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은행株 '질적 업그레이드' 화두

애널리포트 다시보기 – 신영증권(조병준애널리스트)

Banking Outlook 2005 – 신영증권(조병준애널리스트)

 

◇분주했던 2004년 은행주 투자환경

2003년과 마찬가지로 2004년 한해도 은행주에 있어서는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

 

상반기까지 신용카드 구조조정의 완료와 더불어 강력한 모멘텀을 기대했던 연초의 전망과는 달리 내수부진의 장기화가 이어지면서 중소기업대출에 대한 우려, 부동산시장의 위축에 따른 가계대출 부실 우려, 이에 따른 수익자산 성장의 제약, 금리전망이 빗나가면서 예상치 않았던 이자마진의 압박,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를 통한 글로벌 경쟁환경 직면, '바젤Ⅱ'(BASELⅡ) 도입을 준비해야 하는 은행들의 바텀라인(bottom line) 구조개선 준비 착수 등 조용히 지나가고 싶었던 은행주 투자자들에게는 그렇지 못했던 한해 였다.

◇2005년 은행권 이슈 점검

▶주택담보대출 안전한가?

2000년대 주택시장 동향을 분석한 결과 90년대와 마찬가지로 일정부분 현 주택가격에 버블이 형성된 것으로 판단하였으나 일본식 주택가격의 급락을 동반한 장기불황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은행권의 아파트 및 다세대, 주택담보대출에 내재된 리스크를 점검해 본 결과 보수적인 상황을 가정해도 담보가치 하락에 따라 은행권이 입게 될 손실은 자기자본의 0.7% 수준에 그칠 것으로 분석하였다. 최근 관련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일부 과장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험손실률 적용시 은행별 명과 암

2006년 경험손실률을 적용한 충당금적립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부실 경험이 많은 은행들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는 경험손실률 적용에 따른 임팩트는 가계대출보다는 기업대출에서 더 크게 나타날 전망이며, 최근 커버리지율을 개선시킨 은행들의 미래 부담은 상대적으로 작아지게 되나, 경험손실률이 열악한 은행들은 당분간 과거의 경력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2005년 은행업 실적에 있어 충당금적립제도 개선에 따라 단기적인 임팩트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볼 때 은행들의 자산건전성 개선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시장에서 은행주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가 내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대출 리스크 업데이트

중소기업 경기동향을 업데이트한 결과 횡보성 경기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으로 관찰되었다.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내린 결론은

 

△첫째, 중소기업 업황의 전반적 상황이 극심한 침체라고 보기는 힘드나 업황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전체적으로 중소업체의 활동성은 크게 둔화된 상황이라는 점

 

△둘째, 제조업보다는 비제조업, 수출기업보다는 내수관련 기업의 업황이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점

 

△셋째, 원자재조달비용 상승, 인건비 상승, 대금회수 지연, 자금조달 여건 악화 등의 요인에 의해 중소기업의 현금사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

 

△넷째, 업황부진의 정도는 규모가 작은 영세소기업의 경우 그 정도가 더 심한 상황이라는 점 등이었다.

따라서 은행권 중소기업대출과 관련한 부담이 2005년 상반기 안에 크게 해소되기는 힘들다는 결론에 도달했으며, 중소기업대출에 대한 은행별 평가에서는 외환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이 가장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은행, 기업은행, 국민은행은 중소기업 관련 리스크 확산 시 상대적으로 임팩트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LG카드 출자전환에 따른 은행별 영향 분석

연말 은행권은 LG카드 출자전환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출자전환 규모는 1.25조원 가량으로, 감자비율은 81.2%로 추정하였다. 관련 총 손실규모는 상장은행 기준으로 6,510억원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이 규모는 자기자본(2004.6월말 기준)의 2.0%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금번 LG카드 출자전환 및 감자 그리고 매각차익 부족분 보충에 따른 총손실규모가 은행업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없으나, 연말 결산 시점에서 은행권은 LG카드 관련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려는 유인이 강할 수 있기 때문에 4분기 은행권 실적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 대학경제신문 : 2005년 은행업 전망에 대한 간략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조병준 애널리스트 : 2005년은 실적회복의 속도 측면에서는 2004년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이지만, 구조개선을 압박하는 대내외적 환경 변화에 따라 이익의 질적인 개선과 주가 측면에서는 밸류에이션이 업그레이드가 되는 한해가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실적의 회복속도 둔화를 예상하는 근거는 금리하락에 따른 마진압박과 수익자산 성장에 대한 은행들의 보수화 경향 때문입니다.

 

또한 이익구조의 개선을 예상하는 근거는 '바젤Ⅱ'(Basel II-신 자기자본규제 관련 협약)의 2006년말 도입을 앞두고 은행들이 건전성지표 등 리스크관리에 만전을 기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일정부분 수익성의 훼손을 감수하고라도 건전성 측면에서의 구조개혁을 이끌어내야 되기 때문입니다.

