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모바일게임,해외로 나가기는 이르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없다

이번 글에서는 필자가 보고 있는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의 시장 상황을 설명하고 왜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고 주장하는지 설명하고 그리고 나간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하고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 지에 대하여 논의해보고자 한다. 물론 각 업체 마다 현재 처한 상황에 따라서 구체적인 진출 방법은 각자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을 통해서 공통적으로 고민해 볼만한 화두를 던질 수 있었으면 한다.

 

 

 

해외 시장 현황 (일본을 제외한 유럽 및 미주 지역)

 

1. 유럽 및 미주 지역 이동통신사들의 CP 정원 제한

 

우리나라에서 지난 약 4년여에 걸쳐서 일어 났던 일들이 서구 시장에서는 지난 2년 동안에 벌어졌다는 게 필자를 포함하여 이쪽 시장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상황이다. 최근에 한국에서도 전체 CP 수를 제한하겠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필자가 담당하고 있는 유럽 및 미주 지역에서 대부분의 이동통신사들이 더 이상의 CP들을 영입하지 않고 있다. 새로운 CP들은 힘들게 이통사를 접촉하더라도 기존 이통사 계약을 가지고 있는 다른 CP들을 통하여 납품할 것을 권유 받거나 또는 이미 CP수가 너무 많아 물리적으로 처리할 여유가 없다는 정중한 거절밖에는 기대할 수 없다.

 

간혹, 자사의 게임이 다른 채널을 통하여 큰 성공을 거두어 널리 소문난 경우 (거의 로또 당첨 확률이다.)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 이동통신사들과의 직접 계약은 불가능해진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이렇게 일찍 일어난 이유로는 우선 첫째, 이동통신사들의 게임 담당자 수가 턱없이 부족하여, 현재 각 이통사 게임 담당자들이 관리하고 있는 CP들의 수가 한국 이통사들 보다 훨씬 적음에도 불구하고 이른 시기에 포화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두 번째로는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 관련자들이 기존 콘솔 게임 시장에서 왔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들은 이전에 Sony가 PS2 시장에서 했던 것처럼 소수의 게임 업체들만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폐쇄적인 협력 구도를 가진 시장에 익숙하기 때문에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도 이런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방식이 콘솔시장에서도 전체 게임 시장의 창의성을 떨어뜨리고 있으며 또한 아직 2-3년 밖에 안된 모바일 시장에서는 너무 이르다는 반응이지만 어쨌든 이미 미국, 독일, 영국 등의 시장에 있는 대부분의 이동통신사들이 더 이상의 CP는 받지 않겠다는 게 현재 그들의 정책이다.

 

2. 거대 자본의 모바일 게임 산업 참여

 

한국 모바일 업계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이미 Mforma나 Jamdat 같은 이름들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또한 최근에 예전 EA Sports의 창립자이며 CEO였던 Trip Hawkins가 세운 Digital Chocolate이 성공의 보증수표라고 일컬어 지는 Kleiner Perkins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핀란드의 유명 모바일 게임 개발사인 Sumea를 인수하면서 모바일 게임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상황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이러한 상황 자체가 이제 해외에서도 모바일 게임을 콘솔 게임의 미니어처나 사은 행사품 정도로 생각하던 수준에서 본격적인 하나의 독립적인 분야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입증한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뛰어 들면서 점점 작은 창작게임업체들의 입지가 상당히 좁아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아직은 몇몇 업체들이 개별적으로 라이센스를 획득하거나 자체적으로 브랜드를 키워가는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에 앞으로 새로 나올 Mforma 게임들을 실제 눈으로 보고 나서는 솔직히 엄청난 좌절감이 들었다. 맨 처음 글에서 밝힌 것처럼 본인은 자본이 기술을 이긴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신작 게임들은 그런 편견에 대한 확실한 증명이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구현 기술이나 브랜드, 기획 모든 면에서 도전해 볼 의욕을 꺾어 놓을 만한 수준이었다.

