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해외시장 성공여부' 가치평가 잣대

[주주이익으로 본 기업가치]

태평양은 국내 최대 화장품 제조회사다. 1945년 설립된 이래로 미와 건강산업에 집중한 결과 국내 화장품 산업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현재 국내 화장품 시장은 에스티 로더와 로레알 등 유명 외국계 화장품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국내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고 내수침체의 외부변수 영향으로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태평양은 3분기 기준으로 34.5%의 시장점유율을 차지 국내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태평양의 주요 사업부문은 크게 화장품 사업, Mass Beauty 사업(구 생활용품 사업), 기타사업(녹차 등)의 세 부문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화장품 사업이 태평양 전체 매출의 78%를 차지할 만큼 화장품 사업의 매출에 따라 전체 매출이 크게 좌우되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이러한 사업구조는 어찌 보면 불안정해 보인다. 특히 최근과 같이 내수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때 경기에 민감한 화장품 산업은 직격탄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평양의 대표 브랜드인 '설화수'와 '헤라'의 경우 이같은 부정적인 외부변수에도 불구하고 올해 매출이 각각 3,200억과 3,100억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작년의 2,800억과 2,850억보다 각각 15%, 10% 증가한 수준이다. 화장품 산업이 제조업이라기 보다 하나의 문화산업으로 인식하고 두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육성해 온 경영진의 판단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태평양은 이 두가지 브랜드 이외에 '아이오페'와 '라네즈' 등 모든 계층과 분야를 아우르는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어 외부변수에 오히려 둔감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현재 태평양이 화장품 사업에만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야구단과 농구단 등 비관련 사업 포함 24개의 계열사를 갖고 있는 등 무리한 사업다각화를 한 전력이 있다.

하지만 현 CEO인 서경배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2002년 말까지 계열사를 9개로 줄였다. 9개의 계열사도 태평양 제약을 제외한 나머지는 화장품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회장품 사업에 대한 경영진의 생각을 알 수 있다.

태평양은 현재 '휴플레이스'라는 브랜드 숍을 확장하고 있다. 기존의 화장품 전문점들을 대상으로 휴플레이스로 전환토록 권유하고 있는데 10월말 기준으로 126개가 개점한 상태다. 첫 점포가 7월에 개점한 것에 비추어볼 때 확장속도가 빠르다.

이는 도매상을 배제하고 태평양이 직접 휴플레이스에 제품을 납품하는 구조로서 태평양 제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타사 제품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POS 데이터 시스템으로 월별 매출현황이나 재고상황이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에 향후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의 태평양의 영향력 확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문제는 해외사업부문이다. 현재 태평양은 중국과 유럽, 미국의 세 개 시장에 진출해 있는 상태다. 화장품 산업이라는 전형적인 내수산업의 성장한계를 인식하고-실제 국내 화장품 시장규모는 2002년의 5.7조원에서 올해는 5.2조원으로 감소하고 있다-글로벌 기업으로의 전환을 모색해왔는데 중국시장을 제외한 유럽과 미국에서의 적자는 3년 간 지속될 전망이다.

프랑스에서 롤리타 렘피카 향수로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2001년에 출시한 카스텔 바작이 911 테러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아 적자 폭이 커졌고, 미국에서는 최고급 백화점인 버그도프 굿먼에 입점했지만 추가로 소요될 비용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태평양의 주주이익 추이는 매력적이다. 국내 외환위기 이전에 구조조정을 완료한 덕분에 1998년에도 플러스의 주주이익을 시현했다. 1994년 약 500억 상당의 CAPEX는 현재 브랜드 제품에 대한 투자로서 이에 대한 투자결과가 10년이 지나서야 결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 주주이익 추이의 모습은 지난 과거의 기업의 경영성과임을 고려했을 때 향후 태평양의 주주이익 추이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왜냐하면 국내에서는 최고의 브랜드 제품이라 하더라도 해외시장에서 외국업체들의 브랜드 가치와 비교했을 때 부족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태평양이 현재 저평가됐는지 고평가됐는지의 판단여부는 해외시장에서의 태평양 선전에 달려있다고 과언이 아니다.

양동선 sebian523@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