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 생활용품시장

우리나라 계절의 특징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특히 여름에 장마가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매년마다 찾아오는 태풍의 영향으로 장마시즌이 집중되어 있는 6월말부터 8월초까지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축축하고 습한 날씨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기후적인 패턴은 오랜 과거 때부터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왔기 때문에 한국사람들은 “1986년” 이전만해도 그러려니 하며 이런 습한 날씨에 적응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1986년”에 일명 ‘물먹는 하마’라는 브랜드로 국내 습기 제거제 시장을 처음 개척한 “옥시” 라는 회사 덕분에 한국사람들의 일상생활은 더 이상 습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옥시가 처음 신제품을 출시했을 때 국내에는 전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시장이었기에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의 수요를 일으켜 구매로 연결할 수 있을 지가 마케팅의 관건이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옥시는 습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피해들을 일반 주부들에게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방법으로 접근했고 결과적으로 이러한 접근은 일반 주부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 실질적인 구매로 연결, 결국 옥시는 국내 제습제 시장을 개척하게 되었다. 또한 캐릭터마케팅의 원조로 알려진 귀여운 하마 캐릭터는 시장형성초기부터 소비자들에게 제품인지도를 크게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연평균 성장율이 100% 이상씩 성장할 1990년대 초 당시에는 유한양행, 제일제당(현 CJ), 애경산업, 유공의 생활사업부 등 대기업들이 ‘물먹는 물보’, ‘물먹는 코끼리’, ‘물먹는 고래’와 같은 미투전략(Me-too)으로 제습제 시장을 공략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내고 1998년에 모두 철수했다고 한다.

 

현재 제습제 시장의 규모는 약 180억대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 시장에서만 옥시는 약 110억의 매출액을 달성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경쟁업체들은 대부분 영세업체들인데 제습제 시장은 이제 저성장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인식되고 있다. 그 이유는 한국의 계절적인 영향으로 창출된 틈새시장이다보니 수요 역시 계절적인 영향을 많이 받고 있고 더욱이 제습제 제품이 필수품이 아닌 범용품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무에서 유를 창조한 옥시의 저력은 한번쯤 고찰해 볼 필요가 있어 이번 언더그라운드 가치주에서 다루어 볼까 한다.

 

옥시는 1990년 12월27일에 설립됐는데 설립 이전에는 지금의 동양제철화학이 2000년 5월 동양화학과 제철화학이 합병되기 전 동양화학의 한 사업부였다가 1990년 12월에 분사했다고 한다. 하지만 2001년 3월31일에 세계적인 영국계 세정제 회사인 R&B(Reckitt&Benckiser)가 옥시의 209만주 전량을 동양화학으로부터 인수함으로써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등록되었다. 

 

R&B에 매각되기 전 옥시는 생활용품제조업 외에 e카드서비스로 잘 알려진 Send2U와 같은 인터넷 사업부, 파스타와 스파게티를 판매하는 외식업 그리고 골프용품 판매업 등 다방면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생활용품제조업으로의 집중을 원하는 R&B의 희망으로 인수되기 전에 생활용품 비관련사업부는 모두 매각했다고 한다.

 

 

R&B가 옥시를 인수한 이유는 고수익성의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옥시의 제품군이 R&B의 섬유세정제와 위생용품 제품군과 성격이 일치했고 R&B의 해외시장 확대 정책과도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R&B에 인수된 뒤로 옥시의 재무구조 및 기타 기업가치지표는 급격히 개선되고 있다. 2000년에 옥시의 부채비율은 무려 1965%에 달했으나 그 후로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작년에는 186%의 부채비율을 달성했다.

 

옥시의 부채비율의 지속적인 감소는 무엇보다도 매년마다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단기차입금의 감소영향이 컸다.

 

지난 3년 동안 옥시의 영업이익률은 2000년의 2.86%에서 작년에는 11.56%로 급격히 상승했다. 이는 생활용품사업과 관련없는 인터넷 사업부와 외식사업부 등을 정리하면서 회사의 역량을 집중한 결과로 판단된다.

 

특히 2001년에는 경상이익의 대규모 손실로 당기순손실이 불가피했는데 이는 기술주 급락의 영향으로 투자했던 유가증권의 평가손실액 96억원과 유형자산감액손실액 약 19억원을 대거 상각한 결과다. 이러한 손실액을 2001년에 모두 떨구어내면서 옥시의 수익구조는 급격히 향상되었다. 일종의 턴어라운드형 기업이라고나 할까?

 

옥시 매출의 대부분은 세제류와 표백제 등에서 발생한다. 세제시장은 국민소득의 향상에 따른 고급 세탁기 보급의 증가로 비누가 합성세제로 대체됨에 따라 급속도로 성장하였는데 이는 다시 주방용세제와 세탁용세제에 이어 표백제, 섬유유연제 등 세탁보조산업의 영역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표백제의 경우 염소계 표백제와 산소계 표백제로 나누어지는데 최근에는 탈색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산소계 표백제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물먹는 하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산소계 표백제 시장 역시 옥시가 1984년에 개척한 시장이다. 현재까지 ‘옥시크린’으로 대표되는 옥시의 시장점유율이 90% 가까이 되고 있어 사실상 독점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 대 중반에는 한때 98.9%라는 경이적인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표백제 시장은 2002년 기준 약 550억원에서 2007년에는 약 1000억원 대의 Big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생활용품제조업 1위 업체인 LG생활건강이 작년 초에 ‘레모닝’이란 제품을 출시하여 옥시크린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더욱이 업계 2위인 애경산업을 비롯해 여러 후발주자들이 이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져 그 어느 때보다 경쟁강도는 심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 외 옥시는 국내 방향제 시장에서 한국존슨과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업계는 현재 향기산업의 시장규모를 연간 1000억원대 규모로 예상하고 있는데 작년 기준으로 옥시가 44.3%, 한국존슨이 35.8%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향제 시장규모가 성장하게 된 이유는 방향제가 단순히 화장실 냄새 제거용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더 나은 생활수준을 위한 무형의 인테리어 품목으로 소비자들이 인식함에 따라 크게 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1위의 세정제 업체인 R&B의 선진화된 기술과 국내 업계 4위인 옥시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가 어떠한 조화를 이룰지 국내 생활용품시장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기만 하다.

 

양동선 sebian523@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