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닉스컴, 저평가 이유있나?

[지킬 vs 하이드] 휘닉스컴

휘닉스컴, 성장이 지속될 것인가?

IMF보다 더하다는 국내 경기 위축으로 인해 광고 시장 또한 꽁꽁 얼어붙었다. 국내 광고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제일기획의 경우 11월 기준으로 방송광고 취급액이 전년 동기 대비 18.2%나 감소했다. 이 밖에도 LG애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광고 기획사들의 방송광고 취급액이 두 자리수로 대폭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4분기 광고시장 위축은 광고, 미디어 업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에게 심각한 고민을 안겨주었다. 투자자들은 지금이 광고, 미디어 관련 주식이 최저점에 있는 시기라고 보고 사야 할 것인지, 아니면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경기를 감안해서 관심을 끊어야하는지가 고민거리이다.

광고업은 그 자체가 화수분 사업 모델이다. 지속적인 자본지출, 예컨데 기계나 설비 투자없이도 현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매년 경기 변동에 따라 다음해의 이익 규모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이익의 진폭이 큰 것 또한 사실이다.

 

이번에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토론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광고, 미디어 업종의 새내기라고 할 수 있는 휘닉스 커뮤니케이션스(이하 휘닉스컴)이다.

▶지킬 : 휘닉스컴은 삼성전자·삼성증권·KT·KTF·아웃백스테이크 등과 같은 업계 선두권이면서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들의 광고를 대행하고 있는 광고 대행사라네. 섹시한 춤으로 전지현을 스타덤에 올린 삼성전자 프린터 `마이젯' 광고나 2002 월드컵 때 KTF의 '코리아팀 파이팅' 광고가 바로 휘닉스컴이 만든 대표적인 광고라네. 특히 마이젯 광고는 전지현이라는 새로운 대형 스타를 발굴해냈고, 삼성전자의 프린터가 업계 선두로 올라가는데 지대한 기여를 했다네.

나는 최근처럼 광고 경기가 어두울 때가 휘닉스컴과 같은 광고업종에 투자해야할 시기라고 보네. 휘닉스컴은 1996년 설립한 이래로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왔네. 설립 이래 불과 7년 만인 지난 2003년 광고 취급액이 2,125억원으로 업계 6위에 오를 정도로 급성장해왔네. 이렇게 놀라운 속도로 급성장한 회사가 어디있겠나.

 

더구나 현재 휘닉스컴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 등가물만 해도 300억원이 넘는다네. 거기에 비해 현재 시가총액은 532억원밖에 안되네. 휘닉스컴이 평균 40~50억원의 이익을 내는 회사임을 감안해서 현재 가격에 휘닉스컴을 통째로 산다면 4~5년만에 순이익만으로 회사를 사는 셈이네. 사자마자 현금으로 300억원이 들어오는 셈이니까.

▷하이드 : 글쎄 난 최근처럼 경기가 안 좋은 상태에서 굳이 광고업, 그것도 업계 1위가 아닌 회사를 살 필요가 있나 싶네. 자네가 휘닉스컴의 실적을 언급했으니까 내가 이야기하내만 휘닉스컴의 작년 실적은 상당히 좋지 않았네. 2002년 74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이 49억원으로 줄어들었네. 물론 2002년도는 월드컵이 있었으니까 비정상적으로 이익이 좋았다고 할 수도 있겠네만, 이렇게 이익의 진폭이 큰 회사 특히 이익이 줄어드는 회사에 어찌 투자할 수 있겠나.

 

더구나 2004년 실적도 걱정이라네. 3분기 실적이 작년 영업이익 8억원에서 3억원대로 줄어들었네. 물론 주식 매각으로 11억원의 이익을 내서 경상이익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이익의 질이 좋지 않은 셈이지.

또 4분기를 대략 예측해보겠네. 방송광고 취급액이 10월달은 10%가 줄어들었고, 11월달은 무려 23%나 줄어들었네. 매출액을 추정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근거인 방송광고가 이렇게 줄어드는 추세로 볼 때 휘닉스컴의 4분기 영업상황 또한 그리 좋지 않을 것으로 보네.

 

광고업의 매출액에는 1-3-2-4 법칙이 적용된다네. 이것은 분기별로 광고 집행액을 나타내는 경험적인 지표인데, 가장 호황기라고 할 수 있는 4분기 실적이 좋지 않다면 휘닉스컴의 연간 실적 또한 그리 좋지 않은 가능성이 크다네.

