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에 견줄 '독점력' 무장

[언더그라운드 가치주] 한국지역난방공사

독점적 이익의 향휴 '한국지역난방공사'

 

흔히 투자자들이 도시가스업체들에 투자하는 이유가 이들 업체들의 지역 공급권역에 대한 독점권을 바탕으로 발생하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으로 인한 배당투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서 중요한 투자포인트는 바로 공급권역에 대한 독점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그 동안 도시가스업체들이 타 업체들과 경쟁의 존재를 못 느끼면서, 오히려 다른 경쟁연료인 LPG에 대해서 우월한 위치를 만끽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밥그릇” 내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만약 이러한 독점권이 깨지고 도시가스업체들이 경쟁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도시가스업체들에 대한 투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한국지역난방공사’라는 존재 때문에 도시가스업체들에 대한 투자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할지도 모른다. 이번 언더그라운드 가치주에서는 도시가스업체들의 입지를 위협하는 한국지역난방공사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한난)는 정부(산업자원부)가 약 50% 가까이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이다. 한 마디로 정부가 힘을 실어주는 기업이란 소리다. 비록 국민의 정부에 의해 1998년 단계적 민영화 대상 공기업으로 지정됐지만 정부가 추진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출자현황>          하고 있는 에너지이용의 효율성 증

                                                              대와 이를 통한 국내 에너지산업의 균형적인 발전 그리고 에너지 절감이라는 취지를 성사시키기 위해 설립 초기부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왔다.

 

이러한 취지를 성사시키기 위해 정부가 선택한 것이 바로 집단에너지 사업이다. 원래 집단에너지 사업은 폐열이나 소각열과 같은 버려지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1972년 서울시에 의해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물론 다양한 에너지산업의 균형적인 발전과 폐열의 효율적인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정부의 이러한 시도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집단에너지 사업에 대한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으로 말미암아 기존의 에너지산업이 피해를 본다면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선 집단에너지 산업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집단에너지 사업 현황

 

집단에너지 사업은 집중된 열원설비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주거/상업/공업지역과 같이 다수의 수용가가 있는 지역에 일괄 공급하는 사업이다. 일반적으로 열원으로는 소각로와 산업폐열 외에 열병합발전시설이 이용된다. 열병합발전은 흔히 Co-gen이라 불리는데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되 열 수요에 한해서 전기의 생산이 결정되는 차세대 에너지공급방식이다.

 

흔히 열과 같은 유체를 파이프를 통해 공급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열 수요가 15-20km 반경 내에 밀집되어 있어야 한다. 그 외 이동거리가 늘어날수록 난방열의 온도가 감소하는 것도 집단에너지 사업이 밀도의 경제가 지배하는 사업으로 불리게 된 이유다.

 

집단에너지 사업은 크게 지역난방사업, 지역냉방산업, 소규모 집단에너지 사업, 산업단지 집단에너지 산업으로 나뉘는데 한난이 집중하는 사업이 바로 지역난방사업이다.

 

지역난방은 말 그대로 아파트, 상가건물 등에 개별적으로 난방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집중된 대규모시설(열병합발전소, 소각로 등)에서 열을 생산하여 대상지역의 수용가에 난방 및 급탕을 일괄공급하는 방식이다.

 

보통 지역난방방식은 중앙난방방식과 개별난방방식과 비교하는데 일반적으로 지역난방과 개별난방은 중앙난방보다 모든 면에서 월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비용측면은 둘째치더라도 중앙난방은 아파트 단지 내에 열공급 시설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미관상 안 좋다. 반면 개별난방은 각 세대마다 열 보일러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안전상의 위험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열 보일러의 수명이 짧기 때문에 자주 교체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에 반해 지역난방은 대규모 세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부 한정된 지역에만 공급할 수밖에 없다는 구조적인 단점만 있을 뿐이다.

 

 ◇ '도'넘은 정부지원?

 

똑같은 난방방식이더라도 이렇게 월등한 장점을 갖고 있는 지역난방방식의 한난과 도시가스업체들이 충돌할 수 밖에 없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집단에너지 사업을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서 정부의 지원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문제는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기업에게 그 지원의 도가 지나치다는 점이다.

