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어답터' vs '올디스구디스族'

당신은 '얼리어답터' 아니면 '올디스 구디스族?'

얼리어답터

혹시 당신은 꼭 구입하고 싶은 물건이 생겼을 때 그 물건을 꼭 사야만 직성이 풀리는가? 한 분야의 매니아가 아닌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편인가? 내가 산 물건은 꼭 남에게 자랑을 하고 싶거나 남들이 무엇을 구입하고자 할 때 당신에게 먼저 찾아와 물어보지는 않는가? 구입한 상품의 박스를 쉽게 버리지 않고 잘 모아두는 편인가?

이런 질문들에 절반 이상 고개를 끄덕인다면 당신은 '얼리어답터'일 가능성이 높다.

 

얼리어답터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먼저 제품을 구입해 사용해보고 제품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을 선호하는 소비 집단을 뜻하는 말이다. 이같은 소비문화 패턴은 2001년 들어 매스컴을 통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해 현재 국내에는 약 10만 여명의 얼리어답터들이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사용 인구가 늘면서 제품에 대한 사전 정보 검색이 쉬워지고 신제품을 출시일에 맞춰 구매하기 쉬워진 환경도 얼리어답터 문화가 확대되는데 큰 기폭제가 됐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중간자 역할

얼리어답터들은 일반 소비자들보다 먼저 제품을 사용해 보고자 하는 호기심만큼이나 남들에게 그 제품에 대한 평가를 알리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이들은 소비자들뿐만이 아니라 생산 제조사에게도 큰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들의 제품에 대한 관심과 제품 사용에 대한 의견들은 본격적인 제품 판매에 앞서 소비자의 반응을 미리 살펴볼 수 있는 바로미터인 셈이다. 또한 일부 얼리어답터들은 그 제품 분야에서는 전문가에 가까운 폭넓은 지식을 갖고 있어 훌륭한 간접 모니터링 요원 혹은 트렌드 리더가 되기 때문에 최근 대기업체에서도 얼리어답터를 염두해 둔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직접 구매하지 않고서 미리 제품에 대한 만족도를 알아볼 수 있고 일반적으로 구하기 힘든 제품 정보를 소비자 대 소비자로서 직접 의견 교환 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관심이 높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나 얼리어답터 컨텐츠 전문 사이트에 접속하면 제품에 대한 정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용 후기도 한 눈에 볼 수 있다.

◇기술만큼 디자인도 중요

얼리어답터들이 좋아하는 것들은 노트북이나 디지털 플레이어 등의 디지털 제품부터 토이(Toy)나 사무용품 문구류 자동차 건강용품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를 한정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이들 제품의 공통점은 마치 미술품을 보듯 창의적이고 심플한 디자인과 재질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새 제품의 나아진 기술력만큼이나 보는 눈을 기쁘게 해주는 디자인이 소비자들의 중요한 구매 기준이 됐다.

최근 압구정-대학로-종로를 중심으로 디자인 제품점이 늘고 있다. 저녁 퇴근시간 무렵 종로의 한 디자인 제품점에선 끊임없이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다양한 문구와 액세서리 생활용품 등을 구경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런 제품들의 가격대는 일반 같은 제품군의 상품보다 꽤 비싼 편이다. 하지만 구경을 하다보면 모양이 맘에 들어 꼭 하나쯤을 사게 된다는 것이 매장을 찾을 한 여대생의 얘기였다. 그리고 이왕 필요한 수첩을 사더라도 예쁜 디자인의 것을 사게 되면 쓸 때나 들고 다닐 때 기분이 좋고 더 애착도 간다는 것이다.

오프라인에서는 이같은 매장을 중심으로 얼리어답터 관련 제품을 찾아볼 수 있으며 온라인으로는 얼리어답터 컨텐츠 전문 사이트(얼리어답터 www.earlyadopter.co.kr)에서 디지털 제품에 대한 사진과 자세한 정보를 알아볼 수 있다.

㈜얼리어답터를 운영하는 최문규 대표는 "새로운 정보와 제품을 접하다 보면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남들이 술을 마시거나 기타 취미활동에 쓰는 돈을 제품 구입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당신의 얼리어답터 지수는? (5개 이상이면 당신도 얼리어답터!)

