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제조 저성장불구 영업이익률 20% 넘어

고영업이익률형 기업을 찾아서 - 진로발효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소주를 쭉 들이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소주를 맛보지 않은 자, 그 자는 분명 한국사람이 아니리라. 이번 고영업이익률형 기업은 한국사람들이 소주를 잘 마실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소주의 첨가물인 주정을 공급하고 있는 주정업체 진로발효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우선 주정산업에 대해서 알아보자.

 

주정이란 주세법상 정의에 의해

1) 전분이 함유된 물료 또는 당분이 함유된 물료를 발효시켜 알코올분 85도 이상으로 증류한 것

2) 알코올분이 함유된 물료를 알코올분 85도 이상으로 증류한 것

으로 설명되어 있다. 주정의 원료로는 전분질원료와 당질원료가 있다. 일반적으로 국내 주정업체의 대부분은 전분질원료를 주로 쓰고 있는데 특히 전분질원료로 쌀보리, 밀, 옥수수, 타피오카와 같은 곡류가 많이 쓰이고 있다.

 

이렇듯 주정업체의 원재료 대부분이 곡류와 같은 농산물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정부의 규제를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주정업체는 원재료 구입시 우선적으로 국내의 쌀보리를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필요한 부족분은 국세청에 신고한 후 해외에서 수입해서 쓰고 있다.

 

이러한 규제를 두는 이유는 국내 농가의 소득을 보호함과 동시에 안정적인 주세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원재료 구입에서부터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니 주정업체들의 수익성에 한계가 있을 거라는 선입견을 가지는 건 당연하다. 특히 국내산 주정원료는 일반적으로 수입해서 쓰는 타피오카의 가격보다 보통 7-9배 정도 비싸다. 정말 주정업체는 수익성이 안 좋을까?

 

우선 주정산업의 사업모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 10개 주정업체의 주정생산량은 전부 대한주정판매㈜에게 납품하도록 주세사무처리규정에 명시되어 있다. 즉 주정업체의 입장에서는 이미 안정적인 매출처가 존재하기 때문에 매출을 늘리려고 추가적으로 영업을 할 필요가 없다.

 

진로발효의 경우 이번 1분기 기준으로 판관비 비중이 약 5.89%로 나타났고 그 외 상장주정업체인 무학주정과 풍국주정이 각각 5.91%와 8.15%를 나타났다. 타업종에 비해서 상당히 낮은 수치다. 정부에 의해 자율적인 원재료 구매채널이 차단당했지만 이에 대한 보상으로 정부법령에 의해 주정업체들이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유통채널을 지정해주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입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주정업체들의 생산량이 매년 일정하게 결정되어져 있기 때문이다. 즉 매년마다 업계의 시장점유율에 맞게 주정업체들의 생산량이 결정되어 있기 때문에 추가로 CAPA를 늘리기 위한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다. 따라서 R&D 관련 비중이 매우 낮다. 진로발효의 경우 0.48% 수준이고 무학주정은 아예 0%, 풍국주정은 0.3% 수준이다.

 

 

상기 그래프는 최근 4분기 기준으로 연환산한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진로발효의 영업이익률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이번 1분기 기준으로 21.73%의 영업이익률을 시현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2002년 3분기에 최근 3년 동안 최고의 영업이익률인 30.73%를 시현한 후 다음 분기에 20.73%로 크게 급감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국내 고가주정원료 사용에 기인한다.

 

즉 진로발효는 일년 영업기간 동안 고가의 국내산 원료와 저가의 해외원료를 적절히 사용하여 수익을 조정하고 있는데 이 당시에는 2002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저가의 해외원료로만 주정제품을 생산했고 남아있는 국내산 원료는 4분기에 한꺼번에 집중함으로써 영업이익률이 급감했다고 한다. 참고로 이번 1분기 기준으로 상장주정업체인 무학주정의 영업이익률은 17.90%, 풍국주정은 19.14%이다. 그래도 대부분의 주정업체들이 고영업이익률형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주정산업은 일반적으로 저성장산업군에 속한다. 전방산업인 소주시장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이유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정부규제 및 높은 대주주 지분비중 등으로 유동성이 적은 이유가 큰 듯싶다.

 

양동선 sebian523@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