 

                                                 

                     (LNG 472.79원/m3 (2004. 2월 기준, 경기지역 주택용 난방용 단가)

 

지역난방의 보급확대를 위해 정부가 지원한 자금내역을 보면 에특자금만 1993년에서 1996년까지 매년 570억원 이상 지원됐고, 97년 970억원, 98년 1,300억원, 99년에는 1,450억원을 넘어섰다. 2000년도에 들어서면서 940억원, 2001년 1,030억원 등 지난 85년 이래 정부가 총 지원한 에특자금만 1조2천억원에 이른다.

 

그 외 원가 이하로 주민들에게 공급한 지역난방 열 요금의 손실분을 지원하기 위한 전력산업기반기금 역시 97년 1,448억, 98년 1,780억, 2001년 2,277억 등 매년마다 막대한 자금이 지원됐다.

 

이러한 지원으로 지역난방보급실적 역시 꾸준히 증가했는데 1993년 31만 3천 세대, 1997년 74만 세대, 2001년에는 106만 5천 세대로 연평균 16.5%의 증가율을 보였다. 정부는 2006년까지 159만 2천 세대에 지역난방방식을 보급하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현재 도시가스 1위업체인 삼천리의 수요가수가 185만 가구다)

 

◇ '독점' 한난 투자냐 '경쟁' 도시가스냐

 

가뜩이나 지역난방방식의 확장에 도시가스업체들의 심기가 불편한 마당에 문제는 한난이 정부로부터 공급권역을 인정받은 고시지역 외인 대단위 아파트 단지에 연료를 공급하면서 촉발됐다.

 

 

(계약면적 85m3 기준, 연간 13.6Gcal 사용시(부가세 포함))

 

지역난방방식이나 도시가스방식이나 대규모 파이프망을 설치해야 하는 장치산업이다. 한난의 영역확장은 대규모 장치산업의 중복투자란 소리다. 이미 도시가스용 파이프가 깔린 땅 밑에 난방용 파이프를 또 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난방방식이더라도 취사용으로는 LNG를 쓰기 때문에 주택법에 의해서 취사용의 파이프는 도시가스업체가 설치해주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도시가스업체들의 매출액 비중을 보면 난방용과 취사용의 비중이 80:20이다. 얼마 안 되는 취사용 매출을 위해서 추가적인 배관투자는 도시가스업체들의 배관투자손실을 가중시킬 뿐이다. 도시가스업체 자체 조사에 의하면 이러한 배관투자손실로만 연간 100억 원 발생한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대규모 정부지원으로 말미암아 지역난방의 열 요금은 원가보상에도 못 미치는 요금으로 지역주민들에게 공급하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1998년부터 민영화 대상 공기업이었지만 민영화되면 열 요금의 현실화를 우려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지금까지 민영화가 늦춰졌다는 논리는 대단히 설득적이다.

 

대규모 신도시 개발지역을 중심으로 집단에너지고시지역으로 지정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난의 고시지역은 주로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도시가스 1위업체인 삼천리 역시 동일지역을 공급권역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한난의 확장은 여간 유쾌한 상황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고시지역으로 지정 받으면 그 지역은 주민이 무슨 에너지연료를 원하던 간에 지역난방방식으로만 써야 한다. 하지만 비고시지역이 지역난방방식을 원하면 기존에 어떤 에너지연료를 썼던 간에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게 했다. 이것이 집단에너지고시지역에 대한 정부의 한난 특혜다.

 

삼천리가 인천 송도집단에너지 사업에 한난과 공동으로 투자하게 된 배경에는 한난과 맞서기 보다는 향후 집단에너지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손잡았다고 보는 게 설득적이다.

 

한난과 도시가스업체들과의 불편한 관계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당신이 가치투자자라면 어디에다 투자를 하고 싶은가?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는 한난인가? 아니면 그들과 맞서고 있는 도시가스업체들인가?

양동선 sebian523@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