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비매치 - 코리안리 vs 삼성화재

보험업의 강력한 프랜차이즈에서 코리안리가 삼성화재 앞서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은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이를 막기 위해 무수히 많은 보험상품들이 있다. 회사에 입사하는 순간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에 자동으로 가입되고, 차에 대해 매매계약을 하면 필수적으로 자동차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또한 적극적으로 개인의 건강과 노후를 위해 수많은 생명보험에 가입하기도 한다.

보험업이 매력적인 이유

보험은 동일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이 하나의 위험집단을 구성하여 한푼 두푼 모아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수단이다. 즉, 대수의 법칙에 따라 통계적인 위험률을 산출하고, 그 위험률에 따라 일정액씩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에게서 일부의 금액을 받아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샀을 때 자동차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자동차를 사면 의무적으로 자동차보험에 가입함으로써 사고에 대한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또한 보험사가 다른 보험사에 보험을 들기도 한다. 이것이 흔히 이야기하는 재보험으로써 이는 보험사들도 9.11테러나 태풍 등의 대형사고로 인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다시 보험을 드는 것이다. 이때 보험사가 재보험사에 보험을 가입하는 것을 보험사입장에서는 출재, 재보험사 입장에서는 수재라고 한다.

보험사의 수익구조는 크게 2가지다.

첫 번째는 보험가입자에게서 보험료를 받고, 사고로 인한 보험금을 지급하고, 보험사업유지를 위한 사업비를 제외하면 보험영업이익이 나온다.

두 번째는 보험가입자에게서 받은 보험료를 잘 굴려서 높은 수익률을 올려 이익을 내는 것이다. 이때 사고발생시 나간 보험금을 수취한 보험료로 나눈 값을 손해율이라 하고, 사업비를 보험료로 나눈 값을 사업비율이라고 한다. 그리고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합친 값을 합산비율이라 하여 합산비율이 100%미만이면 보험영업이익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보험사의 경우에는 보험영업이익은 거의 없는 반면 보험투자이익이 높은 편이다.

버핏이 보험사를 좋아했던 이유도 인수했던 보험사들이 가진 영업부분의 강점뿐만이 아니라 좋은 투자처에 사용할 재원을 보험료를 통해 조달비용없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보험사의 자산구조는 대부분 투자유가증권 또는 단기유가증권의 형태이므로 현금자산이 높고 장기보험의 경우 한번의 영업으로 지속적인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상장되어 있는 보험사 중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상은 원수손보사 1위업체인 [[삼성화재]]와 재보험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코리안리]]다. 두 기업의 시장은 다르지만 보험업의 주도주로서 투자자들은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므로 투자매력도를 미래시장상황과 기업의 비즈니스모델측면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애니카, 삼성화재 – 브랜드와 수많은 고객 DB가 가장 큰 자산

삼성화재가 다루는 서비스는 크게 자동차보험과 일반보험, 장기보험 3가지로 나뉜다. 일반보험은 그 종류가 화재, 해상, 특종 보험 등 넓은 범위를 다루고 있지만 실제 삼성화재의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자동차 보험과 장기보험 2가지다. 매출구조(2003년 3/4분기 기준)상 자동차보험이 36%, 장기보험이 46%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는 명실상부한 손해보험 1위 업체로서 “삼성”이란 브랜드가 가장 큰 자산이다. 그리고 애니카랜드라는 자동차 정비 네트워크를 전국에 650여 개를 설치하여 무상점검, 긴급출동 등의 질 좋은 서비스를 무기로 소비자들에게 승부를 걸고 있다.

장기보험이란 자동차보험이 일반적으로 1년마다 보험계약을 갱신하거나, 보험사를 교체하는 것과는 달리 1년을 넘게 계약을 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장기보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기업입장에서는 치열한 경쟁없이 한번 유치한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보험료를 거둬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장기보험의 경우 일반적으로 자동차보험 외에 상해, 질병, 화재 보상책임 등의 다양한 보험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형태가 많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상품개발이 중요하다.