 

3. 콘솔 게임에서 모바일로

 

이들 대형 모바일 게임사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의 주요 인력들이 콘솔 게임 시장에서 소위 ‘날리던’ 인물들이다. 또한 THQ wireless나 EA Mobile처럼 콘솔 게임 회사들이 직접 모바일로 진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또한 소규모 모바일 업체들 조차도 마찬가지이며 대표적인 예로 IOMO 같은 영국의 대표 모바일 게임 개발사도 2000년 까지는 콘솔 게임 제작사였으나 모바일로 전환하여 성공한 케이스이다. 지금까지의 단말기는 노키아의 엔게이지를 제외하고는 이들이 가진 역량을 100% 발휘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휴대 단말기는 전세계적으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만 해도 3D 게임이 가능한 단말기들이 속속 출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이 자신의 역량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가지게 된다면 제한된 모바일 환경에서만 익숙했던 게임 개발자들이 갈 수 있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

 

4. 기타

 

사족을 덧붙이자면 보통 우리들이 생각하기에 유럽에서는 휴가를 한 달씩 가고 퇴근 시간은 꼭 지켜서 일하니 거의 연중 무휴로 열심히 일하는 우리가 뒤질 리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게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은 이통사 담당자들 말고는 거의 본적이 없다. 실제 본인이 같이 일해본 유럽 모바일 게임 벤처업체들은 다르다. Mforma만 해도 밤 11시까지 회의하는 경우를 여러 번 목격한 적이 있으며 어떤 영국 업체 담당자는 새벽 1시에 받은 이메일을 2시에 답장할 정도로 한국의 모바일 벤처들에 못지 않게 열심히 일하고 있다.

 

여기까지 상황만으로도 이미 ‘그럼 뭘 어쩌라는 것인가?’ 라고 생각될 것이다. 이미 늦었다는 소리나 마찬가지 아닌가? 하지만 필자가 얘기하고 싶은 바는 현재 닥친 변화를 직시하고 한국 시장에서 하루라도 빨리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은 한국시장에서 더 성장한 후에 해외로 나가야 한다. 우선은 국내에서 더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말도 물론 일리는 있으나 우리가 준비가 될 때까지 해외 시장이 기다려 준다는 보장은 없다.

 

모두가 인정하듯이 모바일 게임 분야는 진입장벽이 낮다. 또한 기술적인 격차 또한 다른 분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따라잡기가 쉬운 분야이다. 업력이 2년인 업체와 4년인 업체가 차이가 나봐야 얼마나 나겠는가? 따라서 소위 First mover advantage라는 것도 활용할 수 있는 기간이 무척 짧다. 아직까지는 기회가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을 놓친다면 다시는 해외 진출의 기회는 없을지도 모른다.

 

 

 

해외 진출에 필요한 작은 준비들

 

해외로 나가기 전에 사소한 준비들을 우선 점검해 보자. 아래 질문들에 yes 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면 좀더 고민하기 바란다.

 

1.       우리는 해외 진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현지에서 대학교를 방금 졸업한 우수한 교포 인력을 해외영업 책임자로 채용했다. – 한국에서 해외 영업 담당자를 채용할 경우에 언어만 가능하다면 아무나 담당자로 지정하는 사례를 자주 보았다. 물론 언어는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중요한 영업 기회를 갓 학교 졸업한 한국말 잘하는 신입사원한테 맡기는 경우는 없지 않은가? 최근에는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고 있는 나라가 많기 때문에 조금만 열심히 찾아 보면 현지에서도 성과급제로 고용할 수 있는 영업직원을 찾을 수도 있다.

 

2.       우선 현지 시장 파악을 위하여 당장이라도 해외지사를 세울 계획이다. – 최근에는 전반적으로 경기가 안 좋다 보니 무작정 해외 지사부터 차리는 경우는 많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히 투자자를 의식해야 하는 상장회사나 상장을 앞두고 있는 회사의 경우, 뚜렷한 계획 없이 지사부터 차리는 사례를 종종 보았다. 결국 현지 시장에서 자리잡는데 실패하고 접고 돌아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초기 시장 조사가 목적이라면 차라리 해당 지역의 신뢰할 만한 브로커를 선정하여 몇 종의 게임들을 우선 시도해 보는 방법을 추천한다.

 

3.       개발자도 영어가 조금은 가능해야 한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 – 개발자들이 모두 영어가 가능해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고 아주 유창해야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모바일 관련 기술들은 끊임없이 새로 개발되고 있으며 특히 신종 단말기에 관련된 상세한 개발 TIP들은 문서화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타 업체의 개발자들과 정보 공유가 필요한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데 만약 이 정도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개발자를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결국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

 

 

해외 진출 전략

 

다음은 해외로 나갈 때 고려해야 할 전략들을 도출해 보자. 한국 모바일 게임 업체가 가지고 있는 역량과 현재 세계 시장상황을 고려하여 SWOT 분석을 해보도록 한다. 물론 개별 업체마다 각자 역량에 차이가 있으므로 필자가 제시하는 것은 단지 일례로만 참고하길 바란다.