1. 꼭 구입하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구입한다.
2. 내일 제품을 받기로 했는데 오늘밤이 너무 길다.
3. 박스도 중요한 제품의 한 구성이기 때문에 처분하지 않고 잘 모셔둔다.
4. 메뉴얼을 반드시 읽어야 할 정도로 복잡한 제품이라면 좋은 제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5. 남들이 다 사는 것을 따라서 사는 편이 아니다.
6. 주위에서 무엇을 구입하려고 할때 물어보는 대상 1호다.
7. 물건에 애착심이 큰 만큼 크게 실망한 경험도 있다.
8. 한 분야의 매니아이기 보다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이다.
9. 내가 산 물건은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는 편이다.
10. 잘못 만든 제품을 보면 어떻게 해서라도 말해주고 싶을 때가 있다.
※ 자료 제공: ㈜얼리어답터

　
올디스 구디스族

'어렸을 때 대부분의 집에 전축 하나 정도는 갖고 있었다. 라디오와 테이프를 재생할 수 있었고 둥글고 넓적하게 생긴 '레코드판' 이란 것을 돌릴 수 있었던 이름 모를 뭔가가 있었다. 판이 뱅글뱅글 돌면서 바늘을 올려 놓으면 뭔가가 긁히는 소리가 작게 섞여 음악이 들리던 기억이 있다.'

일반인들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도대체 어디가 한계일지 모르는 고음질 기술과 디지털 기기의 시대를 달리는 요즘이지만 옛 과거를 찾는 '올디스 구디스족'이 늘고 있다.

 

 

 

 

 

◇노래가 아닌 추억을 찾는 곳, 풍물시장

동대문운동장 안에 자리잡은 풍물 시장. 없는 것 빼곤 모두 다 있다는 수식어처럼 다양한 물건들을 올려놓은 가판대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시장 입구에서 안쪽으로 한참을 들어가면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옛날 물건들이 널린 곳이 나타난다.

　그 중 가장 인기가 있는 물건은 LP판. 언뜻 앨범을 봐도 10~30년 이상 된 옛날 가요 앨범이나 팝송 앨범들이었다. 흔히 '레코드판' 이라고 불렸던 LP판의 'LP'는 'long playing record'의 약자이다. 그리고 그것을 재생하는 기계는 '턴테이블'이라고 하는데 이 풍물시장에서도 옛날에 쓰던 턴테이블과 전축들이 전시돼 있었다.

"싸구려 옛날 판이라고 하지만 지글지글 소리와 함께 들리는 옛 노래를 듣다 보면 노래를 듣는 것이 아니라 옛 추억을 듣는 느낌이 들어 가끔 여길 들러요."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많지만 간혹 젊은 사람들도 눈에 띈다. 버튼 한 번이면 최고 음질의 노래를 들을 수 있지만 오히려 약간은 거친 음질의 LP판 음악이 더 끌리는 듯 하다는 것이 이 곳을 찾은 이유.

풍물시장에서 옛 음향기기나 LP판 등을 판매하는 황재상씨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의 향수를 찾아서 오는 사람들이 종종 둘러보고 간다" 며 "가격은 1,000원 짜리부터 있지만 구하기 힘든 것은 수백 만원이 넘는 것들도 있다" 고 LP판의 가치를 설명했다.

◇디카, 이젠 재미없어

유독 디지털 카메라를 좋아하는 대학생들이 필름 카메라의 재미에 푹 빠졌다.

음식점이나 길거리나 할 것 없이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서 찍는 풍경은 이제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일이다. 찍기도 편하고 인화도 쉽고 무엇보다도 찍은 것을 바로 확인해서 맘에 드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편리함까지 디지털 카메라의 장점은 끝도 없다.

하지만 이런 편안함을 거부하고 필름 카메라를 찾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로모그래퍼'(lomographer)로 불리는 로모 카메라 사용자들이 각종 동호회 활동을 통해서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로모 카메라는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핸드 메이드 카메라로 'KGB 카메라' 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제품의 모양은 투박해 보이지만 가볍고 사용도 비교적 간단한 편이며 무엇보다 일반 카메라와는 다른 독특한 색감이 매력 포인트다.

인터넷을 통해서 정보와 구매 방법을 쉽게 알아 볼 수 있고,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서 사용 방법과 자신 찍은 사진을 공유하는 등 활발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학창시절의 추억

인사동 거리의 한 가게. 입구부터 구경을 온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이 곳은 오래 전 학창시절에 구경할 수 있었던 교과서나 문구류 등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옛날 물건들이지만 젊은 연인들과 가족들이 구경꾼 장사진을 이룬다. 주번이란 명찰이 달린 옛날 교복, '참 잘했어요' 라고 찍히는 도장,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불량식품에서 1970년대에 써진 성적표까지 상품 모두가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이 절로 나게 한다.

대부분 그 곳에 온 사람들은 물건을 구입하기 보다는 옛날 물건 박물관처럼 구경을 주로 하는데 입장할 때 한 명당 500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인사동 거리에는 나무 젓가락에 꽂힌 생강엿, 설탕으로 만든 '뽑기' 등 옛날 먹거리를 먹기 위해 곳곳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풍경도 쉽게 볼 수 있어 옛날 물건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박승현 coolday22@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