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천억弗 '황금시장 잡아라'

[디지털] 불붙은 홈네트워크戰

 

최근 아파트 광고에서 CF모델이 휴대폰으로 가스밸브를 점검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네트워크 시스템이 설치됐는 지 여부가 좋은 아파트의 선택 기준이 될 만큼 대중의 관심이 뜨겁다. 세계 유수의 IT기업들은 홈네트워크 기술을 둘러싸고 치열한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홈네트워크란 안방 거실 등 집안의 각 공간을 연결해 각종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네트워크 설비가 이뤄지면 집안과 집 밖을 연결할 때 TV 에어컨 등 가전 제품을 통해 외부 정보와 직접 연결할 수 있고, 단말기나 리모컨을 통해 제어ㆍ통제할 수도 있다. 최근 건설한 아파트의 상당수는 온도, 조명을 자동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시스템은 물론 방범, 방문자 기록 등 홈시큐리티 시스템, 정보가전 등 첨단 시스템을 휴대폰을 이용해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홈네트워크 환경을 갖추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들은 홈네크워크 시장 규모가 2010년에 1000억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 가트너 그룹의 경우 세계 홈네트워크 시장이 지난해 518억달러에 이어 매년 19% 성장을 거듭, 2010년 106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만큼 디지털 가전업체에게 홈네트워크 시장은 놓칠 수 없는 황금알이다.

◇ 황금알 홈네트워크..선점 경쟁 치열

홈네트워크 시장의 규모가 크다 보니 세계 전자업체들의 물밑 주도권 다툼 또한 치열하다. 앞으로 2∼3년이 지나면 홈네트워크 시장은 기존 가전제품 시장을 모두 묶는 형태가 되면서 폭발적인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등 한국의 IT기업들을 비롯, 중소 부품업체 및 건설업체까지 모두 홈네트워크 시장선점 경쟁에 나선 상태다.

SK텔레콤은 '홈케어'(Homecare)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휴대 단말기로 출입문ㆍ조명ㆍ가전ㆍ비디오폰ㆍ가스 등을 통제할 수 있는 홈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한다. KT도 가스밸브ㆍ출입문ㆍ보일러 등의 원격 제어, 화재ㆍ가스누출ㆍ방범 등 원격통보, 방문자 확인 및 화상전화, 전기ㆍ가스ㆍ수도 등 원격검침 서비스를 홈오토메이션 전문업체인 코맥스와 공동 개발키로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홈비타' 'LG홈넷'이란 브랜드를 걸고 냉장고, 디지털TV, 전자레인지, 에어컨 등의 생활가전을 대표가전으로 묶는 홈네트워크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해외 업체들의 선점 노력도 곳곳에서 나타난다. 필립스는 세계 홈네트워크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작년 한해만 해도 싱가포르 필립스 이노베이션 캠퍼스(PCI)에 9000만 달러를 투입하는 등 적극적인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소니도 홈네트워크 기술로 1394포트를 통해 다양한 디지털가전 및 정보기기를 연결하고 제어할 수 있는 '아이.링크(I.Link)'를 발표하고 기술 선도에 나섰으며, 미쓰비시 역시 1394포트를 통해 각종 정보가전을 제어할 수 있는 '넷 커맨더(Net Command)' 기술을 발표하고 이를 적용한 제품을 개발중이다.

◇한국이 세계 홈네트워크 표준화 선도

홈네트워크 시장 쟁탈전이 뜨거운 가운데 삼성ㆍ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이 국제 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서로 다른 홈네트워크간 상호 호환이 가능한 '공통 통신 프로토콜'(CCP? Common Communication Protocol)을 홈네트워크 기술 분야의 국제 전기기술위원회(IEC TC100)에 국제표준으로 제안, 한국의 표준화 선도에 나서고 있다.

이미 생활가전 기능과 방범·방재 기능을 갖춘 '홈비타'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보유한 삼성전자는 세계 표준을 선점할 태세다. 삼성전자는 전세계 140여개 전자·정보통신업체가 참여하는 홈네트워크 기술 표준화 그룹인 'DLNA'(Digital Living Network Alliance)에 8개사로 구성된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전력선 통신 규격인 'LnCP'(Living network Control Protocol)에 기반한 홈네트워크 기술인 '홈넷'을 발표하고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LG전자는  DLNA 회원사로서 세계적 업체들과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의 히타치, 마쓰시타 등은 뒤늦게 디지털 홈 제품의 표준화를 위해 컨소시엄 '에코넷'(Echonet)을 구성해 핵심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고,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IBM 등 굴지의 기업들은 유명대학과 산학 협동을 통해 핵심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표준화 선점 위해 '우군' 확보 경쟁도 치열

미래 홈네트워크 시장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서는 '우군' 확보가 중요해 업체들간 세불리기 경쟁도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홈네트워크 전력선 통신규격 '홈비타 프로토콜'(S―Cube) 기술을 최근 전격 공개하고 홈네트워크 업계의 표준화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기존에 삼성전자의 홈비타 프로토콜을 쓰고 있는 회사는 귀뚜라미 보일러, 린나이코리아, 이건창호 등 20여개 업체다.

LG전자 역시 전력선 통신 규격인 'LnCP'(Living network Control Protocol)에 기반한 홈네트워크 기술인 '홈넷'을 발표하고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LG전자는 자사의 전력선 통신규격인 'LnCP'와 호환이 가능한 제품에 '홈넷' 로고를 붙이기로 10여개 업체와 합의했다. LG전자 프로토콜을 쓰기로 한 업체는 대우일렉트로닉스, 한국 하니웰 등 LG전자 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곳과 SK텔레콤 컨소시엄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루슨트 테크놀로지코리아, 윌텍, 휴맥스 등이다.

황금알인 홈네트워크 시장에서 삼성 LG 등 국내 기업들이 얼마만큼 선점할 수 있을 지 관심사다. 반도체 산업에 이어 홈네트워크 기술분야에서도 '코리아 넘버원'이 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영화 hollyjeo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