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업이 배당을 많이 하나......(LG경제연구소)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은 시장 이자율을 상회하는 수익을 줄 수 있는 고배당 기업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의 기업 선정과 기업의 배당결정에 대한 도움을 주기 위해 국내기업의 현금배당금이 어떠한 추세를 보여왔는지 현금배당이 투자, 성장성, 수익성, 재무구조 등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보았다.

최근 배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령화 사회의 진전, 연기금 규모의 확대 등으로 안정적 현금흐름을 제공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줄 수 있는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예금 금리가 4%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은 채무불이행 위험이 낮으면서도 시중 금리 이상을 줄 수 있는 고배당 기업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도 올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논의하면서 자금흐름의 선순환을 유도하고 증시의 중·장기적 수요기반을 확충하고자 배당중시 기업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한국증권거래소는 7월 21일부터 배당실적이 좋은 상장기업들의 주가흐름을 보여주는 한국배당주가지수를 도입하였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배당을 지급하는 주식을 발굴함으로써 여기에 관심이 있는 기관·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시장참여와 장기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그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는 배당에 대해 국내기업의 현금배당금이 어떠한 추세를 보여왔는지, 현금배당이 투자, 성장성, 수익성, 재무구조 등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보았다.

분석대상 : 509개 기업

비금융상장기업 중 12월 결산법인 509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분석기간은 1991년부터 2002년까지이다. 2002년 말 현재 분석대상 기업의 자산규모는 461조원, 매출액은 471조원이고 작년 현금배당금 규모는 4.1조원이다.

분석방법은 먼저 과거 시계열적으로 기업의 현금배당금이 어떠한 패턴을 보였는지를 살펴보았고 그 후 투자, 수익성, 재무구조 등 기업 특성에 따라 현금배당률(현금배당/자기자본)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하였다. 기업 특성과 현금배당률과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509개 기업을 대상으로 과거 12년간(1991~2002년)의 평균 현금배당률을 기준으로 5등분 하였다. 그 중 상위 20% 기업(1~102위)을 ‘현금배당률 상위 그룹’으로 분류하였고 하위 20% 기업(409~509위)을 ‘현금배당률 하위 그룹’으로 분류하였다. 상위 그룹과 하위 그룹간에 기업 특성에 있어서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를 비교·분석하였다.

외환위기 이후 배당이 급격히 증가

현금배당금 규모의 추이를 살펴본 결과 4가지 특징이 나타났다. 첫째, 국내기업의 현금배당금 규모는 최근 들어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외환위기 이후 이러한 추세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현금배당금 규모는 외환위기 이전 0.9조원(1991) → 1.1조원(1994) → 0.9조원(1997)이었으나, 외환위기 이후 1.3조원(1998) → 2.8조원(2000) → 4.1조원(2002)으로 늘어났다.

둘째, 현금배당금 상위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현금배당금이 많은 기업은 한국전력(2.6조원, 1991~2002 누적), 삼성전자(2.3조원), KT(1.6조원), POSCO (1.3조원), 현대자동차(1.0조원) 등이었다. 상위 10대 기업의 현금배당금은 0.4조원(1991)에서 2.4조원(2002)으로 5배나 늘어난 반면 이들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의 현금배당금은 0.5조원에서 1.7조원으로 2.4배 증가하는데 불과하였다. 상위 10대 기업의 현금배당금 비중은 44%(1991)에서 58%로(2002) 무려 14% 포인트가 증가하였다.

배당을 지급하는 기업 수는 감소

셋째, 현금배당금 규모는 증가하고 있지만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은 크게 늘어나고 있지 않다. 주주 몫의 증가 여부는 자기자본 대비 현금배당금 추세를 살펴보면 파악할 수 있다. 현금배당률(현금배당금/자기자본)은 외환위기 이전 2.0%(1991) → 1.6%(1994) → 1.0%(1997)로 하락하다가, 외환위기 이후 1.1%(1998) → 1.4%(2000) → 1.9%(2002)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넷째, 상장기업으로서 주주에게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는 기업은 많지 않았다. 상장기업은 다수의 일반투자자들에게 자본을 조달하고 자본을 조달한 대가로 주주들에게 배당을 지급하여야 한다. 1991년 이래 지난 해까지 한번도 빠지지않고 현금배당을 지급한 기업은 157개(30.8%)였고 10번 이상 배당을 실시한 기업은 235개(46.1%)였다. 반면 12년 동안 한번도 현금배당을 실시하지 못한 기업 수는 13개(2.6%) 였다. 배당을 실시하는 기업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금배당금을 지급한 기업 수는 400개(1991) → 395개(1994) → 308개(1997) → 307개(2000) → 312개(2002)였다.

이상의 사실을 종합하면 외환위기 이후 현금배당금 규모는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현금배당금을 지급하는 기업 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고 주주들의 투자 대비 배당수익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상위 10대 기업 등 우량기업의 현금배당금 규모가 증가하여 전체적으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당수의 기업은 배당지급여력이 나아지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투자가 많은 기업이 고배당을 지급

기업 특성과 현금배당률과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5가지 특징이 나타났다. 이러한 특징은 현금배당률 상위 그룹과 현금배당률 하위 그룹과의 비교 분석을 통한 결과이다. 상위 그룹의 평균 현금배당률은 2.6%이었고 하위 그룹의 평균 현금배당률은 0%였다.

