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을 알아야 주식이 보인다 - 증권업

1. 영업구조

우리나라의 증권산업은 위탁매매에 크게 의존하는 영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재 위탁매매 영업수익은 전체 영업수익의 60%를 상회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증권회사의 위탁매매 비중이 14%에 비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사업부문별 영업수익의 구성비 >

 

미국의 경우 기업금융이 49%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자기매매 22%, 위탁매매는 14%에 해당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위탁매매가 63%로 절대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 수익구조가 수수료 수익에 집중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IPO부문의 제도적 인프라와 상품개발 능력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Funding능력, Risk감당능력이 부족하여 국내 기업금융시장을 외국사에 내주게 된 것이 시발점이 되었다. 결국 자본확충과 이익 잉여를 통한 대형사로 발돋움하면서 리스크 감당능력을 키웠어야 했으나 실패, 따라서 비즈니스 영역도 제한적이 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또한 겸업화로 외국계 금융기관이나 국내 은행의 진입이 가속화 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밥그릇을 지키는 것 조차 위태로운 상황이 되었다.

 

2. 신규진입자와 수수료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온라인 증권거래 활성화와 신설사의 신규진입으로 수수료율이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가격경쟁을 촉발되어 산업전반의 수익성 악화를 가져왔다. IMF 이후 구조개편이 일어난 타 금융산업과 달리 증권산업의 회사 수는 오히려 증가하였고 (37개사, 44개사) 온라인 전문증권사의 주도로 수수료율 경쟁이 격화되었다.

 

하지만 새로운 수익구조를 찾지 못한다면 업계의 구조조정이 있더라도 수익성을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한가지 기회가 있다면 금융통합법과 장외파생상품의 확대, 사모펀드 규제완화, 연기금 등의 간접자산시장의 확대로 펀드판매업과 은행과의 겸업을 통한 종합 자산관리 시장을 개척하는 일이 남아있다.

 

따라서 제휴를 통해 영업범위를 넓히는 방법, 규모를 키우는 방법, 특정 분야에 특화를 시키는 방법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증권업계는 현재의 저 수익성 구조를 탈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 자발적 구조개편 추진 인센티브가 부족한 상황

 

구조개편을 추진하지 않고 현상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 본 영업활동 외의 부수적 목적

수익 창출 이외의 다른 필요(자본조달, 투자 등)를 충족시키기 위한 영업활동 혹은 재벌의 계열회사, 은행 및 보험회사의 자회사 인 경우가 많이 있다.

 

◎ 숨겨진 부실의 존재 가능성

M&A이전 회계 부정들의 내재 가능성이 존재한다. 합병/인수 대상 기업이 블랙박스 와도 같아 실상을 알기가 힘들어 숨겨진 부실자산이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 인력관리의 유연성이 없어 M&A의 시너지가 제한적임

인력 구조조정이 없는 M&A는 비용절감에 크게 기여하기 어렵지만 인력관리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인력 구조조정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인력 구조조정에는 퇴직비용과 같은 막대한 비용이 수반될 수 있다. 이로 인해 M&A를 통해 1+1=2 혹은 그 이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1.5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4. 변해야 산다

 

증권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과잉구조에 있는 증권회사의 수를 줄여야 할 것이다. 향후 증권사 구도는 대형증권사(증권+증권), 지주회사 증권사, 특화증권사(온라인/자산운용)로 압축되어야 할 것이며 변화와 고유 수익모델을 구축하지 못한 증권사는 점차 자생력을 잃어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할 것이다.

 

◎ 대형투자은행 (모건스탠리) – 글로벌 규모, 브랜드, 글로벌 판매망, 글로벌 인재

 

◎ 국내 전문 투자은행 (노무라) – 탁월한 주식 및 채권 리서치 역량, 축적된 M&A지식, 판매망

 

◎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 체계적인 상품 개발/관리, 독자적인 경제 및 리서치 역량, 적극적이고 엄격한 포트폴리오 관리

 

◎ 위탁매매 (찰스스왑 : 온라인 증권사) – 전략적인 고객중심의 접근방식, 맞춤화된 Pricing전략

 

◎ 조합 (메릴린치) – 성장을 위한 자본축적, 탁월한 다수의 사업부문 실행 및 관리

 

5. 상장폐지도 고려해 볼만 (기업 공개취소, Delisting)

 

기업공개를 취소한 뒤 청산 또는 구조개편(Restructuring)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고 이익잉여금이 많이 쌓여있는 중소형 증권사들은 가장 매력적인 대상으로 볼 수 있다.

상장폐지를 통해 차익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은 크게 3가지이다.

 

첫째, 곧장 청산하는 방법. 청산가치가 투입자금에 비해 월등히 크고 종업원들과 원만한 합의만 이뤄진다면 충분히 고려해 볼만 하다. 증권사의 경우 청산시 현금 300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증권거래소 정회원권이 있기 때문에 특히 매력적이다. 다만 고율의 청산소득 법인세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둘째, 구조개편(Restructuring)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제 값에 다시 상장시키거나 장외매각을 통해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셋째, 분할매각 전략이다. 우량한 자산과 부실한 자산을 분리해 따로 매각하는 것이다. 우량한 자산은 좋은 값을 받고 곧장 팔거나 좀더 가치를 높인 뒤 매각하고, 부실한 부문은 부실자산을 전문으로 다루는 곳에 넘기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국민정서가 자본이득을 위해 기업을 공개 취소하는데 대하여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에 현실화의 여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이건규 bluemoon@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