▶지킬 : 자네는 역발상 투자를 고려하지 않는군. 만약 모든 상황이 좋다면 휘닉스컴의 주가가 왜 현재처럼 싸게 거래되고 있겠나. 겨울에 밀짚모자를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보네. 내수 업종이 좋지 않고, 광고 업종이 좋지 않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네. 그만큼 기저효과도 크겠지. 기업들이 광고 예산을 아꼈다가 경기가 좋을 때 그 광고 예산을 한꺼번에 푼다면 그 최대 수혜자는 결국 광고 회사가 아니겠나.

더구나 휘닉스컴의 광고주들은 질이 매우 뛰어난 우량 광고주들이라네. 경기가 안 좋으면 결국 광고 회사에 일감을 주는 기업들도 망할 수 있네만 휘닉스컴의 광고주들은 워낙 재무구조가 우량해서 망할 가능성이 없네. 매출 채권이 부실화될 염려가 없다는 뜻이지. 더구나 현금성 자산이 아까 말했던 것처럼 300억원이 있고 요컨데 우량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는 데다가 거래처까지 우량하다면 추운 겨울을 충분히 이겨내고 따뜻한 봄을 볼 가능성이 큰 기업 아니겠나.

▷하이드 : 난 굳이 단기적으로 안 좋은 실적을 보일 것이 뻔한 회사를 투자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네. 좋은 실적을 내면서도 저평가된 기업들이 많이 있다네. 왜 그런데 굳이 안 좋은 실적을 내는 회사에 투자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난 광고업이 그렇게 매력적인 사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네. 끊임없이 광고주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고 자체적인 브랜드도 갖고 있지 않은 데다가 유능한 사람들이 빠져나가면 회사가 흔들릴 가능성도 크네. 자네가 생각하는 광고업은 아주 이상적인 경우이고 실제로 광고업이 과연 그렇게 매력적인 비즈니스일까는 의문이네.

▶지킬 : 맨파워 측면에서 휘닉스컴을 볼 때 휘닉스컴에는 CEO인 홍석규 사장이 있네. 홍석규 사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6년 간 엘리트 관료로 일했다네.

 

홍사장은 일본계 대형 광고사인 '덴츠'와 합작으로 휘닉스컴을 설립했네. 설립 당시 광고업계는 제일기획·LG애드·금강기획 등 대기업 계열 광고사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었다.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외환 위기가 닥쳤지만 휘닉스컴은 덴츠와 합작을 통한 선진 광고 기법 도입, 적극적인 인재영입으로 오히려 고속 성장해온 히스토리를 갖고 있다네.
이 정도면 맨파워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CEO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좋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나. 더구나 홍석규 사장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처남이라네. 인맥에 얽히는 것이 꼭 좋은 곳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좋은 인맥을 갖고 있으면 그만큼 좋은 광고주를 딸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겠나. 그 수혜는 주주들이 골고루 입을 수 있는 것이고.

▷하이드 : 글쎄, 우리나라에 광고회사는 부지기수로 많이 있는 것으로 아네. 광고회사는 그만큼 진입장벽이 낮고, 유능한 광고인 몇 명만 있어도 비교적 쉽게 신규 광고를 수주할 수도 있네.

 

끊임없이 좋은 광고를 만들어야 매출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난 마음에 들지 않고 더구나 휘닉스컴은 아직 업력이 10년도 되지 않았고 충분히 싸지도 않다고 생각하네. 주식매각으로 인한 특별이익을 제외하면 올해 휘닉스컴의 순이익은 많아야 45억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네.

 

현재 시가총액이 532억이라면 PER가 10이 넘는데, 이익을 증가하면서도 휘닉스컴보다 훨씬 저평가된 기업들도 많이 있다네. 그 기업들을 찾아보는 것이 더 낫지 않겠나.

▶지킬 : 휘닉스컴의 작년 배당금이 1000원이었네. 현재 주가 기준으로 배당수익률이 무려 4.4%나 나오네. 올해 자사주 소각으로 배당해야 할 주식이 줄어들었으니 최소한 작년 정도의 배당은 할 수 있지 않겠나. 회사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배당금이 늘어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리고 휘닉스컴의 현금상황을 볼 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자사주 소각이 가능하다고 보네. 난 이 정도 수준이면 충분히 휘닉스컴이 싸고, 앞으로 주주중심의 경영을 펼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하네.

김민국 / kim@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