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세종류 검 적재적소에 뽑는다'

[굿투그레이트] 제일모직

지난 1954년 삼성그룹의 모태 기업으로 설립된 제일모직은 한국 산업 발전의 역사와 맥을 같이하며 10년 주기의 과감한 기업변신을 통해 직물과 패션에 이어 케미칼과 전자재료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왔다.

 

제일모직은 지난 61년 국내 최초로 복지 수출에 성공해 우리나라가 섬유수출 대국이 되는 초석을 마련했으며 83년 신사복과 캐주얼사업을 시작함으로써 직물소재에서 의류 완제품에 이르는 토털 섬유ㆍ패션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확보했다. 89년에는 첨단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사업에 진출했으며, 95년부터 반도체용 소재사업을 시작으로 전자재료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케미컬, 전자재료 사업과 토털 패션사업을 양대 축으로 하는 사업구조를 갖췄다. 2000년 5월에는 증권거래 소의 등록업종이 섬유에서 화학으로 변경되었다.

 

제일모직의 사업부문은 크게 3가지로 나뉠 수 있다. 케미칼, 전자재료, 패션&직물 분야가 그것이다. 각 사업영역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케미칼부문

 

ABS, PS, 기능성수지, 인조대리석 등을 생산하고 있는 케미칼부문은 2004년 3분기 매출액 비중 52%를 차지하고 있는 사업분야이다.

 

주원료를 외부구매에 의존하여 외부변수에 의해 이익률의 등락을 보이는 점은 단점이 있으나, 난연ABS, 압출ABS 등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이 높으며 삼성그룹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바탕으로 핸드폰용과 IT제품용 등의 기능성수지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2003년 중 증설한 ABS와 인조대리석 라인의 본격가동과 수요산업인 IT경기 호조, 국제 유가강세 및 석유화학 경기회복에 따른 제품가격 급등에 따라 매출이 40%가 증가하는 호조세를 보였다.

 

ABS수지는 아크릴로니트릴(A), 부타디엔(B), 스타일렌 모노머(S)의 중합을 통해 생산되는 수지로 이들 중간원료의 배합비율에 따라 다양한 물성의 제품이 생산된다. 다양한 물성으로 생산할 수 있는 만큼 용도도 다양하며 가격도 차별화된다. 점차 범용화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고급 가전 Housing,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원자재로서 고부가 제품으로서의 쓰임이 크다. 제일모직은 삼성전자 등 그룹 계열사 대상 시장(Captive Market)이 존재하여 안정적인 거래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대형가전의 확대에 따라 수요증가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2005~2006년 중 케미칼부문에서 수익성 회복추세의 지속성 여부이다. 2003년 ABS업계는 공급과잉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경험한바 있다. 2004년 들어 증설물량이 줄어든 데다 세계경기회복과 중국의 가전 및 IT산업의 성장에 따른 소재수요 증가로 업황이 호전되었지만 설비과잉도가 다른 합성수지 품목에 비해 높고 국내 가전업계의 생산기지이전에 따른 내수시장 축소가 수익개선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 전자재료

 

제일모직은 지난 96년 반도체 회로보호재(EMC) 사업에서 출발, 2차전지 전해액, 전자파 차폐재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왔다.

 

2003년에는 TFT-LCD 핵심소재인 도광판 양산에 들어가 디스플레이ㆍ2차전지ㆍ반도체ㆍ기능성 소재에 이르기까지 전자재료 사업이 본 궤도에 올랐다.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에 불과했던 전자재료사업을 2006년까지는 15%까지 끌어올리고 비메모리반도체, 차세대 대형TV, 2차전지 재료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세계적 수준의 소재기업으로 위치를 확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또 향후 4개 품목(DRAM용 EMC, CR, PCB용 ACF, 전해액)을 월드베스트 제품으로 육성하고 핵심인력 확보를 통한 신제품 조기사업화와 선진사와 전략적 제휴를 통한 핵심기술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전자재료 사업부 매출은 2001년 401억원에서 2003년에 896억원으로 2년만에 배증된 데 이어 2004년 3분기 누적매출 1,20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02.9% 급증하였다. 2004년 3분기 기준 매출비중은 6.54%를 차지하고 있다.

