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핸드폰이 세계를 휩쓴다면?

필자는 단말기를 직접 해외에 수출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는 않지만, 요즘 해외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리나라 업체들 간의 제살깎이식 경쟁과, 조만간 불어닥칠 중국의 위협에 대해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이번 글에서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결코 가볍게 볼 만하지 않은—현상에 대해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을 잠시 써 보려 한다.

 

■ 너무 작은 우리나라

 

필자는 해외 업무를 맡고 있는지라 출장을 꽤 자주 가는 편인데, 장거리 비행기를 타는 일은 필자에게 때로는 너무도 힘든 일인 반면, 또한 때로는 상당히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남들처럼 비행기 안에서 푹 잠을 자는 체질이 못 되는지라 시차 적응에 어려움이 있고 몸이 피곤하다. (어떤 분들은 비행기 안에서 얼굴에 팩까지 해 가면서 밀린 잠을 보충한다고 하던데…)

 

그런 반면, 비행기 안에서 오랜만에 시간에 구애받지 않은 채 빈 노트를 펴놓고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는 일은 상당히 소중한 경험이기도 하다. 읽은지 수년이 지난지라 정확히 옮기기는 힘들지만, 피터 드러커의 책에는 “지식 근로자에게는 오랜 시간동안 방해받지 않고 계속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예를 들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는 매일 하루에 한 시간씩 떼내어 5일동안 생각하는 것보다, 하루 날을 잡아서 다섯 시간을 내리 생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장거리 비행은 이런 시간을 제공해 준다.

 

그런데 출장가는 비행기 안에서 누가 필자를 유심히 지켜본다면 아마 좀 이상한 사람으로 볼 지도 모르겠다. 항공사 기내지의 뒤에 붙어 있는 세계 지도를 지나치리만큼 오래 보기 때문이다. 언젠가 여건이 주어진다면 휙 떠나는 여행 (Getaway trip) 을 떠나고 싶은 데가 어디인가 손꼽아 보기도 하고, 어느 나라 땅이 큰가 견주어 보기도 하느라, 지도를 유심히 지켜보는 게 필자의 버릇이다.

 

그런데 세계 지도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우리나라는 너무 작다. 어떤 지도에는 우리나라 해안선이 자세히 그려지지도 않은 채, 그냥 삐죽히 나온 정도로만 대충 표시되어 있기도 하다. 일본만 해도 우리에 비하면 그나마 큰 땅으로 표시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보다 훨씬 더 “성의있게” 그려져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그것도 모자라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다. 그렇게 남한만 보면 정말로 조그마한 땅에 불과하다. 그런 조그만 나라에서 우리는 땅 투기를 하고, 강남과 강북을 나누며, 지역 감정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세 모서리에는 중국, 러시아, 일본이 자리잡고 있다. 정말,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강대국 사이에서 기를 못 펴는, 유럽의 “알바니아” 같은 어중간한 나라가 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경제적 지위가 무시못할 존재가 되어야 하고, 경제적 지위가 올라가려면 기업들이 잘 되어야 한다.

 

얼마전 유명한 컨설팅 회사들이 우리나라 정부를 대상으로 국민소득 2만불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던 내용에 따르면, 물론 독일처럼 중소기업들도 잘 되어야 할 것이지만,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큰 기업들이 더 잘 되어서, Fortune 500대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많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전 세계 100대기업 리스트에 들어가는 우리나라 회사가 10개만 나온다면 게임 끝이라는 거였다. 삼성전자 같은 회사가 10개가 나오면 된다는 것이다.

 

참고로, 2004년 기준 세계 500대 기업에 드는 우리나라 회사는 총 11개고, 세계 100대 기업에는 총 2개 기업이 들어 있다 (삼성전자 54위, 현대자동차 98위). 반면 중국은 총 15개의 기업을 올려 놓아, 우리나라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그림. 세계 500대 회사에 포함되는 중국과 한국 회사. 출처: 네이버)

 

 

■ 삼성전자 열 개 만들기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삼성전자 같은 회사 10개가 나오기 쉬울까? 그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회사든지 세계적으로 커나가려면 먼저 국내 시장에서 어느정도는 텃밭을 일구어 놓아야 한다고 본다. 협소한 국내 시장의 경우, 그나마 얼마간 존재하는 시장에는 굵직굵직한 강자들이 이미 너무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회사들을 “재벌” 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신규로 기존 시장에 들어오려는 회사들에게는 거의 설 땅이 없다. 마치 용산 전자상가에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의 수가 적정 수 이상으로 절대로 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어떤 업체가 기존에 형성된 시장에 새로 들어와서 시장을 붐비게 (crowded) 만들 조짐이 보이면, 기존 업체들은 담합 등 시장 지배력을 발휘해서 이를 조용히 컨트롤 하게 된다.

