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vs 폰카 '대결이냐 공존이냐'

카메라폰이 기술적 장벽을 넘어서 디지털 카메라 수준까지 기능이 향상되자, 디지털 카메라 업계가 고화질 제품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카메라폰의 맹추격을 디지털 카메라 업계가 어떻게 따돌릴 수 있을 지 관심사다.

 

디지털 카메라 업계는 올초부터 '800만 화소'급 디카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카메라폰이 기술적 장벽으로 여겼던 '300만 화소'를 넘어선 데 따른 것이다. 화소란 디지털 카메라에서 필름 역할을 하는 이미지센서에서 이미지를 표현하는 최소 단위(픽셀)로 숫자가 많아질수록 사진이 선명하다.

 

800만 화소급은 기존에는 전문가용으로 분류됐으나 카메라폰이 웬만한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게 되자, 업계는 고화질 제품을 일반인에게 선보이고 있다. 카메라폰과 기능의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카메라폰, 디카와 장벽 허물기

 

디지털 카메라 업계가 고화질에 승부수를 띄우는 데는 카메라폰의 진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카메라폰에서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300만 화소급의 출시, 광학줌 기능의 현실화 등은 디지털 카메라 업계에 위기 의식을 불러왔던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SPH-S2300'휴대폰은 320만 화소 카메라폰을 탑재했다. 이 카메라폰은 '연속 줌(Zoom)'과 '광학 3배 줌'등 웬만한 디지털 카메라 뺨치는 수준의 기능을 갖고 있다. 일반 카메라처럼 줌인, 줌아웃이 자연스럽게 이뤄져 사진을 찍고 싶은 물체(피사체)를 원하는 크기로 선명하게 찍을 수 있다.

 

줌인을 하게 되면 렌즈가 최대 3cm 정도 앞으로 튀어나오면서 피사체를 끌어당겨 마치 망원렌즈로 찍는 것과 같은 사진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또한 광학줌을 채용해 디지털 카메라처럼 여러 개의 렌즈를 작동해 피사체를 확대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화면에서만 확대돼 보이는 '디지털줌' 방식을 사용한 기존의 카메라폰과는 차별되는 기능이다. LG전자와 팬택앤큐리텔 역시 200만 화소대의 카메라폰을 내놓았다.

 

◇디카, 폰카와 기능 차별화 시도

 

디지털 카메라 업계는 카메라폰의 맹추격을 방어하기 위해 최근 기능과 디자인을 혁신적으로 강화한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카메라폰보다 훨씬 사진이 선명한 고화소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올림푸스 한국이 내놓은 800만 화소급 '카메디아 C-8080WZ'는 전원 버튼을 누르고 첫번째 사진을 찍는 데 걸리는 시간이 0.7초에 불과하다. 그만큼 피사체를 신속하게 포착할 수 있다. 또 플래시, 노출 보정 등 사용빈도가 높은 13가지 기능을 독립된 버튼에 모아 놓아 메뉴를 사용하지 않고도 간단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 편리성을 높였다. 버튼 위치도 카메라를 잡은 채로 손을 떼지 않고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소니의 'DSC-F828'은 세계 최초로 4개 컬러필터를 탑재해 기존 RGB 색깔에 E(에메랄드) 색상을 필터링해 사람 눈에 보이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운 색을 재현했다. 또 '사이버샷 DSC-F88'카메라는 500만 화소급으로 회전렌즈와 1.8인치 액정표시장치(LCD)를 탑재해 사용자가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찍을 수 있는 '셀프 샷' 기능을 강화했다.

 

LG상사가 국내 판매하는 캐논 역시 820만 화소의 'EOS 1D 마크 Ⅱ'를 시판하고 있다. 초당 8.5프레임으로 높은 연사속도를 갖고 있으며, 최대 연속 40컷까지 찍을 수 있다.

 

◇디카와 폰카, 공존 가능할까?

 

이 같은 고화소 디지털 카메라의 출시에도 불구하고, 카메라폰의 추격을 따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카메라폰의 품질이 급격히 좋아지고 있는 데다, 800만 화소 디지털 카메라 가격이 100만원 이상으로 고가에 속하기 때문이다. 300만 화소 정도로도 선명한 화질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어 800만 화소의 매력이 쉽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디지털 카메라가 사진의 품질면에서 여전히 카메라폰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이들이 공존할 것이란 견해도 적지 않다. 카메라폰은 휴대폰에 탑재된 서비스 기능이기 때문에 본래 사진 촬영 기능만을 갖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를 따라오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카메라폰이 단순한 휴대폰의 탑재 서비스 이상까지 기능이 발전하면서 디카를 바짝 뒤쫓아 오고 있어 폰카가 어디까지 디카를 맹추격할 지 지켜볼 만 하다.  

 

정영화 기자 hollyjeo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