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한마디 - 베블런

김지혜 04.06/16 00:00 조회 1774 누적점수: 0

경제학자의 한마디 - 배블런 효과

웰빙이라는 단어가 화두가 되기 전 우리나라의 사회적 이슈는 ‘명품 열풍’이었다. 이와 같은 명품 열풍은 토스타인 베블런이 <유한계급론>에서 설파한 베블런 효과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한 예이다.

“비싸지 않은 아름다운 물건은 아름답지 않다”고 베블런이 말한 바 있듯이 그는 부유한 사람들이 사치품에 집착하는 이유를 이와 같이 극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베블런은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 활동하지만 이것이 충족되게 되면 다음 단계로 자신의 능력,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과시소비를 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 말했다.

문학이나 예술분야에 있어 기인의 존재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하다 할 정도로 쉽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경제학에서 풍겨 나오는 이미지로 판단하건대 기인은 발 디딜 수 없을 만한 학문분야로 치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딱딱하기 그지 없는 분야에서도 역시 기인은 존재했었는데 그가 바로 베블런이다. 그에 관한 평전이나 전기를 읽어 보면 그를 굉장히 괴팍하고 특이한, 좋게 말하면 재미있는 인물로 묘사하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는 특이한 인물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베블런은 1857년 위스콘신에서 노르웨이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12형제 중 6번째 였기 때문에 원만한 성격을 소유할 만한 조건을 지니고 있었다 할 수 있었지만 그는 그렇지 못했다. 형제나 또래의 친구들과 어울리기 보다는 혼자서 독서하기를 즐겼다. 심지어 교회의 찬송가까지 샅샅이 읽어볼 정도로 그는 엄청난 독서열의 소유자였다. 특히 베블런은 인류학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고 후에 유한계급이론 역시 인류학적 측면에서 다루게 된다.

"상류층은 과시적 소비를 통해 사회적 지위를 확립한다."
- 토스타인 베블런 -

23살에 칼턴이라는 조그마한 대학을 졸업한 후 예일 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그의 회의적이며 반종교적이고, 반교회적인 성향으로 인해 교수직을 얻기가 어려웠고 7년간 책만 읽으며 전전하다 다시 코넬 대학의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다행히도 당시 경제학과의 과장으로 있던 교수의 추천에 의해 시카고 대학의 전임강사로 취직할 수 있었으나 사생활이 문란했을 뿐 아니라 그 역시도 강의하는 것에 별 소질이 없었던 것 같다.

결국 시카고 대학에서 쫓겨나 미조리 대학으로 옮겨 강의를 하게 되었지만 강의를 알아들을 수 없게 하는데다 그 역시도 흥미를 갖고 있지 않아 인기는 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혼자서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로 강의하는가 하면 우수한 학생들에게 C학점을 주는 것에 즐거움을 느꼈다 할 만큼 그들을 좌절시키는데 흥미를 갖고 있었던 듯 하다. 또한 그는 강의도중 학생들을 밖으로 불러내 질책하거나 조롱하기 일쑤였으며 그들이 수강을 포기하거나 변경하는 것을 즐거워했다. 이와 같은 독특한 교수법을 그는 지극히 효율적인 방법이었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결국에는 이것마저 그만두고 뉴욕으로 가 잠시 동안 사회과학 대학에 머물다가 캘리포니아에서 은거하며 여생을 보냈다.

그가 시카고 대학에서 재직하는 동안 저술한 유한 계급론은 걸작이라 할 만큼 높게 평가 되고 있는데 이를 읽기 위해서는 다른 책들보다 고도의 능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제학자 이면서 베블런의 영향을 받은 웨슬리 미첼은 “베블런의 저서를 충분히 즐기기 위해서는 투자가 고도로 세련되어야 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유한계급론은 문체와 의미 면에서 베블런의 성격을 반영하듯이 괴팍하고 신랄하다.

유한계급은 한 마디로 자본가를 의미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며 부는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 우수성을 반영한 결과라고 본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의 지불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쓸데 없는 데”에 소비한다. 베블런의 저명한 이론인 과시소비론에서는 지출이란 것이 개인의 명성을 떨치는데 공헌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쓸데없는 물건”에 쓰여져야 하며 “쓸데 없는 데” 돈을 쓴다는 사실이 바로 명성의 원인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유한계급론은 꼭 읽을 필요가 있는 계급의 사람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 인기 서적이 되었다. 베블런은 쾌락주의과 공리주의에 기반한 한계효용에 근거를 두었던 당시의 주류 경제학인 신고전학파에 일침을 가하였다. 그는 하나의 체계적인 이론을 정립하지는 못했지만 경제학에 있어 사회적인 영향을 가미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김지혜 yj561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