 

물론 이의 예외는 없던 시장이 새로 만들어 질 때이다. 벤처가 이의 예다. 우리나라에서도 재벌이 채 신경쓰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에 먼저 진출했던 벤처들은 나름의 성공을 거두었다. 용산 전자상가에서 하얀색 에쿠스 타는 HDD 거물 아저씨들이 미처 빨리 행동하지 못했던 사이, 풋내기 청년들이 그래픽 카드 납품권을 잽싸게 거머쥔 셈이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낸 벤처는 계속 그 시장에서의 영향력, 나아가 그 시장 자체를 더 키워 나가야 한다. 셋탑박스 시장으로 유명한 휴맥스가 2년쯤 전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내세웠던 것이 평판 LCD TV 였다. 그런데 이 시장은 세계의 온갖 절대 강자들이 버티고 있는 시장이 아니던가. 이처럼 기존 재벌 기업이 버티고 있는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특히 우리나라 기업이라면, 매우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본다.

 

 

 

당신이 언젠가는 삼성에 버금가는 글로벌 한국 회사를 일구고 싶은가? 그렇다면 새로운 분야를 찾아내서, 그 분야의 최고가 되고, 나아가 그 분야를 계속 키워 나가는 것이 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훗날 그 부문의 파이가 커질 때 돈 냄새를 맡고 재벌 회사들이 몰려 들더라도 이미 판세를 뒤집기에는 늦어 버릴 정도로 확실한 경쟁력의 리드를 갖추어야 한다. 이런 통쾌한 날이 오기 전에는, 어설프게 대기업에 (속된말로) “맞장뜨는” 것은 피해야 한다.

 

등소평이 미국을 갔다오고 나서 “도광양회(韜光養晦)” 라는 말을 했다 한다. 아무도 모르게 어둠 속에서 실력을 가다듬는다는 말이다. 수면 아래서 수십년 칼을 갈고 닦았던 중국은 이제서야 “화평굴기 (和平堀起)” 라는 뉴 슬로건을 내세우며 비상하려 하고 있다. 도광양회, 당신의 벤처기업이 명심해야 할 말이다.

 

■ 한 업종에서 두 개의 한국 기업이…?

 

다시 세계 100대기업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 리스트에 우리나라 회사 10개가 포함되려면 방금 이야기한 것처럼 새로운 부문의 강자가 된 벤처 회사들이 리스트에 새로 진입하거나, 아니면 현대자동차나 국민은행, SK텔레콤 같은 우리나라 인더스트리 리더들이 아시아 대표 기업으로 성장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으로 10년 내에 아시아 대표 기업은 자동적으로 세계 대표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우선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벤처기업이 세계 100대 기업에 진입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따라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현대차, 국민은행, SK 텔레콤 등이 세계 100대회사로 성장하는 데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다.

 

이처럼 서로 다른 업종의 한국 회사들이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동반 성장하면 좋은데, 문제는 한 업계에 속하는 뛰어난 한국 회사가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만일 동종 업계에서 복수개의 한국 회사가 세계 100대 기업에 속하려면, 그 회사들 모두가 세계 시장을 호령할 정도로 뛰어난 경쟁력을 발휘하거나 (예: 도요타-혼다), 아니면 서로 조금씩 다른 색채를 지니고 있어야 할 것이다 (예: 마쓰시타-소니). 우리가 모델로 삼는 소위 ‘강소국’들도, 자국 시장이 협소하다 보니 각 인더스트리 내에 대표 기업이 한 개 이상 존재하는 경우가 드물다. 핀란드의 노키아, 스웨덴의 에릭슨, 네덜란드의 필립스 등이 그 예이다.  

