아졌다.

광고비 이외의 마케팅 관련 비용인 판촉비 추이 역시 동서식품의 경우 1999년 기준으로 지난 5년 동안 360억 원에서 644억 원으로 연평균 15.5% 증가한 반면 한국네슬레는 동 기간 동안 오히려 10.4% 감소했다. 유통망의 취약성은 둘째치더라도 동서식품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한국네슬레는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대대적인 조치에 들어갔다. 우선 광고와 관련하여 1993년부터 자사광고를 지속적으로 제작해 온 코카콜라 광고대행사로 유명한 멕켄에릭슨을 한국적인 정서에 적합하지 않은 이유로 2002년 휘닉스 커뮤니케이션으로 바꾸는 등 진열을 재정비했다.

또한 유통망의 취약성을 인식하고 국내 유수 음식료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음으로써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기로 했다. 국내 유수 음식료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는 유통망의 확대뿐만 아니라 매출품목을 확장시킬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상기 표는 현재 한국네슬레의 제휴현황을 나타낸 것인데 기존의 커피사업뿐만 아니라 국내 유수 음식료업체들과 제휴함으로써 유아식, 생수시장 등 신규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전략적 제휴은 루트 세일이라 불리는 소매영업망의 취약성을 극복하고 국내 시장의 현지화에 성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국네슬레의 공격적인 전략적 제휴 이면에는 1998년부터 시작된 구조조정과 무관하지 않다. 왜냐하면 전국의 영업조직을 7개로 축소시키는 등 자체 영업부서를 축소시키면서 그동안 고정비용의 축소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일반 소매유통영업의 취약성을 부각시켰고 한국네슬레는 이를 공감하고 전략적 제휴에 올인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고용안정에 불안을 느낀 직원들의 장기 파업(노조파업 145일, 직장폐쇄 95일)은 국제적 이슈로 떠오르기까지 했다.

한국네슬레의 공격적인 제휴의 효과가 언제부터 가시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양동선 sebian523@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