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읽을거리

스톡워치 전체 News 글입니다.

[지킬vs하이드] 시멘트 '50년 독점' 깨졌다

04.06/30
김민국
‘지킬 vs 하이드’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코너입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한 인간에게 선한 측면과 악한 측면이 공존한다는 의미로 많이 인용됩니다. 마찬가지로 특정한 기업이나 산업, 이슈를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 양 측면이 같이 존재하게 됩니다. ‘지킬 vs 하이드’ 코너에서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대화하는 형식을 통해 기업, 산업, 이슈를 다각도로 분석해보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한국에서 시멘트 산업은 수 십년 간에 걸쳐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철옹성이었다. 하지만 작년 에 시멘트 업체들은 담합 혐의로 공정위를 통해 7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고 검찰에 고발된 상태이다. 이번 과징금 규모는 그 유래가 없는 대규모인데다가 잠재적으로 시멘트의 가장 큰 경쟁상대라고 할 수 있는 슬래그 시멘트가 사태의 발단이었다는 데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그리고 수입시멘트의 수입량이 늘어나고 있고, 제조 비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의 상승 또한 시멘트 업계에는 불리한 상황이다.

시멘트 업계는 비우호적인 사업 환경 변화와 1분기 실적 악화에 주식시장의 침체까지 겹쳐 연초에 비해 30~50% 가량 주가가 폭락한 상태이다. 하지만 시멘트 산업은 여전히 진입장벽이 두터운 산업이고, 현재 시장의 우려는 지나치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들의 시멘트가 물류비가 크고, 설비 투자에 투자되는 금액도 매우 크기 때문에 아무나 쉽게 시장에 들어올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수입시멘트나 슬래그 시멘트도 일시적인 현상일 뿐 시멘트 시장을 크게 잠식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주장한다. 또한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정부에 의해 건설경기가 부양되고, 뉴타운 건설, 수도 이전시 가장 큰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업체 또한 시멘트 업체라고 주장한다.

과연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인가?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는 양측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하이드: 지금까지 시멘트 업체들이 철저히 독점력을 유지해 왔지만, 이번은 다르다고 생각하네. 이번 시멘트 업체 과징금 파동의 도화선이 된 슬래그 시멘트는 시멘트 시장을 상당히 잠식할 수 있는 제품이라네. 슬래그는 철강 제조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석회석 등이 주성분으로 되어 있으며 시멘트와 혼합해 사용하는 대체재라고 할 수 있네. 그런데 슬래그 가격은 톤당 5만3000원으로 시멘트의 톤당 6만3000원에 비해 20% 가까이 싼 편이네. 제철찌꺼기인 슬래그를 쓰면 환경친화적인데다 기존 시멘트보다 후기 강도가 쎄 특수콘크리트용으로 적합하다네. 일본 미국과 같은 선진국들도 거부감없이 사용중이며 특히 일본의 경우 전체 시멘트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네. 이제 시멘트는 강력한 경쟁자를 만났네. 독점적인 시장에 안주하면서 엄청난 영업이익률을 올리던 호시기는 끝났다고 봐야하지 않겠나?

지킬: 자네의 말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네. 하지만 자네의 논리는 내가 보기에 약간 비약이 심하네. 내가 알기로 슬래그는 초기 강도가 약해서 건설시공상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이미 나타나고 있네. 시멘트 업계 또한 슬래그를 완전히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성과 기술표준과 같은 사용 검증을 충분히 받고 쓰자고 주장하는 것이라네. 그리고 슬래그가 시멘트를 대체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데 그것은 사실과 다르네. 슬래그는 시멘트의 대체제가 아니라, 보조재로 보아야 하네. 왜냐하면 슬래그는 그 자체만으로는 시멘트처럼 쓰일 수가 없거든.