첫째, 시설투자나 관계회사 투자가 많은 기업일수록 현금배당률이 높았다. 현금배당률 상위 그룹의 투자비율은 6.7%(1991~2002년 평균)이었고 하위 그룹의 투자비율은 2.8%이었다. 상위 그룹의 투자비율이 하위 그룹보다 1.4배나 높았다.

시설투자 등 대부분의 투자는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고, 자금소요 규모가 많은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투자가 많은 기업일수록 현금배당을 하기보다는 투자자금을 비축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투자 비율과 현금배당률은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는 과거 국내기업의 현금배당이 투자 규모의 4.3%(1991~2002년 평균)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였기 때문에 배당결정이 투자의사결정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오히려 시설투자 등 과거 투자가 많았던 기업은 미래에도 수익성이 높은 투자안이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현금배당을 많이 지급한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향후에도 현금배당률과 투자 비율간에 정의 상관관계를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설비투자가 크게 줄어들고 있고 기업의 자금조달 중 주식이나 내부유보 등 자기자본의 비중이 커지면서 현금배당금 규모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투자 대비 현금배당금 비율은 3.7%(1998) → 6.6%(2000) → 22.4%(2002)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둘째, 매출액 성장률이 높은 기업일수록 현금배당률이 컸다. 상위 그룹의 매출액 증가율은 12.7%이었고 하위 그룹의 매출액 증가율은 8.7%이었다. 상위 그룹의 매출액증가율은 하위 그룹보다 46%(5% 포인트)나 더 높았다. 성장률이 높은 기업은 미래 전망을 밝게 보고 현금배당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수익성이 양호하고 실적이 안정적일수록 고배당

셋째, 수익성이 양호한 기업일수록 현금배당률이 높았다. 상위 그룹의 평균 자산수익률은 11.3%(1991~ 2002년 평균)로, 하위 그룹의 평균 자산수익률 6.2%보다 82%(5.1% 포인트) 더 높았다. 또 상위 그룹의 현금흐름비율은 7.0%로, 하위 그룹의 현금흐름비율(1.8%)보다 무려 2.9배(5.2% 포인트)나 더 높았다. 수익성이 높고 현금이 풍부한 기업일수록 채권자, 주주 등 투자자에게 투자에 상응하는 수익을 줄 여력이 크기 때문이다.

넷째, 실적이 안정적인 기업일수록 현금배당률이 높았다. 상위 그룹의 기업위험도는 4.0%이었고 5위 그룹의 기업위험도는 5.7%였다. 상위 그룹의 기업위험도는 하위 그룹에 비해 30%나 더 낮았다.

기업 실적이 안정적이라는 의미는 경기 변동이나 새로운 기술의 도입 등 다양한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이익의 변동 폭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실적이 안정적인 기업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영위하거나 경쟁 강도가 상대적으로 치열하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실적이 안정적인 기업일수록 미래 위험에 대비하여 자금을 비축할 필요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현금배당을 더 많이 할 여력이 있다.

현금배당금 상위 10대 기업의 특성 분석

현금배당금 상위 10대 기업(1991~2002년 누적)은 어떠한 기업 특성을 갖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상위 10대 기업과 현금배당률 상위 그룹과의 기업 특성을 비교하였다. 10대 기업은 상위 그룹보다 투자 비율, 매출액 성장률, 투하자산수익률, 현금흐름비율, 이자보상배율은 확연하게 높았고 기업위험도는 낮았다.

전반적으로 10대 기업이 상위 그룹보다 나은 성과를 보이고 있었지만 차입금 비율은 10대 기업이 상위 그룹보다 저조했다. 10대 기업의 차입금 비율은 29.7%로, 상위 그룹의 차입금 비 율 16.3%보다 13.4% 포인트나 높았다.

10대 기업은 차입금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에 대한 현금배당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이는 10대 기업은 배당을 중시하는 외국인 지분이 높고, 지속적으로 주식시장에서 자 본을 조달해야 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주주의 배당압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재무구조가 견실해야 배당이 가능

다섯째, 재무구조가 견실한 기업일수록 현금배당률이 높았다. 상위 그룹의 이자보상배율은 1.9배로 하위 그룹의 이자보상배율(0.6배) 보다 2.2배가 더 높았다. 또 상위 그룹의 차입금 비율은 16.3%(2002년 말)로 하위 그룹(32.9%)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은 부채의 원리금 상환에 급급하기 때문에 주주에게 배당을 할 여력 자체가 없는 것이다.

기업은 배당을 늘려가야

지금까지 분석한 것을 종합하면 외환위기 이후 현금배당금 규모는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현금배당금을 지급하는 기업 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고 주주들의 투자 대비 배당수익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기업의 배당결정은 주로 수익성과 재무구조에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으로 보여진다. 재무구조가 견실하고 수익성이 좋은 기업일수록 현금배당률이 높았다. 과거 배당결정은 투자의사결정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현금배당이 투자 규모에 비해 미미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금배당금 규모가 점차 늘어나고 있어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면서도 현금배당금을 많이 실시하기란 점차로 어려워질 것이다. 따라서 향후에는 배당결정과 투자의사결정간의 상호관계가 더욱 긴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불확실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경영환경하에서 주주자본과 배당의 중요성은 날로 커져 가고 있다. 주주자본은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소요자금을 조달하지 못하여 중요한 투자를 연기하거나, 마케팅 정책을 뒤로 미뤄야 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등 기업 위험을 전반적으로 낮추는 효과가 있다.

기업이 주주자본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를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 과거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미국 주식시장처럼 상승추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주기적인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서 제자리를 맴돌았다. 즉 주주는 주가 차익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하고 있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주식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배당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