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 '토종' 디카 '일제' 선호

[커버스토리]디카, MP3 선호도 조사

'아날로그'로부터의 세대교체 이후 한템포 쉬어갈 줄 알았던 디지털 가전업계가 다시 무한경쟁에 빠져들고 있다. 거듭된 IT기술의 혁신으로 말미암아 가전, 정보통신, 컴퓨터 등과 같은 전통적 영역분할이 붕괴되고 그 기능이 중첩되며 컴팩트해지는 '디지털컨버젼스(Digital Convergence)'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때문이다.

특히 가전과 정보통신 기술에 있어 세계적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디지털컨버젼스가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잘 터지면 그만이던 휴대폰에 카메라가 달리더니 이젠 고화질 동영상 촬영기능까지 갖춘 신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한때 받고싶던 졸업선물 1위의 아성을 고수하던 '워크맨'이 종적을 감추고 수시로 컨텐츠를 바꿔가며 목걸이처럼 걸고 다니는 MP3가 그 자리를 메꿨다. 아까운 필름값에 '조금만 왼쪽으로 약간 뒤로 눈감으면 큰일나'를 외치던 일은 옛일이 된 채 같은 포즈를 수십장씩 찍고서 그 중 제일 맘에 드는 사진을 현장에서 골라잡을 수 있게 해준 디지털카메라는 이제 없어선 안될 필수품이 된지 오래다.

이런 단품 기능의 개선 경쟁을 넘어 최근 휴대폰들은 메가픽셀급 촬영기능, 음악 및 영화감상 기능들이 탑재되어 휴대용 디지털기기의 컨버젼스 전쟁을 주도하고 있다. 초기 경쟁단계를 넘어선 2~3년 후 이 같은 제품들 중 적자생존할 수 있는 것들은 어떤 것일까.

대학경제신문에서는 휴대용 디지털기기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와 MP3에 대한 선호도 설문조사를 통해 디지털컨버젼스의 미래를 조명해봤다. 지난 9월13일부터 5일간 서울소재 총 6개 대학에서 7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아직까지 디지털카메라와 MP3는 나름대로의 기능적 영역을 고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카, 화질은 캐논 디자인은 소니 '日製천하'

디지털 카메라 구입의 경험을 묻는 질문에 절반이 조금 넘는 54.61%가 디지털 카메라 구입 경험이 있는 것으로 응답해 높은 보급률을 보였다.

디지털 카메라 브랜드 중에서 가장 선호하는 곳은 캐논이 33.88%, 니콘이 23.98%, 올림푸스가 15.58%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국내 제품인 케녹스는 8.40%에 그쳐 디지털 카메라는 아직까지 일본 제품이 강세를 나타냈다.

디지털 카메라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화질에 대한 평가에서 캐논이 42.82%로 가장 좋은 제품으로 인식되어 있었고 그 뒤로 니콘이 18.97%, 올림푸스가 15.99%의 선호도를 보였다.

디자인 우수 제품에 대한 평가에서는 소니(40.24%), 캐논(19.24%), 올림푸스(16.53%), 니콘(14.09%)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니의 '사이버 샷'은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이 소비자 선호를 이끌었고 최근에는 렌드 회전형 제품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조사 결과 브랜드 선호도와 화질 평가 분야의 순위와 비율이 비슷하게 나타나 디지털 카메라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화질임을 보여줬다.

◇MP3 플레이어는 '아이리버' 독주

MP3 플레이어에 대한 설문 조사에서 먼저 구입 경험을 묻는 질문에 53.12% 가 구입한 적이 있다고 답해 디지털 카메라와 비슷하게 많은 대학생들이 MP3 플레이어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크기가 작고 음악 편성 기능이 뛰어나다는 것이 장점으로 부각되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어학기능이 강화되어 학업에서도 중요한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와 달리 국내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는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는 레인콤의 아이리버였다. 64.91%로 가장 높은 호감도를 보였고 그 뒤로 삼성전자의 옙이 9.62%, 거원시스템의 아이오디오가 8.54%, 소니의 네트워크 워크맨이 6.23%순으로 나타났다.

음질 우수 분야에 대한 설문에도 역시 아이리버가 48.24%로 1위를 차지했다. 특이한 점은 레인콤의 아이리버에 이어 거원시스템의 아이오디오가 22.09%를 차지해 삼성전자 옙을 제치고 파일 재생 음질 면에서 우수 판정을 받아 대기업을 제치고 선전했다는 점이다.

디자인 우수 MP3 플레이어에서도 46.48%로 아이리버가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독주를 이어갔고 소니가 19.34%, 애플의 아이팟이 14.77%로 국내 삼성전자와 거원시스템의 제품보다 디자인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MP3 플레이어 시장은 아이리버를 중심으로 한 국내 기업의 각축전과 외국 기업의 진출로  전국시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기업 제품이 품질 면에서 우수 판정을 받았지만 디자인 면에서 외국 제품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 앞으로 보완해야할 부분으로 나타났다.

◇ 아직까지 사진은 디카 음악은 MP3

휴대용 디지털 기기의 컨버젼스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과연 대학생들은 복합 기능의 휴대폰과 기존 고유 기능 제품들 사이에서 어떤 쪽의 손을 들어줄까.

대학경제신문에서 실시한 대학생 선호도 조사에서 '카메라 기능의 제품을 구입할 때, 800만 화소급의 디지털 카메라와 300만 화소급의 카메라폰이 있다면 어떤 것을 선택하겠느냐' 라는 질문을 해봤다. 응답자의 70.87%가 카메라 폰보다 800만 화소급의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하겠다고 응답했다. 단지 화면을 담는다는 의미 이외에 보다 화질이 좋은 사진을 찍고 촬영의 다양한 기능을 즐기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분석이다.

역시 'MP3 파일의 재생이 가능한 제품을 구입하고자 할 때 차별화되고 고급 기능이 들어있는 MP3 플레이어와 고용량의 MP3폰 중 어떤 것을 선택하겠느냐'의 질문에서는 62.47%의 대학생들이 MP3폰보다 좋은 음질과 다양한 기능의 MP3 플레이어를 선택하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디지털 카메라와 마찬가지로 복합 휴대폰의 편리성보다 고품질의 즐거움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양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4학년 조준상 군은 "카메라 기능과 MP3 재생 기능이 있는 휴대폰을 쓰고 있지만, 얼마 전에 디지털 카메라와 MP3 플레이어를 따로 구입했다. 휴대폰에 여러 기능이 같이 있어서 한 손에 휴대할 수 있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고, 급할 때나 카메라를 가지고 있지 않을 경우에만 대용으로 휴대폰 카메라 기능을 이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다수의 대학생들이 고유 기능 제품에 손을 들어 주었지만 30~40%정도의 응답자가 복합 기능 휴대폰에 대한 선호도를 보인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점이다. 이미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컨버젼스를 반증하는 셈이다. 휴대폰이 급속한 진화를 거듭하는 것처럼 디지털 카메라와 MP3 플레이어도 고급화되고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추격전에 나서고 있어 향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박승현 coolday22@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