 

전자재료 사업은 향후 제일모직의 성장의 핵심 축이며, 고부가가치 사업이다.

 

성장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삼성전자, 삼성SDI 등 세계적인 IT업체와 같은 그룹에 속해 있어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으며, 그룹사와 차세대 제품개발에 동참하여 신규 제품 시장을 선점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 및 미국업체가 국내 전자재료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어 일정수준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유지한다면 빠르게 시장을 대체해 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IT경기부진의 영향으로 기대보다 성장률이 낮아질 가능성은 있다.

 

▶패션&직물

 

2004년 제일모직의 패션부문 내수부진에서도 4%의 견조한 성장을 유지할 전망이다. 그러나 소비부진과 브랜드정리 과정에서 할인율이 높아지고 판매촉진을 위한 프로모션 비용 부담이 높아짐에 따라 영업이익률이 2%이상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제일모직은 빈폴, 로가디스, 갤럭시 등 높은 브랜드 인지도에 힘입어 타 의류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충격을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원가개선 노력과 내수 경기 회복 기대로 2005년부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저수익 브랜드의 철수와 빈폴의 패밀리브랜드(빈폴lady, 빈폴-옴므, 빈폴-Golf) 등 고가 브랜드 매출의 호조세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해외 유명 브랜드만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89년, 신사, 숙녀복 만으로 명성을 지켜오던 제일모직은 철저한 시장조사와 차별화된 기획을 통해 '빈폴(Bean Pole)'을 런칭하며, 트래디셔널 캐주얼이라는 다소 생소한 시장에 발을 들여 놓았다. 런칭 이후 96년까지 평균 매출 30% 이상의 신장율을 보이며 고속 성장을 거듭해 왔으며, 94년 NO-SALE 정책을 선언, 올해까지 계속 지켜오고 있는 희귀 브랜드이다.

 

제일모직의 ‘빈폴’은 해외브랜드 일색인 고급 트래디셔널 캐주얼시장에서 유일하게 고유브랜드로서 확고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고급 캐주얼 브랜드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폴로’에 맞서 토종 브랜드가 폴로를 누른 사례는 전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일이다. 후발주자의 불리함을 딛고 출범 10여년 만에 폴로를 추월한 빈폴은 7개의 서브브랜드(Sub-Brand)를 거느린 국내 패션시장의 거인으로 우뚝 선 데 힘입어 이제 해외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위치에까지 이르렀다.

 

제일모직은 올해부터 직물부문의 생산능력을 축소하는 구조조정을 수행해왔다. 내수 경기침체와 맞물린 구조조정으로 2004년 3분기 누계로 직물부문의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23%감소했고, 수익성도 2003년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회사는 2007년으로 예정했던 직물부문의 구조조정을 2005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05년 직물 매출액은 전년대비 46% 감소할 전망이다.

 

제일모직은 3가지의 사업포트폴리오가 적절히 혼합하여 안정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제일모직을 소위 사양사업인 직물회사로 알고 있다면 큰 오산이다.

 

우선 케미칼부분은 고부가제품 비중이 높고 고정거래처를 확보하고 있어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패션의류 대표업체로써 경기와 무관하게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브랜드 선호도가 높아 경기 회복 시 수혜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전자재료부문은 2005년 매출비중이 10%를 넘을 것으로 보여 장기적인 성장축이 될 것이다. 다만 직물부분은 저 수익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점차 비중이 축소될 전망이다.

 

제일모직은 주주우선 경영을 중시하여 고배당정책을 유지할 계획이며 2000년 500원에서 매년 50원씩 안정적으로 배당을 늘려 나가는 모습이 긍정적이다. 배당 추세대로 올해 700원의 배당이 이루어 진다면 배당수익률 4.6%를 기록 배당투자로 매력적이다.

 

김민국 kim@viptooza.com

이건규 bluemoon@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