 

동종 업계에 여러 개의 한국 회사가 존재하더라도, 우리나라 기업끼리 동일한 해외 시장을 놓고 서로를 깎아먹는 식의 경쟁은 가급적 피했으면 한다. 앞서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를 많이 하였지만, 가장 힘주어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물론 서로 라이벌 의식을 가진 채 경쟁함으로써 더욱 강력한 존재로 동반 성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차와 기아차가 동일한 세그먼트에서 건건마다 부딪혀 가면서 동반 성장해 나가는 구도를 과연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는 핸드폰 시장에도 적용될 것이다. 우리나라 핸드폰 기업들이 모두 다 잘 되었으면, 그래서 배드민턴에서 우리나라끼리 금, 은을 다투듯이 우리나라 업체들이 세계 핸드폰 시장을 호령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해외쪽 일을 하는 필자에게 자주 들리는 소식은, 국내 핸드폰 기업들끼리 해외 이통사의 요구조건을 서로 다투어 들어주느라 수익성을 감수하고서까지 경쟁하고 있다는, 자못 안타까운 소식이다. 

 

■ 조금만 긴 호흡으로 본다면…

 

해외 이통사들이 단말사들에게 요구하는 조건은 (업계 용어로) 매우 터프하다. 우선 단말 스펙에서부터 자사가 요구하는 스펙을 따를 것을 강요한다. 해외 (특히 미주) 사업자의 경우 최소한의 스펙을 요구하고, 이를 벗어나는 스펙을 탑재한 단말기에 대해서는 우리는 이런 기능이 필요 없다”며 퇴짜를 놓기 일쑤다.

 

물론 사업자의 니즈에 부응하는 것은 중요하다. 사업자는 단말기를 가장 많이 사 가는 고객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Financial Times 뉴스에는 노키아가 더 이상 클럽 노키아 사이트를 통해 벨소리와 자바게임 서비스를 직접 실시하지 않겠다는 뉴스도 나온 바 있다.

 

그러나 단말사 입장에서 보면 해외 사업자의 니즈만을 100% 신조로 삼고 이에 따라가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본다. 사업자는 손쉬운 가입자 유치를 위해 가격이 싸고 기능은 그다지 많지 않은 단말기를 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무선 시장의 발달로 인해, 300만 화소 카메라폰과 하드디스크 폰이 세계 최초로 나올 정도로 한국 업체들의 단말 기술은 이미 저만치 앞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자의 요청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고기능 단말기들을 시장에 제때 내놓지 못해서 시장 선도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또한 해외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단말기의 뛰어난 기능과 연계 가능한 차세대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서 제안해야 함에도 불구, 해외 사업자들이 “시키는 대로만” 단말기를 만들어 가는 자세를 취하다 보면 결국 창의성 넘치는 제안을 창출해 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이다.

 

사업자 입장에서 단말사의 수익성은 별 관심이 없는 이슈이다. 만일 어떤 단말사가 적정 가격과 마진을 감안하여 200불에 제안을 했다고 해 보자. 만일 비슷한 사양을 갖춘 단말에 대해 타사가 100불의 가격을 제시하고, 사업자의 레이블을 붙여서 판매하자고 제안한다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는 단말 제조사의 입장에서 보면 장기적인 수익성 창출에 큰 문제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내 업체들끼리 해외의 이통사를 대상으로 이러한 제살깎이식 경쟁을 펼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처럼 가격에만 기초한 경쟁이 특히나 위험한 진정한 이유는 따로 있으니, 이는 바로 “중국” 이다.

 

■ 백미러 바로 뒤에까지 따라온 중국

 

중국은 우리와는 스케일이 전혀 다른 나라다.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중국에는 사람이 하도 많아서, 어떤 도시에 정전이 일어나면 왠만한 경우에는 사람들이 플래시 전등을 들고 일정한 간격으로 도로가에 나와서 서있는다는 것이다. 명목상의 임금만 지불하면 오늘도 기꺼이 힘을 제공할 만한 노동자들이 수도 없이 많이 있다.

 

이제 중국은 거의 전 산업 부문에 있어 우리나라를 바짝 위협하고 있으며, 핸드폰 단말 제조도 그 예외가 아닌 듯하다. 앞으로 1~2년 이내에, 미국과 유럽의 주요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수십 달러, 내지는 그 이하 가격대의 핸드폰을 마구 제안할 것이다.

 

중국 회사들의 생소한 브랜드 이름은 처음에는 전면에 부각되지는 않을 것이고, 이통사의 마크가 선명하게 찍혀 있을 것이다. 물론 휴대폰 제조가 많은 기술력을 요하는 기술 집약적 산업이긴 하지만, 앞으로 1~2년 내에 중국은 휴대폰 단말기 부문에서 가격을 무기로 우리나라의 업체들의 목을 바짝 죄어 오기 시작할 것이다.

