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한마디 - 앨런 그린스펀

[경제학자의 한마디] 앨런 그린스펀

김지혜 04.06/25 00:00 조회 1421 누적점수: 0

“한치 앞을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이 끝없는 지적 호기심을 일으킨다”

- 앨런 그린스펀 -

세계를 주름잡는 나라가 미국이라는 사실엔 추호의 의심도 없다. 이렇게 미국이 국제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것도 그들의 경제력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점에서 세계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는 사람은 현재 미국의 대통령인 조지 부시, 그리고 그 다음으로 속칭 경제 대통령이라 불리는 앨런 그린스펀(Greenspan, Alan , 1926)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Bank : FRB) 의장이다.

그린스펀은 1926년 뉴욕 시에서 증권 브로커인 아버지 허버트 그리스펀과 어머니 로즈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경제학자가 아닌 음악가를 꿈꿨다. 2년간 줄리어드 음대를 다니면서 클라리넷과 색소폰을 연주했으며 순회공연도 다녔으나 이에 대한재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진로를 바꾸게 되었다. 그 자신의 음악적 재능에 대해 평가한 글을 보면 “나는 아마추어로서는 훌륭한 연주자였지만…. 프로로서는 보통 수준이었다.” 이후 경제학으로 그의 진로를 선회하게 되고 27세에 컨설팅 회사를 설립하여 백만장자가 된다. 그 후 1968년 스승인 아인 랜드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하게 된다.

그가 처음으로 임명되었던 1987년 미국은 블랙 먼데이라 해서 하루에 주가가 22% 폭락하는 등 일전의 대공황보다도 더 큰 공황의 늪으로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공포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전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하였으나 그린스펀 특유의 통찰력과 지혜로 이 위기를 성공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게 되었다. 이후 미국경기에 있어 역사적인 장기호황의 공을 세우는 등 미국경제를 세계경제의 정상으로 이끌어 놓았다.

그린스펀에게는 수많은 별명들이 따라 다닌다. “경제의 신”, “시장 지배자”, ”경제 대통령” 등 이와 같은 찬사는 그의 실적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납득이 된다. 우선 경제성장률을 보면 99년 4/4분기 경제성장률이 5.8%를 기록하면서 99년 전체 경제성장률이 4%선으로 기록되어 97년 이후 3년 연속 4%대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일자리가 200만을 넘어섰고, 실업률의 경우는 4.0%로 거의 완전고용 상태인데다가 70년 1월 이후 사상 최저 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높은 경제성장률과 낮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은 사상 최저 치를 경신하고 있어 학계에서도 당황스럽게 여기고 있으며, 미국민의 실직소득은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으니 경제의 신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2000년 1월 4일 백안관 기자회견장에서 “미국 경제를 성장궤도에 올려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앞으로 할 일이 더 있다. 그의 지혜와 꾸준한 리더십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확신을 안겨줬다. 사실상 그를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후보 반열에 오르지 않았다"는 연설과 함께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회장직을 또 다시 임명하면서 그가 미국경제의 최고위치에 있음을 재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 정권이 4번이나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FRB(미국의 중앙은행) 회장직의 연임은 모든 국민과 월가, 집권 민주당 그리고 야당에 이르기까지 절대 다수의 환영을 받았다는 사실에서 그 의미가 크다.

당리당략에 기울지 않고 소신있게 정책을 단행하는 그의 신념 또한 유명한데 이것으로 일관된 경제정책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더불어 그의 성공적인 경제실적의 저변이 되어 주었다. 그 일화를 예로 들면 집권 세력들이 인기를 의식하여 경제성장률을 올리기 위해 이자율을 낮춰 달라는 부탁에 거절한 것, 그리고 부시 행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선거를 의식하여 통화량을 늘려 달라는 부탁에 또 다시 거절하는 등 그린스펀의 소신 있는 정책운영의 일면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97년 말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시작된 아시아 경제위기가 중남미를 거쳐 러시아까지 확산되자 미국을 최우선으로 한 정책을 운영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미국만이 번영의 오아시스로 남을 수는 없다”는 명언을 남기면서 3번의 금리 인하를 단행하였고 그 위기를 모면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후 세계경제를 살린 인물이라는 호평을 받게 된 계기가 되었다.

96년 끝을 알 수 없게 치솟는 미 경제를 빗대어 “비이성적인(irrational) 활황”이라는 그린스펀의 발언으로 인해 뉴욕증시가 하루아침에 폭락을 해 이를 “그린스펀 효과”라고 부르게 되었으며, 그의 말 한마디로 경제성장이 촉진되거나 둔화되며, 금리와 물가도 움직이는 등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곤 하는데 이와 같은 상황을 묘사할 때 사용하게 되었다.

김지혜 yj561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