하이드: 과연 그럴까? 만약 그렇다면 왜 시멘트 협회와 회사들이 나서서 슬래그 공장을 만들거나 슬래그를 공급하고 있는 레미콘 업체들에 압력을 넣었을까? 슬래그가 일본처럼 시멘트 시장을 잠식해들어오면 예전처럼 마음대로 가격을 결정할 수도 없고, 매출 자체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아닌가? 그래서 나는 자네의 의견에 동의할 수가 없네.

그리고 시멘트 업체에 닥쳐온 위기는 슬래그 시멘트 문제뿐만이 아니라네. 최근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석회석을 시멘트로 가공하는데 사용되는 주원료인 유연탄 가격이 엄청나게 인상이 되었다네. 하지만 시멘트 가격은 오르지 않고 있잖나. 이는 국내 시멘트 업체들의 실적이 그만큼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네. 실제로 시멘트 업체들의 1분기 실적은 엄청나게 악화되지 않았나. 더구나 가격이 급등한 유연탄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에 투입된다네. 그럼 2분기 중 실적은 1분기보다 더 악화되지 않겠나.

또한 수입시멘트도 큰 문제라네. 올해 들어 지난 5월말까지 시멘트 내수 판매 규모는 전년동기 대비 2% 가량 감소했지만 그 와중에서도 중 국 등의 수입시멘트 판매량은 같은 기간 1백20% 가량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네. 건설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슬래그 시멘트에 수입시멘트 수입증가, 유연탄 가격 인상까지… 이래도 자네는 시멘트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라고 이야기할 건가?

지킬: 자네의 주장은 침소봉대라고 생각하네. 또한 자네는 너무 부정적인 측면을 본 나머지 시멘트 업체의 긍정적인 측면들을 간과하고 있네. 우선 수입시멘트부터 보세나. 수입시멘트를 들여오는 것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네. 수입시멘트가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늘어나기 위해서는 하역, 저장 시설 뿐만 아니라 운송 시설까지 다 갖춰져야 하네. 지금까지 수입시멘트가 안 쓰였던 것은 아니라네. 건설 성수기라고 할 수 있는 2분기와 3분기 중에 국내 시멘트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일부 수입시멘트가 들어왔던 것은 사실이네. 그렇지만 수입시멘트가 아주 많이 쓰이지 않았던 것은 제반 유통 시스템이 갖춰지기 힘들기 때문이라네.

그리고 시멘트는 기본적으로 물류비가 아주 많이 드는 품목이라네. 아까 이야기했는데 시멘트 톤당 가격이 6만 3000원에 불과하다네. 1톤 트럭에 시멘트를 하나 가득 실어도 6만 3000원어치 밖에 실을 수 없다는 이야기라네. 물론 시멘트가 부피 당 물류비가 적게 든다면 얼마든지 수입이 가능하네. 하지만 생각해 보게. 톤당 가격이 6만 3000원 밖에 안되는 것은 배를 실어서 수입해오고, 그것을 다시 육로로 운송한다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겠네 이사람아. 뿐만 아니라 중국은 북경 올림픽 등으로 내부에서 쓸 시멘트도 부족한 상황이라네. 내부 시멘트 가격도 오르고 있을테고. 그런데 우리나라에 그것도 채산성이 없는데 수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상황은 상상하기 힘드네.

또 유연탄 가격 인상을 이야기하지만 시멘트 업체들이 바보인 줄 아나. 시멘트 업체들은 한번 대규모 시설 투자를 하면 시설 유지비용이나 기술개발비용은 거의 들지 않네. 이것이 20%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지속적으로 기록할 수 있는 비결이라네. 또한 연간 5%씩 가격을 꾸준히 상승시켜왔고. 그리고 매출액 대비 유연탄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자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네. 요컨데 시멘트 업체들이 다른 부분에서 조금만 더 노력하면 유연탄 가격 상승 요인은 내부적으로 충분히 흡수가 가능하다네.

