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닮은꼴 '오뚝이'기업

[언더그라운드 가치주] 해태제과

지난 언더그라운드 가치주에서는 한번 상장됐다가 폐지된 비운의 ㈜진로를 조명해봤다. 이번에는 비슷한 운명의 길을 걷고있는 기업인 해태제과에 대해서 알아본다.

 

해태제과는 여러모로 ㈜진로와 비슷하다. ㈜진로가 진로그룹의 사업다각화로 부도가 나면서 화의기업이 된 것과 마찬가지로 해태제과 역시 사업다각화로 해태그룹이 부도가 나면서 동반 부도의 비운을 맞았기 때문이다. ㈜진로가 막강한 브랜드 제품인 '참眞이슬露'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던 것처럼 해태제과 역시 다양한 브랜드 품목의 포트폴리오로 화려한 부활을 했다는 점 역시 비슷하다. 비참한 추락과 화려한 부활의 신고식 과정이 모두 비슷한 셈이다.

 

해태제과는 1997년 11월 그룹부도 이후 1998년 6월에는 해태전자 등과 함께 퇴출기업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1999년 9월 채권단과 '기업개선약정서'를 체결, 정상화 방안을 확정함으로써 금융권의 출자전환을 통해 극적인 회생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롯데제과 등 기존의 제과업체들이 해태제과 인수를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2001년 7월 외국전문투자회사인 UBS 캐피탈, CVC 아시아 퍼시픽, JP 모건으로 구성된 UBS 캐피탈 컨소시엄이 해태제과의 제과사업과 자산일체를 4,150억 원에 인수(부채 637억 원 제외)키로 했다. 이로써 해태제과는 외국인 소유회사로 바뀌었고 그 해 11월 10일 거래소에서 상장폐지 됐다.

 

해태제과는 크게 세 개의 사업부문으로 나뉘어져 있다. 건과류, 유제품, 냉동식품이 그것이다. 해태제과는 해방둥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1945년에 설립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기업답게 각 사업부문에 다양한 브랜드 품목들이 포진해 있다.

 

1) 건과류 부문

2) 아이스크림 부문

3) 냉동식품 부문

 

이 중에서 특히 부라보 콘은 1970년에 출시된 국내 최초의 콘 타입 아이스크림이다. 현재까지 40억 개, 금액으로는 8,500억원어치가 팔려 30년 이상 국내 아이스크림의 대명사로 군림해왔다. 10년 만의 무더위라는 외부의 긍정적인 요인으로 지난 7월에는 57억 원어치가 팔려나가 올해에는 400억원 매출로 사상 최대 연매출 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양갱은 1945년 해태제과 설립 당시 출시된 60살 먹은 최장수 브랜드 품목이다. 주로 중장년층의 영양식으로 소비되었으나 최근에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의 효과로 올 상반기에만 10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최근 해태제과의 대박브랜드는 마루패밀리로 유명한 호도마루, 체리마루, 마카마루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 마루패밀리는 출시된 지 22개월 만인 지난 8월 말에 누적 매출 1,005억 원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6월에는 업계 최초로 한달 매출 기준 106억 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는 기존 제품과는 차별화 된 다양성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즉 겨울에는 부드러운 원유크림의 비율을 높이고 여름에는 얼음알갱이로 시원함을 강조하여 계절변화에 둔감한 새로운 타입의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다.

 

다양한 브랜드 품목의 선전은 내수경기가 침체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게 했다. 6월 결산인 해태제과는 이번 회계연도에 6,455억 원의 매출과 66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경상이익과 순이익은 전년에 비해 117%와 107%가 신장한 464억 원과 329억 원을 기록했다. 동업종 기업들의 실적보다 월등히 나은 신장율이다.

 

이러한 실적개선은 UBS 캐피탈 컨소시엄에 의해 선임된 차석용 대표이사의 역할이 컸다. 그는 마케팅 사관학교로 유명한 미국 P&G 본사에서 1985년부터 근무했으며 1999년엔 P&G 한국총괄 사장을 지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의 해태제과 이미지를 고수하면서 그가 중점을 둔 것은 마케팅 차별화로 해태제과 제품의 수용계층을 확대시키는 것이었다.

 

그 일환으로 그는 우수인력을 외부에서 충원하는 업계의 관행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내부육성에 집중하였으며 사내 칼리지의 도입으로 브랜드 매니저와 관련부서 직원들을 위한 마케팅 교육을 강화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해태제과 전체 45명의 브랜드 매니저 중 27명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다. 이 역시 차석용 대표이사 아이디어. 과자제품의 주소비층이 1318 여학생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마케팅의 차별화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10년 만의 무더위라는 긍정적인 외부요소는 둘째치더라도 해태제과는 기업내부적으로도 조용하지만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해왔다. 그리고 그 변화의 과정이 현재 실적개선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향후 해태제과의 진로는 불확실하다. 단 하나 대주주인 UBS 캐피탈 컨소시엄이 투자전문회사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해태제과를 매각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과거 롯데제과와 쌍벽을 이룬 역사가 있는 해태제과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이제 부활의 시작인지 해태제과의 행보를 지켜보도록 하자.

 

양동선 sebian523@viptooz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