 

 

 

이상 SWOT 분석의 결과를 토대로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극복할 수 있는 전반적인 전략을 정리해 보자.

 

강점과 기회 요소의 극대화

 

1. 한국에서 경험한 모바일 게임 마케팅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보자.

우리가 가진 강점은 세계 최장의 모바일 게임 경력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경험 중에 하나가 모바일 게임의 마케팅 기법들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시도했던 모바일 게임 랭킹 이벤트는 세계 어디서나 성공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으로 평가 받고 있다. 현지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우리의 마케팅 경험에서의 우위를 활용할 수만 있다면 독창적이고 효율적인 영업이 가능할 것이다.

 

2.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모바일 환경에 특화된 창의적인 게임을 기획하자.

또 하나의 강점으로 모바일 게임에서의 창의적인 기획력을 들 수 있다. 해외 업체들이 대부분 콘솔 게임을 답습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바일에 특화된 기획을 기반으로 독창적인 게임을 출시할 수 있다면 해외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또한 기획 단계에서부터 해외 시장을 고려하여 치밀하게 준비한다면 그 가능성은 배가될 것이다.

 

 

약점과 위협 요소의 극복

 

1. 브랜드를 가진 자와 친구가 되자.

우선 중요한 위협 요소가 대형 업체들의 모바일 시장 진입이며 이들이 가진 브랜드는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모바일 게임 시장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이미 모바일에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업체를 인수하거나 협력하면서 시작한다는 점에 주목하자. 대표적인 케이스로 영국의 IOMO의 경우에 모바일 게임의 시작은 아이도스의 Tomb Raiders의 모바일 하청 작업부터 시작하였다. 하지만 현재는 이러한 하청 작업을 통하여 얻어진 경험과 실력을 기반으로 모바일 게임에서만큼은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가고 있으며, 현재 영국 각 이동 통신사의 Top 10 게임에 모두 자사 게임을 올려 놓을 정도로 성장한 상태이다. 이러한 예를 참고로 할 때 일본처럼 아케이드나 콘솔 게임에서 유명한 브랜드를 사 갈 수도 없고, 미국 업체들처럼 헐리우드 영화나 디즈니 캐릭터를 배경으로 삼을 수도 없는 한국 모바일 업체가 갈 길은 우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들과 어떻게든 협력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 돈이 없으면 뭉쳐서라도 가자.

또 하나 우리의 치명적인 약점은 자본력이다. 해외 업체들은 자본을 배경으로 많은 인력을 동원하여 게임을 개발하고 있으며 또한 유명 브랜드도 라이센싱할 수 있다. 자본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 업체들이 어떻게든 이러한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국내 타 업체와의 협력이나 합병을 통해서 규모를 키우는 것이라고 믿는다. 최근에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많은 업체들이 합병을 진행하는 것을 보아 왔다. 꼭 해외 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는다.

 

3. 온라인/PC 게임 업체의 인력들을 모바일로  

필자의 주관적인 판단일 수도 있겠지만 단말기의 고성능화가 또한 한국 업체들에게는 위협요소 중에 하나라고 본다. 이유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콘솔 게임부터 경험한 인력들이 많은 현지 업체들에 비해서 국내업체들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최근 종종 보이고 있는 온라인 게임 인력들의 모바일로의 유입이 더 많아 졌으면 한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모바일 3D 게임만 하더라도 지금 가지고 있는 인력과 자본만으로는 도저히 대응이 불가능한 한국업체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전 콘솔게임 시장에서 일어났던 사례처럼 2D에서 3D로 넘어가면서 제작비는 몇 배로 상승할 것이며 결국은 필요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업체들은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다.

 

필자가 위에서 열거한 전략들은 아마 한국에서 해외 진출을 고려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해 봤음직한 해법들이다. 그리고 이들 전략들은 본인이 직접 시도해 왔고 지금도 실행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 것들이다. 따라서 모든 것이 말로는 쉬워도 실행은 쉽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한국에서 성공했던 마케팅 기법들을 해외시장 상황에 접목하여 실행해 보기 위해서 시도해 본 적도 있고 브랜드를 가진 업체들과 협력하기 위해서 꾸준히 접촉하기도 한다. 규모를 키우기 위하여 국내, 해외 업체를 가리지 않고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도 하며 장래 합병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체험들을 통하여 하나 터득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는’ 것은 ‘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너무나 교과서적인 말로 끝맺음을 하게 되어 아쉽기는 하지만, 해외 진출에 묘책은 없다. 성공은 다들 아는 것을 누가 먼저, 그리고 완벽에 가깝게 실행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