하이드: 자네의 의견이 맞다면 시멘트 업체의 1분기 실적은 왜 그렇게 하락했겠나. 난 솔직히 1분기 실적에 대해 상당히 실망했네. 지금까지 시멘트 업체들은 매분기 기대보다 좋은 실적을 내면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네. 하지만 지금 시멘트 업체들의 실적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네. 그리고 지금까지 시멘트 업체들이 여기저기 벌여놓은 사업들을 보게나. 시멘트 사업을 해서 돈을 좀 벌면, 그 돈을 IT와 같이 자신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곳에 투자해서 다 날려버리는 일이 허다했네. 그 돈으로 주주들에게 배당이나 더 주면 좋은 소리라도 들었을텐데. 그래서 나는 시멘트 업체들을 믿을 수 없네. 영업환경이 계속 악화될 게 뻔하고, 믿을 수 없는 곳에 투자하는 회사에 투자하고 싶지 않네.

지킬: 자네가 말한 시멘트 업체들의 삽질은 분명 앞으로도 경계할만한 일이네. 하지만 난 똑 같은 현상을 약간 다르게 해석하네. 자네 쌍용양회나 동양시멘트가 그룹의 모태가 된 것을 알고 있나. 또 이것저것 비관련 사업을 벌였지만 중소형 시멘트회사 중에 망한 회사들이 거의 없지 않나. 결정적으로 그 중 순수하게 시멘트 사업이 잘못되서 망한 회사는 한 회사도 없네. 역설적으로 시멘트 회사가 돈을 너무 많이 벌고, 그 사업이 쉬웠다는 것이 문제였지.

건설호황과 높은 마진으로 돈이 쏟아져 들어오자, 주체를 못하고 자동차, 건설, IT까지 무분별한 투자를 했던 것이 회사가 어려워진 원인이지, 시멘트 그 사업 자체는 정말 매력적인 사업이라네. 오히려 시멘트 사업이 비공식적인 카르텔 속에서 너무 쉬운 사업이었기 때문에 그런 안일한 식으로 경영했던 회사들이 다 망한 것이었지. 경쟁이 거의 없는 회사가 경쟁이 치열한 기업들과 경쟁하다보니 벌어진 일이지.

하지만 몇 가지 좋은 조짐들이 보이고 있네. 2003년까지 대부분의 시멘트 부실 자회사들은 정리가 되고 구조조정이 끝난 상황이라네. 그리고 과다했던 부채규모 또한 획기적으로 개선이 되었지. 또한 배당이 늘어나고, 자사주 매입소각, 무상증자 등 예전 시멘트 업계의 보수적인 관행으로 비춰볼 때 일어나기 힘든 주주중시 경영쪽으로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네. 이런 부분들은 정말 긍정적인 변화라네. 현재 환경이 시멘트 업체에 다소 부정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긍정적인 변화까지 간과할 경우 자네의 투자수익률은 낮아질 가능성이 크네. 더구나 시멘트 업체들의 평균 PER는 1.5~3에 불과할 정도로 정말 싸다네. 나는 그래서 여전히 시멘트 업체들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자 하네.

김민국 kim@viptooza.com
  • 예측투자 - 부크온
  • 스톡워치 계속 무료료 이용하는 법
  • 예측투자 - 부크온

제휴 및 서비스 제공사

  • 키움증권
  • 한국투자증권
  • 유진투자증권
  • 하이투자증권
  • 교보증권
  • DB금융투자
  • 신한금융투자
  • 유안타증권
  • 이베스트증권
  • NH투자증권
  • 하나금융투자
  • VIP자산운용
  • 에프앤가이드
  • 헥토이노베이션
  • IRKUDOS
  • naver
  • LG유플러스
  • KT
  • SK증권
  • 이데일리
  • 줌
  • 키움증권
  • 한국투자증권
  • 유진투자증권
  • 하이투자증권
  • 교보증권
  • DB금융투자
  • 신한금융투자
  • 유안타증권
  • 이베스트증권
  • NH투자증권
  • 하나금융투자
  • VIP자산운용
  • 에프앤가이드
  • 헥토이노베이션
  • IRKUDOS
  • naver
  • LG유플러스
  • KT
  • SK증권
  • 이데일리
  • 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