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스 '우물안 개구리' 벗어나야 산다

[주주이익으로 본 기업가치]

SK가스는 E1(구 LG가스)과 함께 국내 LPG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LPG 수입유통 판매업체다. 국내 LPG 수입업체는 이들 두 회사가 과점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경쟁상대라기 보다 동반자라고 보는 것이 낫다. 따라서 가치투자자들은 이러한 LPG 수입/유통회사들을 선호한다. 치열한 경쟁을 할 필요 없이 서로 상부상조하면서 시장에서 수익을 거둬들이는 영업구조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LPG 유통은 우선적으로 국내 정유사들이 자체 생산한 물량으로 수요를 충당하고 나머지 부족분을 국내 LPG 수입/유통회사가 해외에서 수입해서 충당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최근 3분기 기준으로 국내 민수용 LPG 총 수요는 4,738천 톤으로 나타났는데 이 중 2,350천 톤(49.6%)은 LG-Caltex 정유㈜ 등 국내 정유사가 생산 공급했고 나머지 수요분인 2,388천 톤(50.4%)은 LPG 수입유통 판매회사인 E1과 SK가스가 수입공급 한 것으로 나타났다.

 

SK가스의 사업모델은 치열한 경쟁 없이 단순히 해외에서 LPG를 수입해 와 국내에 유통시키는 간단한 구조이기 때문에 R&D 관련 비용이 거의 없다. 물론 SK가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LPG의 수요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LPG 버스엔진 개발 등에 비용을 지출하고 있지만 이 역시 위탁용역으로 비용지출을 최소화 하고 있어(전체 매출액 대비 0.01%) 한마디로 기술변화둔감형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국내 LPG 수입유통 판매시장에서 SK가스와 E1이 치열한 경쟁 없이 시장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공유하는 매력적인 영업구조라고는 하지만 문제는 LPG 수입유통 판매업체끼리 경쟁이 아닌 LPG 연료와 여타 연료 간의 경쟁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데 리스크가 있다.

 

일반적으로 LPG는 크게 프로판과 부탄의 제품으로 나뉘는데 프로판은 국내에서 주로 난방용으로 사용되고 부탄은 수송/운송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난방용 연료의 대부분이 LNG로 대체돼 가고 있고 수송/운송용의 경우 부탄은 휘발유와 경유 특히 경유와 힘겨운 경쟁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올해도 도시 재개발 및 뉴타운 건설 등에 따른 도시가스(LNG)로의 전환 확대로 말미암아 가뜩이나 LNG와 비교해서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는 프로판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국내 LPG 업계는 향후 LPG 산업 성장의 원동력을 부탄에서 찾고 있다. SK가스가 LPG 버스엔진 개발을 위해 연구비용을 지원해주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외부환경의 변화에 대해서 SK가스와 E1이 대처하는 전략 역시 비슷해서 흥미롭다.

 

우선 E1의 경우 그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에서 단순히 LPG를 수입해서 국내에 유통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직접 생산에 참여하는 NGL프로젝트를 인도네시아에서 추진하고 있다. 천연가스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부산물(NGL, Natural Gas Liquids)에서 LPG를 분리하는 사업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해외 LPG 생산기지를 확보해 국내 수급안정을 도모하고 나아가 주변국에도 수출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E1은 북한 지역으로의 LPG 공급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작년에는 국내 최초로 한국토지공사의 개성공단 관리사무소에 LPG를 공급했으며 평양의 유리공장에 LPG를 공급하기로 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북한 진출을 위해 지속적으로 실무협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SK가스는 중국 LPG 시장에 진출하여 국내 여타 경쟁연료에 밀리고 있는 협소한 LPG 시장의 한계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업으로의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SK가스는 이미 심양에 5개, 청도에 3개, 장춘에 3개 등 모두 11개의 충전소를 확보하여 자동차용 및 민수용 LPG 공급을 늘려가는 등 중국 시장 개척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와는 다르게 중국 LPG 시장은 매년 15%씩 고성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무엇보다 SK가스에 대한 가장 큰 리스크는 에너지 세제개편 관련 불확실성일 것이다. 이는 2001년에 도입된 1차 에너지 세제개편으로서 휘발유:경유:LPG(부탄)의 가격비율을 2006년 7월까지 100:75:60으로 조정하자는 것인데 연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와 같은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국내 LPG산업에 대한 강력한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작년 12월24일 정부는 2차 에너지 세제개편을 통해 각 연료의 비율을 2007년 7월까지 100:85:50으로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수송용으로서의 부탄의 가격경쟁력은 경유에 비해 어느 정도 지속될 것으로 나타났다. 왜냐하면 현재 962원의 경유 가격이 2007년 7월에는 L당 200원 오른 1,162원이 되고 부탄은 현재 728원에서 690원 후반대로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으로 향후 SK가스의 성장에 대해서 투자자들이 의구심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2차 에너지 세제개편을 통해 에너지 상대가격에 대한 리스크는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 판단된다.

 

 

SK가스의 주주이익 추이는 매우 흥미롭다. 특히 CAPEX와 관련된 추이가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이 눈에 띄는데 이는 평택기지의 프로판/부탄 저장시설과 관련 있다.

 

1996년에 착공한 이 LPG 저장시설은 1999년이 돼서야 완공됐다. 이에 따라 주주이익이 (-)2,000억 원까지 감소했지만 이후 특별한 CAPEX가 발생하지 않아 주주이익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2003년 기준으로 727억 원의 주주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우호적인 외부환경에서 외형성장과 수익성장을 동시에 일구어낼지 향후 SK가스의 행보가 주목된다.

 

 

양동선 sebian523@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