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가 최고의 사업계획서'

[커버스토리]대학생창업성공기

대학생 창업성공기-한약마을 김재영대표

 

-한약마을의 사업 내용은 무엇입니까?

 

▶2001년 살구 씨에서 항암성분을 추출하는 연구를 했었는데 이것을 사업화한 것입니다. 당시 한약의 과학화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었습니다. 제품개발에는 한방을 이용하지만 약효의 검증이나 제품화 단계는 양방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현재 항암 치료제나 생리통 치료제 등을 천연 추출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작년 말부터 매출이 발생했는데 올해 10억원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기술 개발 창업이라면 자본금이 필요하셨을텐데 어떻게 조달하셨습니까?

 

▶처음에는 창업멤버들이 공동으로 지분을 출자해 회사를 만들었고 2002년도에 대한민국 창업대전에 참가해서 동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경희대 창업보육센터에서 개최한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아 사무실을 무상 입주할 수 있었던 것이 큰 비용절감 효과를 냈습니다. 최근에는 메디슨트에서 개발비로 14억 5천만원 투자를 받았습니다.

 

-나이가 37세면 대학생 창업이라고 하기엔 좀 늦은감이 있습니다.

 

▶예전에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체에 근무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고용불안정이 예상됐고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경희대 한약과에 다시 입학했습니다. 연구를 하면서 아이템을 발견했고 창업을 하게된 것입니다. 물론 일반적인 대학생 창업과는 마인드 측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활동의 경험이 있었고 학생 때 한의학 관련 학회도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있었으니까요. 사실 대학생 창업이 매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대학생 창업이 왜 어렵다고 보십니까?

 

▶창업의 대부분은 직장을 다니다가 자신의 업무에 맞는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합니다. 그들은 사회적인 네트워크나 경험이 있기 때에 판로 개척이나 다른 환경의 뒷받침이 비교적 쉬운 편입니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그런 점이 부족할 수밖에 없죠.

상대적으로 '한약마을'은 학회를 통한 아이템 협조나 교수님들을 통한 각종 지원혜택들에서 창업 환경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임상실험의 경우도 학교측의 협조를 받고 있고, 창업보육센터의 여러가지 조언도 사업 운영에 큰 도움이 됩니다.

 

기술 개발도 대학생으로서는 쉽지 않습니다. 기술 개발 후에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기성층의 도움을 받게 되는데, 가슴아픈 얘기지만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기술을 빼앗기기도 하는 현실이 창업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대학생 창업은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대학생 창업은 기술 개발 쪽보다는 당장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소자본 사업으로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리어카를 끌면서 장사를 하게 되면 현금 흐름이란 것을 알게 됩니다. 500만원을 벌게 되면 다음 1000만원을 벌기 위한 재투자나 수익활용을 제대로 하지 못해 지지부진하다가 초기에 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것들은 주변 분들의 조언을 들어서 해결하거나 몇 번 시행착오를 겪게 되면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구상한 프로젝트에 대해서 너무 길게 가능성만 따져보는 경우가 많은데 '한약마을' 같은 경우 비용의 대략적인 상한선을 두고 큰 손실을 보지 않는 한도 내에서 일단 과감하게 일을 진행합니다. 사업에서 탁상공론은 추진력만 떨어뜨릴 뿐입니다. 시행착오가 가장 훌륭한 사업계획서입니다.

 

실물 경제를 느끼면서 활동하다 보면 필요한 아이템이 눈에 띄게 됩니다. 이 경우 사업경험이 뒷받침이 되기 때문에 사업화하면 성공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집니다. 이렇게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시도해보고 실패해보면서 사업 공부를 해야하는 게 옳습니다. '창업=대박'이라는 잘못된 풍토가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박승현 기자 coolday22@emap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