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 절망속에서 희망찾기

[애널리스트 리포트 다시보기]

증권업에 우호적인 금융산업 정책 변화

 

 

 최근 들어 증권업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정책 당국의 잇따른 발표가 있어 증권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증권업 육성정책은 당장 실적에 반영되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증권주에 가장 큰 모멘텀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판단된다.

 

 최근 증권업의 제도적 지원의 내용을 요약하면, 신용파생상품 허용, 유가증권의 범위확대, CMA허용, M&A주간사 선정 시 국내 증권사 지원 등 증권사의 업무 영역의 확대를 통한 국내 증권사 육성이 주요 내용이다. 외견상으로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증권사에 대한 제도적 지원으로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1) 자금중개기관으로서의 은행의 역할 약화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금융시장을 육성하고,

  2) 직접금융시장 확대의 필요충분 조건인 유통시장의 발전을 위해 지나치게 예금위주로 편성되어 있는 경제주체들의 자산을 자본시장으로 이동시키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러한 정책 방향이 단순히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증권사들은 향후 투자은행 업무로부터의 수입 확대와 신상품으로부터의 수익 창출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성장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증권업 발전 사례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규제 변화가 증권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75년 초 수수료 자율화가 실시된 이후 증권업계는 치열한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의 시기를 겪게 되나, 이후 SEC의 규제완화와 증권회사의 노력이 합쳐져 자산 및 수익규모 면에서 높은 성장기를 구가하게 된다.

 

 SEC는 1977년 종합자산관리계좌 허용, 1980년대부터 서가등록제도(Shelf Registration: 채권 발행 시 마다 매번 SEC에 등록하는 대신 일년에 한 번식 채권 발행 계획을 등록하면 이후 2년 동안 등록 의무가 면제되는 제도) 등을 도입하여 직접금융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하는 규제완화 정책을 펼쳤다. 한편, 메릴린치와 같은 증권사는 CMA(Cash Management Account)와 같은 상품을 개발하여 은행고객 자산 유치에 노력을 기울였고, 수탁수수료 중심에서 인수 및 M&A 등 투자은행업무로 수익원을 다변화했다.

 

 

대학경제신문: 정부 정책 변화 관련해서는 수혜 대상이 삼성증권, 대우증권, LG투자증권 정도로 압축된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손현호 애널리스트: 정부정책은 대형투자은행(IB: Investment Bank)의 육성이 목적입니다. 즉, 기업금융, M&A에 강점이 있는 기업만이 수혜를 입을 전망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부분에 강점이 있는 삼성증권, 대우증권, LG투자증권 등의 상위사 만이 그 대상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기업들 역시 역량은 있지만 아직은 비중이 작은 실정입니다.

현재 은행들은 기업대출을 꺼리고 있어 중소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가 상당히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자금중계 기능을 상실한 은행을 대신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경제신문: 아직도 증권업계 구조조정이 마무리 되는 시점은 어느 정도로 보고 계신가요?

 

손 애널리스트: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효율성을 위해 슬림화 하고 자체적인 구조조정 과정을 겪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현재 회사가 많아서 수익을 못 낸다는 이야기는 핑계에 불과하다는 생각입니다. 일본의 경우 500여개의 증권회사가 존재하지만 각자의 영역에서 수익을 내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40여개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낮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일률적인 상품을 가지고 경쟁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차별화된 상품과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대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대학경제신문: 중소형 증권회사의 청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손 애널리스트: 실제로 시장의 루머 때문에 조회공시를 통해 청산에 대한 계획이 없다는 공시를 한 기업이 있었습니다.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는 청산이 더 유리한 판단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중소형 증권회사의 청산에 대한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문제는 대주주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경제신문: 미국 증권업 발전 사례를 보니 SEC의 규제완화와 증권회사의 노력이 합쳐져 자산 및 수익 규모 면에서 높은 성장기를 구가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증권회사들의 자성이 이루어 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데요?

 

손 애널리스트: 가장 큰 문제점은 시장이 작다는 점입니다. IPO시장이 워낙 작아 과당경쟁이 이루어 질 수 밖에 없지요. 시장 자체가 작아서 그렇지 시장만 커진다면 이러한 과당경쟁도 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대학경제신문: 개인투자가 자금이 증시로부터 지속적으로 유출된 것으로 아는데요 이러한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에서의 몇 번에 걸친 투자 실패로 인해 다시 들어오기를 상당히 꺼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의 자금여력이 생기더라도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이 유입되지 않을 가능성도 커 보이는데요?

 

손 애널리스트: 개인들이 주식시장에 대한 혐오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혐오감은 금방 잊혀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IMF때 큰 손실을 보았던 투자자들은 IMF이후에 이어진 기술주 랠리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개인들이 참여가 너무 저조하여 이를 설명하기 위한 구실을 마련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시장에는 증권시장을 대체할만한 금융상품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현재 너무 위축된 상황이기 때문에 호전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경제신문: 최근 간접상품에 대한 관심이 점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러한 것들이 증권회사의 수익구조를 바꾸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손 애널리스트: 가능한 이야기 입니다. 증권회사들도 상품개발 쪽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는 삼성증권이 가장 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형사들이 자산관리 방향으로 나설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방향 선회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에 있어 이해관계가 대치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브로커리지의 경우는 회전율이 높을수록 자산관리의 경우 회전율을 낮출수록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삼성증권의 경우 과감하게 회전율을 포기하고 자산관리에 뛰어든 경우입니다. 아직 다른 증권회사의 경우 직원들의 반대도 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학경제신문: 증권주에 투자하는데 있어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어떠한 것들이 있습니까?

 

손 애널리스트: 아직까지는 회사의 펀더멘털이나 기업의 실적보다는 시장의 거래대금에 연동하여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기업을 고르기 위해서는 ROE와 PBR이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증권은 위탁매매영업, 자산관리, IB영업 등 모든 부분에서 고른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정부가 지향하는 투자은행으로 발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이며, 대우증권은 산업은행 자회사로서 IB영업에서 강점이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한 LG투자증권은 우리금융지주로의 편입으로 시장 선도 증권사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합니다.

 

 

이건규 bluemoon@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