전반적으로 은행주에 대한 투자환경은 경기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고 이익성장률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시장에서 우려도 많이 하고 있지만, 위와 같은 구조개선이 공격적으로 진행된다면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볼 때 나쁘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대학경제신문 : 은행권의 전반적인 구조조정은 마무리 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씨티은행의 시장 참여로 인해 글로벌 경쟁환경으로 진입하는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조 애널리스트 :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는 외국계 자본 중 은행업을 영위하는 최초의 자본진입 사례가 되었습니다. 기존 제일은행, 외환은행 등에 투자된 뉴브릿지캐피탈, 론스타 등 해외자본은 모두 PEF 등 헷지펀드의 성격이었기 때문에, 투자기간이 시한부로 정해져 있고 중단기적인 자본차익을 노리고 진입한 성격이었으나, 씨티은행은 한국의 은행시장에서 영속적으로 은행영업을 영위한다는 측면에서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수년 간 국내은행들도 외국계은행의 진출을 염두에 두고 PB 등 접전이 예상되는 분야에 대한 준비작업을 진행해 오긴 했지만, 외국은행과의 정면대결 원년이 될 2005년엔 의외로 국내은행들이 고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PB분야는 외국은행들의 고급서비스에 비하면 국내은행들은 단순상담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못하는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은행수신 기여도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거액고객들의 외국은행으로의 이탈 규모가 작지 않다면 은행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할 수 만은 없고, 해외에서 저리로 조달된 자금으로 국내은행들보다 낮은 대출금리로 여신고객 베이스를 일부 잠식해 나갈 것으로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국내은행의 영업환경에 커다란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 이유는 국내시장의 고유 특성과 소비자들의 니즈가 해외은행영업 환경과 많은 부분 차이가 있고, 따라서 외국은행들의 서비스 정착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 또한 국내은행들도 직원교육과 시스템 투자 등 많은 대비가 있어 경쟁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점 등입니다.

 

또한 격한 경쟁상황이 국내은행시스템이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촉매제가 되어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중장기적인 영향은 긍정적이라고 판단됩니다.

-대학경제신문 : 은행업 전반적으로 자산성장성이 둔화되고 있는데요. 은행들이 예전처럼 자산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데에는 어느 정도 한계에 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들의 구조적인 업그레이드를 위해서 필요한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조 애널리스트 : 은행에 있어 자산이라고 하면 통상적으로 대출자산을 말하는데 결국 대출성장 즉 예대업무를 통한 이익창출은 한계점에 도달한 상황이 맞습니다. 또한 외국은행들에 비해 국내은행들의 이자부문에 대한 이익의존도가 높은 편인데, 이자수익은 경기 및 금리변동에 따른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이자비중이 비대한 것은 은행주 밸류에이션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구조적인 업그레이드를 위해 필요한 전략은 크게 볼 때 수익원다변화와 리스크관리가 이익성장과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첫째, 수수료 등 비이자부문 비중을 늘이기 위해 수익원 다각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국내은행들은 이러한 영업환경 변화를 잘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은행권의 비은행 사업부문의 확장, 금융지주회사로의 체제전환 추진도 어떤 측면에서 보면 수익원 다각화에 적합한 구조변화의 노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과거에는 국내은행들의 전략적 무게가 자산성장에 치중되어 있었으나, 향후에는 자산성장과 더불어 리스크관리 측면에서 우위에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시장에서 저평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동 부문에 전략적 무게를 이전시켜야 합니다. 2005년을 국내은행주의 밸류에이션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고 보는 이유는 2006년 신자기자본협약의 시행에 앞서 점차적으로 투자자들의 욕구에 부응하는 수준까지 리스크부문에서의 구조개선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대학경제신문 : 은행주의 '리레이팅'(re-rating)을 위해서는 소비경기의 회복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봐야 할까요?

▶조 애널리스트 : 소비경기의 회복은 은행주의 '리레이팅'(re-rating) 요인이라기 보다는 '싸이클리컬 모멘텀'(cyclical momentum) 요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리레이팅은 앞서 말씀드린 구조개선과 연관되는 부분이 크고 또한 구조개선에 대한 시장평가가 호의적일 경우 가능한 것이지요.

다만 이번 사이클에서 은행주의 추가상승에 소비경기 회복이 촉매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소비경기 회복에 중요한 요인이 은행업황 개선에 따른 신용공급 재개라고 본다면 어느 일방이 독립변수라고 보기는 힘들고 상호 순환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고 보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 대학경제신문 : 은행주를 투자하는데 있어서 고려해야 할 중요사항들에 대하여 이야기 해주십시요.

▶조 애널리스트 : 과거 국내은행들은 외국은행들 특히 아시아은행들에 비해서도 저평가되어 왔고 지금도 그런 상황입니다.

 

제가 보는 국내은행주들의 가장 큰 저평가 요인은 첫째, 무모한 자산성장 둘째, 영세한 수익성 셋째, 높은 이익변동성 넷째, 높은 자산레버리지 다섯째, 정책리스크로 볼 수가 있습니다.

앞서 지적한 사항들은 대개 위의 다섯가지 요인과 연관된 내용들이었습니다. 또한 위의 다섯가지 요인들은 서로 상호간에 얽혀있는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디스카운트 요인들을 해소해나가는 은행들을 주목해야 합니다. 중장기적으로 그런 은행들은 시장에서 리레이팅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높은 평가를 받는 외국은행들은 위 다섯가지 요인들에 있어 국내은행들보다 분명 우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이건규(bluemoon@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