이런 상품개발에 있어 삼성화재는 리딩 컴퍼니로서의 위치를 점하고 있고, 수 많은 고객데이터를 확보함으로써 고객의 요구에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 한 발 앞서 있는 것이다. 보험은 기본적으로 통계적인 수치가 중요하며 이때 꼭 필요한 것이 수 많은 고객 데이터다. 실제로 보험업계를 보면 삼성에서 상품을 만들면 타사에서 그 상품을 참고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삼성화재는 현재 아래 표에서 보듯이 주요소득원인 자동차와 장기보험의 합산비율이 100%를 넘어서고, 자동차보험은 시장점유율이 작년부터 줄어들고 있다. 현재 수 많은 위기에 둘러 쌓여 있는 상황이다. 위기요인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삼성화재의 악재요인 - 온라인자동차보험의 성장, 금융업의 통합바람

첫째, 자동차보험과 관련하여 교보자동차보험을 필두로 온라인 자동차보험의 시장잠식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보험은 필수적으로 어쩔 수 없이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사용의 편의성과 가격을 가장 고려하기 마련인데, 최근 경기침체로 인해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가격에 더욱 민감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온라인자동차보험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일반자동차보험과 비교하여 특별히 하자가 없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실 2001년 8월 자동차보험료의 완전 자율화 이후 보험료는 업체들간의 경쟁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물론 삼성화재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로 인해 업체들은 모두 합산비율이 100%를 넘어서며 투자이익으로 영업이익을 채우는 식으로 경영이 이뤄져 왔으나, 2003년에는 태풍 매미의 영향과 자동차 사고건수가 증가하여 손해율이 더 없이 높아지자 작년 11월 처음으로 업계 평균 3.5% 보험료를 인상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가격경쟁의 불씨는 아직도 남아있는 것이다.

둘째, 삼성화재가 장기보험의 리딩컴퍼니의 위치를 수성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과거 손보사에게만 허용하던 실손상품을 작년부터 생보사에게도 허용을 함으로써 질병보험 등을 판매할 수 있게 되어 손보사는 생보사와 직접적인 경쟁을 해야 한다. 주목할 점은 손해보험사보다는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의 생명보험사가 상품 판매망을 더욱 잘 갖추고 있고 의료, 질병과 관련한 고객데이터도 훨씬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입장에서 질병, 상해보험 등의 장기보험은 필수가 아닌 적극적인 개인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에 가격뿐만 아니라 개인에게 더욱 적합한지가 주요 결정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삼성화재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셋째, 금융업이 은행중심으로 통합되고 있는 움직임은 아무리 선두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화재에게라도 잠재적 위험요인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업은 은행을 중심으로 많은 부분이 바뀌고 있다. 은행을 기둥으로 한 지주회사가 설립되고, 은행에서 펀드를 판매하고, 은행에서 보험을 판매할 수 있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금융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은행에서 증권사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바야흐로 은행이 금융의 종합 선물세트로 변신하고 있다.

현재 방카슈랑스의 허용범위는 손해보험의 경우 개인연금과 장기저축성보험, 화재보험 등만이 가능하지만 2005년 4월부터는 자동차보험과 장기보장성 보험도 허용된다. 현재 삼성화재의 가장 큰 소득원인 2가지 상품이 은행에서 팔려나간다면 은행으로의 판매수수료 지급과 경쟁강화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많다. 특히 금융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은행들은 장기적으로 손보사를 자회사로 편입시킴으로써 이익을 극대화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러한 영업환경상의 장기적인 변화는 삼성생명의 수익구조에 불확실성을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40년간의 독점적인 프렌차이즈를 지닌 코리안리

코리안리는 1963년 정부의 자본금으로 ‘대한손해재보험공사’란 이름으로 세워진 이후 대한민국 유일의 재보험사로 기업활동을 해왔다. 이후 1978년 민영화한 이후 2002년에는 ‘코리안리’로 사명을 변경했다.

