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CEO캐파 갖춘 모범기업

[언더그라운드 가치주] 유한킴벌리

유한킴벌리는 미국회사인 킴벌리 클라크와 유한양행이 공동출자하여 1970년 3월30일에 설립한 외국합작법인이다. 주로 종이제품 등의 제조판매를 주 목적사업으로 하고 있는데 2003년 12월31일 기준으로 유한킴벌리의 지분은 킴벌리 클라크가 70% 그리고 유한양행이 30%를 보유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종이제품보다는 생리대나 기저귀 등과 같은 제품으로 인지도가 높다. '화이트'와 '좋은 느낌'은 국내 대표적인 생리대 브랜드다. 그리고 '하기스' 역시 국내 대표적인 기저귀 브랜드다. 한마디로 브랜드형 기업이라 요약될 수 있다.

 

 

 

특히 화이트의 경우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인 P&G와의 힘겨운 싸움 끝에 시장점유율 1위를 재탈환하게 해준 제품이라 의미가 있다. 일반적으로 생리대는 담배와 커피보다도 고객충성도가 강력하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여성을 잡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물론 제품의 질이 우선시 돼야 하지만 공격적인 마케팅을

위해서는 풍부한 자본과 빈틈없는 전략이 뒤받침 되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한킴벌리가 순자산 규모 면에서 40배나 큰 P&G를 이긴 것이다. 더욱이 P&G가 국내를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서 동일제품으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세계적인 마케팅사관학교'란 점에서 경쟁의 승리는 의미가 있다.

 

 

 

생리대뿐만이 아니다. 하기스 역시 P&G와의 전쟁에서 이겼다. P&G가 자체 세계적인 브랜드인 '팸퍼스'를 포기하고 1997년 인수한 쌍용제지의 '큐티' 브랜드를 쓰면서까지 국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했지만 시장점유율 10% 내외에서 만족해야 했다.

 

그 외 '크리넥스'와 '뽀삐' 화장지 역시 각 시장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듯 목재를 주 원료로 한 종이제품에서 출발하여 고마진 제품인 생리대나 기저귀로 제품포트폴리오를 확장시키고 더욱이 세계적인 기업과의 마케팅 및 제품경쟁에서 우위를 점함으로써 유한킴벌리의 저력은 강력했다. 이러한 저력은 어디서 나왔을까?

 

유한킴벌리는 브랜드형 기업이기도 하지만 국내 대표적인 CEO형 기업이기도 하다. 현재 유한킴벌리의 CEO는 문국환 대표이사다. 유한양행 창업주인 고 유일한 박사가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보고 감동 받아 유한킴벌리에 입사한 그는 경영혁신을 위한 혁명가로 불린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유한킴벌리의 독특한 조직시스템인 '4조2교대 근무시스템'이다.

 

최근 최악의 실업률 문제와 노사문제의 해결책으로 이 시스템이 주목 받자 그 역시 언론에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그가 생각하는 기업의 생산성은 끊임없이 지식을 습득하는 '건강한' 근로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고 있다. 단순히 근로시간이 길다고 해서 생산성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습득되어지는 지식의 양과 질 그리고 근로자의 건강한 상태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4조2교대 시스템이 도입됐는데 이는 2개조가 12시간씩 하루 24시간을 근무하는 동안 나머지 2개조는 휴무거나 교육을 받는 형태로 기존의 시스템을 개조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4개조가 하루 12시간씩 교대근무를 4일 동안 한 후에 나머지 4일은 교육을 받거나 쉴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처음 이 시스템을 도입했을 때 노조들의 반발이 심했다고 한다. 도입 시점이 회사가 어려웠던 90년 대 중반이어서 이 시스템의 도입의도가 감원을 전제로 한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문국환 대표이사가 이들을 설득시키고 이 시스템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시스템은 도입됐고 그 성과는 곧 가시화됐다. 즉 98년에는 시간당 약 15,000개 정도의 상품을 생산했지만 올해에는 22,000개까지 생산량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매출액도 96년의 3,320억에서 작년에는 7,040억으로 7년 만에 매출액이 두 배 성장했다. 시스템의 도입으로 기업성과 향상은 물론 노사간의 신뢰도 더욱 두터워졌다고 한다.

 

유한킴벌리의 또 하나의 저력은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한 일관된 마케팅이다. 유한킴벌리하면 환경친화기업으로서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도 1984년부터 시행해 온 숲 보호 캠페인의 영향이 크다. 이러한 마케팅은 소비자들에게 유한킴벌리의 이미지를 단번에 각인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최근 P&G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단행하고 있다. 생리대와 기저귀 시장은 고객충성도가 높기는 하지만 성장성이 상대적으로 정체돼 있어 한정된 파이를 놓고 치열한 시장선점 경쟁이 불가피하다. 또 한번의 격전을 기다리고 있는 한국의 위대한 기업 유한킴벌리가 어떻게 대응할 지 주목된다.

 

양동선 sebian523@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