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의 돈 줄 '두산중공업'

[현장스케치]

두산그룹의 돈 줄

 

‘두산그룹’이라고 하면 OB 맥주, 종가집 김치, 한국 코카콜라, KFC 등 일반 소비자와 친근한 소비재 산업 중심의 그룹으로 인식되어 왔다.

 

두산그룹은 2001년 한국중공업 인수를 시작으로 고려산업개발과 두산건설 합병, 최근 대우종합기계 인수까지 빠르게 자본재 산업 그룹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두산그룹의 돈줄 역할을 담당하는 두산중공업이 있다. 고유가로 현금이 풍부해진 중동지역 국가들의 담수/발전 설비 증가로 실적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두산중공업을 찾아가 보았다.

 

두산중공업 본사가 위치한 곳은 옛 한국중공업 본사였던 서초동 사옥이다. 지금은 푸르덴셜이 건물을 인수하여 푸르덴셜 빌딩으로 바뀌었다. 대형 외국계 기업 건물답게 경비가 매우 삼엄하여 건물 안까지 들어가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였다. 어렵게 재무팀 과장님을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두산중공업은 원자력, 화력 등 각종 발전소의 주기기 및 보조기기를 생산하는 종합발전설비 업체이다. 그 외 산업설비(담수설비)와 주단사업, 건설 사업부가 있으나 산업설비 외에 기타 사업부는 발전설비와 관련이 깊어 전체 매출의 70%는 발전설비 분야에 해당된다. 국내 발전설비 시장은 95년까지 한국중공업이 독점하고 있었으나 이후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시장에 진입했고 경쟁심화를 우려한 정부의 발전설비 일원화 조치(99년 12월)로 한국 중공업으로 통합됐다. 2001년 2월 두산그룹이 한국중공업을 인수하면서 그 권한은 두산중공업으로 넘어갔다. 2009년까지 국내 유일의 종합발전설비업체로서의 지위를 보장 받고 있다.

 

지난 해까지는 국내 GDP 성장률 악화로 발전설비 부문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매출액이 크게 감소하였다. 또한, 이라크 전쟁 등 세계 정세 불안으로 담수설비 부분 매출도 크게 감소하면서 매출 및 손익 감소에 일조하였다.

 

그러나, 2004년 들어서면서 상황이 역전되었다. 영업실적호전의 주요배경으로는 주 영업기반인 내수 발전설비시장에서 발주물량 확대로 수주호조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발전설비 일원화 조치 당시 인수한 저가수주물량이 대부분 소진되고 2002년 발주확대기 수주물량의 매출계상이 본격화되면서 수익성도 나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최근 중동지역은 고유가에 따른 풍족한 현금흐름을 배경으로 이라크전 이후 연기되었던 대규모 담수화설비 및 발전설비의 발주가 증가하고 있어 수주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중동에서 발주된 담수화설비를 모두 수주하는 호조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같이, 중동지역 담수/발전 설비를 싹쓸이 할 수 있는 요인으로는 발전과 담수설비를 동시에 일괄 수주 할 수 있는 차별적 기술력과 이로 인한 높은 원가경쟁력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대우종합기계 인수와 관련해서는 11월 중 정밀실사를 거쳐 이르면 연내 본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인수대금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대략1조 8천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사를 거쳐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종합 기계를 인수함으로써 국내 최대 기계업그룹 대표 업체로써 브랜드 인지도 강화 및 영업력 보완 가능성과 향후 지분법 이익 증가 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두산그룹의 돈줄로서의 부담은 리스크 요인

 

두산중공업은 두산그룹에서 거의 유일하게 돈을 버는 회사다. 따라서, 그룹 재편 과정 중에 돈줄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두산건설을 살리기 위한 고려산업개발 합병 시에도 대규모 투자가 집행되었고 이번 대우종합기계 인수에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두산그룹의 돈줄로서의 부담은 리스크 요인이 아닐 수 없다.

 

또한, GDP 성장률과 국제 정세에 매출 변동성이 매우 커서 이익 추정의 어려움이 있다. 이 밖에 국내에서 손 뽑히는 강성노조를 지니고 있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국내 대기업 중에서 가장 먼저, 가장 빠르게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두산그룹 밑에서 두산중공업이 어떠한 모습으로 변모할 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