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환율-원자재값 산맥' 넘어야

[현장스케치]

조선업 '영웅시대'

드마라 '영웅시대'의 인기가 한창이다. 극중 주인공을 맡은 최불암씨의 구수한 연기도 일품이지만 고 정주영 회장과 이병철 회장의 일대기가 드라마로 소개되는 것이 인기의 주 원인일 것이다.

 

드라마 속의 '천태산' 회장은 건설뿐만 아니라 시멘트, 특히 중공업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천태산 회장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회사가 바로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은 1970년 현대건설 조선사업부를 모태로 1973년 현대조선중공업(주)으로 발족하였고, 1974년 조선소를 준공하였으며 '왕자의 난' 이후 2002년 에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 현대중공업그룹으로 거듭났다. 현대그룹의 오랜 메카인 현대 계동 사옥으로 현대중공업을 찾아가 보았다.

◇ 조선업 장기 호황 국면에 들어서다.

지난 2003년 세계 조선시장은 중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해상 물동량 증가효과로 예년의 2~3배 수준의 기록적인 수주량(쌓아 놓은 일감)을 기록하였다. 배에 대한 수요증가와 함께 선가(배 값)의 상승세도 시작되었다.

 

2004년의 수주량 역시 기록적인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2년 연속 사상 최대수준의 수주량을 기록한 국내 조선소들의 수주잔량은 대부분 3년치를 넘어서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마찬가지로 2008년 일감까지 확보해 놓은 상황이다.

선가의 상승세도 기록적인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2003년말 79백만달러를 기록하던 VLCC(대형 유조선)신조선가는 2004년 10월말 현재 1척당 1억달러를 넘어섰다. 9개월 말에 무려 26.5%의 높은 상승세를 기록하였다. VLCC기준 1억달러의 선가는 1990년 이후 14년만의 최고 선가이다.

 

여기에 LNG선 증가라는 대형 호재가 더 해졌다. 고유가에 대한 대체연료로서 무공해 에너지인 LNG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LNG선 수주도 크게 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04년 LNG선 시장에서 9월까지 13척을 수주하였으며, 추가 수주도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연간 LNG선 건조능력도 대폭적으로 늘려서 큰 폭의 매출증가가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연간으로 4~6척 규모의 LNG선을 건조할 수 있으며 2007년 이후에는 9척의 건조 능력으로 늘려나간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2003년부터 시작된 이번 조선호황은 80년대 후반의 조선 2차 호황기보다 좀 더 강하고 큰 사이클로 판단되며, 이번 호황기는 2005년과 2006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선업 호황의 최대 수혜는 한국 조선소

한국 조선업체는 △ 건조능력이 가장 크고 △ LNG선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 중국과 일본에 비해 경쟁우위가 있기 때문에 선박 수요 증가에 따른 수혜가 가장 클 것이다.

 

한국이 경쟁우위가 있는 이유는 일본에 비해 규모의 경제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으로 인해 원가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고, 중국과는 기술격차가 크기 때문에 2010년까지는 한국의 주력 선종(대형선박과 LNG선)에서의 경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애기다.

80년대 말의 조선 2차 호황기의 주역이 일본의 조선업체였다고 한다면, 이번 조선업 3차 호황기의 주역은 한국의 조선업체들로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조선산업의 시장 점유율은 2003년 43.8%를 차지하였고, 2004년 상반기에도 40.4%를 차지하여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본격적 실적 개선은 2005년 4분기 이후

2004년 10월말 기준으로 한국조선업체의 수주잔량을 분석하여보면 평균적으로 3년치의 일감을 가지고 있으며, 수주시기별로 보면 2002년 낮은 선가 수주분은 7.5%, 2003년 수주분은 54.6%, 2004년의 수주 분은 37.9%로 구성되어있다.

 

또한 한국조선산업 전체의 2002년 수주분 잔량은 1분기(전체물량의 8.3%) 물량도 되지 않는 7.5%로, 이 정도 수준의 물량이라면 2004년 4분기 건조로 실질적으로 해소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의 분기별 수주구성을 보면 2002년 수주 물량 중 미건조분은 3척에 불과하다. 연간 인도량 64척에 비교하면 0.5개월에 불과하다. 올해 안에 2002년 저선가 수주물량의 인도가 모두 마무리 될 예정이다.

 

하지만, 2003년 3분기까지는 선가 상승폭이 크지 않아서 2005년 2~3분기까지는 실적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5년 4분기와 2006년부터는 본격적인 건조물량의 선가상승이 시작되어 실적개선이 본격화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후판가 상승과 환율 하락은 할인요소

조선업체의 실적은 2000년 이후 부진한 추세가 지속되었으며 최근에는 사상 최저 수준까지 악화되었다. 이와 같은 실적부진은 언급한대로 과거 저선가 수주분의 건조가 본격화되었으며 여기에 후판 가격 상승이 크게 기여하였다.

 

정상적인 여건하에서는 05년 상반기부터 조선업체의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후판 가격이 상승이 지속 됨에 따라 수익성 개선은 계속 더욱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의 매출액에서 원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03년 4분기부터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조선용 후판의 경우는 더욱 크게 증가 하였다. 이와 같이 원재료부담 증가는 조선부문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고 있으며 향후 선가 회복 분이 건조에 반영되기까지 실적부진의 주요 요인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환율 하락도 문제다. 조선부문의 경우 100% 수출이므로 현재와 같은 원화강세 기조 하에서는 원화환산 매출이 감소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년간 달러화 유입이 65억불, 지급이 25억불 수준이며 약 40억불 정도가 환 위험에 노출이 되어있다. 2004년에 선물환 등을 이용하여 나름대로 환헤지에 나서고 있지만 타사에 비해서는 그 노출 정도가 상대적으로 크다.

현재 조선업은 사상 최대, 최고가의 수주잔량 확보와 사상 최저 수준의 실적이라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그 한가운데 세계 최대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이 있다.

 

딜레마를 풀기 위한 전제 조건은 후판 가격 안정과 환율 안정에 있다. 과연 '천태산' 회장은 이러한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 하였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김세훈shkim@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