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탈출 3대조짐까진 '몸조심'

[BM알면 주식보인다] 의류산업

◇최악 '불황의 늪' 빠진 의류업계

 

IMF를 겪은 우리나라 경제는 극심한 내수경기 침체로 건설, 의류 등 내수업체들은 불황을 겪었다. 98년 내수의류시장은 전년대비 26.9% 감소한 9조 7,103억원으로 3조 5천억원이 감소하였다. 이 과정에서 매출감소에 따른 재고증가, 자금조달을 위한 할인판매로 기업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되었다.

 

98년도와 마찬가지로 의류산업은 내수경기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2004년 한해를 보내고 있는 의류업체들의 사정도 만만치 않다. 내수경기 침체의 영향 및 회계기준의 변경으로 최악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패션산업은 대규모의 투자나 생산설비 없이도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는 산업이다. 다른 산업에 비해 매출원가율이 50%이하로 각종 부대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순이익률이 10~20% 이상인 고수익 업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션의류업이 저평가되어온 이유는 의류업체의 이익에 대한 신뢰성 하락과, 내수의류시장의 저 성장성, 의류업의 높은 변동성과 시장경쟁 등에 기인한다.

 

패션의류업체의 자산회전율이 타산업보다 크게 낮다는 점도 의류산업의 저평가의 원인이 된다. 패션시장은 경기에 민감하고 계절성이 확연한 특성이 있다. 즉 상반기 보다는 하반기가, 그 중에서 3~5월과 9~11월이 한 해 성장을 좌우하는 경향이 있다. 의류제품이 판매계절보다 1~2계절 앞당겨 생산하기 때문에 수요예측이 빗나가 옷이 판매되지 않으면 운영자금이 재고로 묶이고 매출채권의 현금화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금흐름이 악화되고 재고처리를 위한 할인판매의 증가로 채산성도 나빠지게 된다.

 

정상가 판매율은 판매가격을 약 5~30% 세일하여 판매한 비율로서 브랜드력과 수익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정상가 판매가 되는 시기는 3개월 내외로써 이 기간이 지나면 판매시즌이 지나기 때문이다. 의류기업에서의 재고는 원가의 50%미만의 가치를 지닌다. 의류산업이 시즌 장사 임을 감안하면 재고자산회전기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한편 패션의류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데 이는 의류업체의 실적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의 패션욕구가 다양화되고 세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의 발달도 유행의 변화를 빠르게 하고 있다. 따라서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업체의 퇴출이 늘어나고 있다. 브랜드를 도입하여 1년 만에 100억을 넘어서는 고속 성장을 하다가도 2~3년 만에 매출액이 크게 감소하고 중단되는 브랜드가 생겨나고 있다.

 

패션의류업은 시장 진입장벽이 낮아 경쟁이 높은 산업이다. 신규브랜드 도입비용이 평균 30~50억 수준이며, 100% 아웃소싱이므로 초기 투자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기 호조기에는 많은 브랜드들이 신규 도입되어 시장경쟁이 높아진다. 경기 호조기 였던 2002년 하반기에는 신규브랜드가 80여 개에 육박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처럼 신규 진입이 용이하다는 점은 기존 의류업체에게 시장점유율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패션의류산업에 희망은 없는가?

 

현재 국내 패션의류산업은 IMF 이후 구조조정을 거쳐 기업체질이 크게 개선되었다. IMF시기에 많은 의류업체들의 퇴출로 인해 공급이 줄어들었고 기업 내부적으로도 비효율 브랜드의 정리, 인력축소, 경비절감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수행해왔다. 이에 따라 의류업계 전체적으로 재무구조와 수익구조가 개선되어 경기변동에 대한 대응력이 높아지고 이익의 질이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경기회복시 패션의류업체들의 이익 개선 여력도 높을 전망이다.

 

패션의류업체의 가장 큰 주가 저평가 요인은 이익에 대한 신뢰성 하락이다. 과거 출고기준 회계처리로 인해 의류업체의 기간 이익이 왜곡되고 장부가치도 과도하게 계상될 수 있었다. IMF시기에 나산, 대현, 신원 등 대형 의류업체들이 흑자를 내고도 부도가 남에 따라 투자자의 의류업체 이익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다.

 

그러나 2003년부터 기간이익의 왜곡을 가져오던 회계기준이 변경됨으로써 패션의류업체의 이익의 신뢰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과거에는 출고된 제품이 판매되지 않더라도 출고시점에 이익으로 계상되었으나 변경된 회계기준에 따르면 출고 후 판매된 제품에 대해서만 이익으로 인식하여 기업의 실질 이익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패션의류업 경기회복을 다음 몇 가지 징후가 나타나는 시기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징후는 2005년 이후에나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 확대되었던 백화점 의류세일 품목과 세일폭이 축소된다.

 

2) 노(no) 세일 브랜드가 늘어난다.

 

3) 신규 도입 브랜드가 늘어나고 브랜드 중단 및 M&A가 일단락된다.

 

현재 의류업체들의 최대관심사는 소비경기의 회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경기는 여전히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내수경기의 사이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를 보유하거나, 브랜드가 다변화되어 경기나 유행의 빠른 변화에 대한 안정성을 높이는 방법을 취해야 할 것이다.

 

2005년 이후 의류시장은 5% 수준의 저 성장이 예상된다. 의류시장의 저 성장성은 고성장 IT위주의 주식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 받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시장규모의 성장에 따른 매출 성장 보다는 신규 마켓을 개척하거나 신규브랜드 도입에 따른 시장 점유율의 확대, 가격 상승을 통한 질적 성장,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업체는 시장의 저 성장과 달리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이건규 bluemoon@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