코리안리가 가진 최대 강점은 국내 유일의 재보험사로서 40년 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기업과의 좋은 관계다. 사실 처음 생길 당시만 하더라도 국가주도로 만들어진 공사였기 때문에 온실 속 화초로서 기업활동을 해고, 민영화 이후에도 독점적인 사업을 누려왔기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이 97년 재보험시장의 완전 개방으로 해외 유명 재보험사가 국내에 진출하면 경쟁하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다. 97년만 하더라도 IMF가 터지고 난 이후였고, 한국의 금융수준이 외국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이런 우려도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코리안리는 재보험시장을 개방한지 7년째를 맡고 있는 현재 약 50%가 넘는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60%의 시장점유율이라면 당초 시장의 우려가 완전히 비껴나간 수치다. 코리안리가 재보험시장에서 가지는 프랜차이즈는 크게 2가지다.

첫째는 40년 동안 국내 재보험 시장을 주름잡으면서 국내 원수보험사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맺으면서 40년간 쌓아온 보험상품, 사고, 통계등과 관련한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함으로써 상품설계 시 타사보다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두 번째로 원수보험사와 장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일을 처리하다 보니 사고가 발생하여 보험금지급등의 업무가 발생하는 경우에 보다 원만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보험금 지급문제로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보험금과 관련한 문제가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 일인지 알 것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국내 원수보험사와의 원만한 관계가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코리안리가 직접 40년간의 노하우로 큰 돛을 만들었다면 해외에서는 ‘재보험요율의 상승’이란 순풍이 불고 있다. 9.11테러 이후 세계 유수의 재보험사들의 막대한 보험금 지급으로 담보력이 급격히 축소되었고 이로 인하여 전세계적으로 재보험 요율이 상승하게 되었다. 이와 동시에 9.11테러로 인해 해외 유수의 재보험사들은 아시아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잃어가고 있는 틈을 타 코리안리는 선박을 중심으로 아시아시장으로 적극적으로 확대해가고 있다.

해외수재의 매출은 2000년만 하더라도 581억 원이었지만 2003년 3분기까지만 해도 1205억 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재보험료율 상승으로 연간 200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던 외국수재는 44억원(2003년3분기누적)의 보험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이 정상화되면서 보증보험의 보험영업이익도 2000년부터 흑자로 돌아선 이후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으며, 해상보험도 흑자로 돌아섰다.

코리안리는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손보사 중 유일하게 보험업계에서 보험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해외수재의 확대, 신상품 개발등으로 인한 국내시장지배력 강화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시장여건으로 수익성도 보장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가치증가를 예상할 수 있는 코리안리가 매력적

코리안리는 특히 수익의 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삼성화재가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으로 편식을 하고 있다면, 코리안리는 일반보험 재보험(화재, 특종, 해외수재 등), 생명보험 재보험, 장기보험, 자동차보험 등의 영양분을 골고루 갖춘 반찬을 차려놓고 식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건설사로 따지면 토목, 플랜트를 갖춰 이익의 안정성이 보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해외수재 보험을 중심으로 성장성이 지속될 것이란 것도 걱정거리가 많은 삼성화재보다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다. 투자이익도 채권위주의 투자를 통해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한다.

코리안리의 비즈니스모델에서는 고객은 대부분 기업이다. 따라서 관리 인력도 많이 필요하지 않다. 인당생산성도 높아 218명의 인원으로 2003년도에 연간1.5 조원의 매출(경과보험료)을 올리고, 1000억에 가까운 순이익(수정)을 올렸다. 판매망을 갖추고, 다시 판관비를 지출해야 하는 일반 보험업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보험업의 밸류에이션은 흔히 PBR로 한다. 대부분의 자산이 현금화시킬 수 있는 투자유가증권과 단기유가증권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의 PBR(수정자본총계이용)은 6월18일 기준으로 현재 1.0, 코리안리는 0.8이다. PER를 기준으로 봐도 삼성화재는 16.2, 코리안리는 5.3 정도다. 물론 PBR은 작년 매미의 영향으로 원수보험사의 일상적인 이익을 왜곡시키는 부분이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투자자에게는 삼성화재가 더욱 우량하고 익숙하지만, 기업의 사업모델, 성장성, 안전마진 확보 등을 고려한다면 분명 삼성화재보다는 코리안리가 투자매력도가 높다.

정석모 stonet@i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