 

중국의 저가 폰 공세에 유럽과 미국의 사업자들이 넘어간다면, 우리나라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눈에 띄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이야 우리나라 업체들이 급격한 성장세를 올리며 무서울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노키아 역시 무서울 것이 없었던 업체이다.

 

노키아가, 이통사들이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위상을 가졌던 업체에서, 우리나라 단말사들을 위시한 경쟁사들의 공세에 밀려 제왕의 자리를 위협받기까지는, 채 2년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핸드폰 단말 제조 업계의 경우 단 1~2년 만에도 업체들의 운명이 갈라질 수 있는 것이고, 지금 잘 나가는 우리나라 단말사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노키아를 딛고 일어섰다면, 중국 핸드폰 업체들도 우리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더 무서운 것은, 중국은 이제 휴대폰 제조에 있어 가격 뿐만이 아닌, 기술 부문에 있어서도 우리나라를 바짝 추격해 올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나라의 R&D 부문을 인수함으로써 상당히 급속히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다음은 최근 전자신문에 나온 기사이다.

 

“…중국과 대만의 일부 휴대폰업체들은 시장에 매물로 나온 텔슨전자와 맥슨텔레콤의 R&D부문만을 인수해 R&D는 한국에서, 생산은 중국에서 하는 식의 이원화 전략을 추진중이다…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앞선 기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텔슨전자와 맥슨텔레콤 등이 표적이 되고 있다. 이들이 자금난에 봉착해 적지 않은 자금으로 회사나 R&D 부문만을 인수, R&D 기지로 활용할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텔슨전자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들이 중국과 미국 시장을 겨냥해 제품을 개발한 연구인력과 조직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며 “현재 중국과 대만의 몇몇 업체와 M&A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하지만 한국이 휴대폰 R&D 기지로 급부상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도 없지 않다… 국내 휴대폰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일부 휴대폰 R&D업체들이 중국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관련 기술도 함께 넘겨줘 경쟁력을 상실한 적이 있었다”며 “외국계 업체와 국내 업체 간 M&A를 무턱대고 추진하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익종 기자, 전자신문 9월 22일자)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나라의 단말 제조사들은 한마디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더 이상의 제살깎이식 경쟁을 피해야 한다. 넓은 세계 시장에서 서로 강자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상생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높은 기술력을 유지하고, 이를 반드시 높은 수익성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고(高) 기술 핸드폰  차별화 요소 창출  브랜드 이미지 구축  수익성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우리 스스로 깰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리가 300불에 파는 휴대폰을 중국 업체가 100불에 내놓는다고 하자. 그렇다면 우리는 가격을 100불로 내릴 것인가? 아니면, 300불 짜리 휴대폰에 더 많은 가치(value)를 포함시켜서, 제값을 받고 당당히 팔 것인가? 절대로, 절대로 중국과는 가격 경쟁을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DVD 시장에서 깨달은 바가 있다. (중국이라는 나라 때문에 나름대로 첨단 제품인 DVD 플레이어는 60~70불대에 팔린다. 물론 소비자에게는 싼 값이 이익이겠지만…) 이러한 와중에, 우리나라 기업끼리 가격에만 기초한 경쟁을 펼친다면 이는 해외의 사업자들에게만 이익을 가져다 주는, 너무 소모적인 일이 아닌가 싶다.

 

핸드폰은 지금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수출 품목중 하나다. 세계 6대 핸드폰 단말 제조사 중 2개 업체가 한국 업체이고, 세계 시장 점유율이 25%에 이른다. 이처럼 어렵게 달성한 경쟁적 지위를 1~2년 안에 쉽게 중국에 넘겨주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될 것이다. 만일 우리가 중국에 핸드폰 경쟁 우위를 넘겨준다면, 그렇게 되는 첫번째의 “잘못된 단추”는 바로 우리끼리의 제살깎기식 경쟁에 의한 수익성 악화일 것이다.

 

 

김창원 chang1.kim@samsung.com     김창원님은 현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VOC 그룹에서 근무중이며, 전세계 삼성 핸드폰 유저를 위한 포털사이트인 삼성펀클럽 (www.samsungmobile.com) 및 국내 애니콜 유저를 위한 포털인 애니콜랜드(www.anycall.com)를 위한 모바일 서비스 아이템을 담당하고 있다. 국내의 역량있는 무선 인터넷 서비스/컨텐츠/솔루션 벤처들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자그마한 도움이 되었으면 하며, 특히 삼성전자 무선사업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로 진출하고자 하는 국내의 모바일 벤처들은 언제든지 문의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