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글]브랜드 경영은 곧 기업 경영

'잘 키운 브랜드(Brand) 하나 10개 제조업체 안 부럽다.'

최근 기업에 나돌고 있는 유행어 중 하나다. 그만큼 브랜드 가치가 기업으로는 최고의 경쟁력을 갖는다는 얘기이다. 브랜드 파워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최고 기업 중 하나인 '삼성(SAMSUNG)'의 브랜드 가치는 과연 얼마나 될까.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가 2002년 전세계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세계 100대 브랜드를 선정한 결과, 한국에서는 삼성이 유일하게 34위로 100대 브랜드에 포함됐다. [비즈니스 위크]는 삼성의 브랜드 가치를 캐논(67억2천1백만달러)과 파나소닉(31억4천1백만달러)보다 높은 83억달러로 분석했다.

'한국의 대표 브랜드'로 통하는 삼성은 국내 기업 중 인지도는 단연 수위다. 특히 삼성 계열사 중 삼성전자의 '애니콜'은 국내 브랜드의 영웅(?)으로 꼽힌다. 1994년 '삼성 휴대전화 애니콜'이란 브랜드로 세상에 나왔을 때만 해도 과연 '모토로라의 수성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팽배했던 게 사실이다.

애니콜, 카르티에 시계와 같은 반열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애니콜'은 모토로라에 버금가는 고급 휴대전화로의 이미지를 굳힌 지 오래다. 최근 스페인의 비즈니스 계간지 〈GQ(Gentlemen's Quartery)〉가 애니콜을 카르티에 시계-루이비통 구두-프라다 가방-이브생로랑 향수 등과 대등한 반열에 올려놓을 정도다.

이런 일화가 있다. 중국에서 굴착기를 파는 대우종합기계 이종학 상하이 사무소장은 어쩌다가 삼성전자 직원들을 만나면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판매하는 휴대전화 '애니콜' 덕분에 굴착기 판매가 한결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굴착기와 휴대전화,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관계다. 이 소장은 "휴대전화가 대중화한 중국에서 삼성전자 애니콜이 최고로 평가받으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며 "애니콜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브랜드'를 높여서 바이어들과의 상담에서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기업이나 상품 브랜드는 바로 국가 브랜드인 셈이다.

아직도 러시아 등지에서는 금성(GoldStar)이란 브랜드로 알려져 있는 LG도 최근 지주회사 출범을 계기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LG는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전략 및 관리 방안 수립 등을 통해 LG 브랜드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육성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런 일정 기준에 따라 브랜드 사용권을 부여하는 라이선싱을 통해 오는 2005년부터 LG 브랜드를 사용하는 자회사 등에 대해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브랜드 사용료'로 받을 계획이다.

성광전자-만도공조 등 회사명 바꿔

LG는 해외 시장에서 LG 브랜드를 '세계 일류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브랜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현재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 광장을 비롯한 중국-일본-인도-러시아 등 세계 70여 개국의 주요 지역에 150여 개의 옥외광고를 설치해 LG 브랜드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같은 브랜드 가치 창출에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업체들도 앞다퉈 나서고 있다. '쿠쿠'라는 전기밥솥으로 유명한 성광전자의 현재 사명은 쿠쿠전자다. 이 회사는 1999년 쿠쿠(주)라는 판매법인을 세우고 브랜드 알리기에 주력, 제품을 '쿠쿠'라는 단일 브랜드로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1998년부터 3년 동안 쿠쿠밥솥 광고비에만 50억원을 투입했다. 이같은 성과가 가시화되자 2002년 7월 쿠쿠(주)를 쿠쿠홈시스로 바꿨으며 11월에는 성광전자에서 쿠쿠전자(주)로 사명 변경을 단행했다. '쿠쿠(CUCKOO)'는 요리(cook)와 뻐꾸기(cuckoo)의 합성어로 맛있는 요리를 기대하는 마음을 형상화해 개발한 고유 브랜드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국내 최초 제지업체인 세풍도 최근 사명을 '페이퍼코리아(PARER COREA)'로 바꾸고 새롭게 출범했다. 페이퍼코리아측은 "과거 우리나라가 고려(COREA)로 불린 역사성과 '고려지'의 우수했던 종이문화를 이어받고 계승하자는 점 등을 반영해 새로운 사명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에어컨 등 공조기로 유명한 만도공조도 최근 회사 이름을 '위니아만도(주)'로 변경, 친환경 전문 가전기업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위니아만도는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진 '위니아'라는 가전 브랜드와 차량 공조 분야에서 34년간 절대적인 권위를 누려온 기존 사명 '만도'를 합성한 것이다. 회사측은 특히 이를 계기로 그동안의 자동차 부품회사 이미지를 탈피, 소비제품 중심의 전문 가전업체로 이미지를 바꿔나갈 계획이다.

한성식품도 최근 21세기 식품문화를 선도하는 종합식품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기업이미지(CI) 통일화 작업을 단행했다. 새 CI는 주력사업인 가공김치를 의미하는 붉은색 바탕의 원에 한성식품의 영문자인 'HSF'자를 새겨 넣었다.

'HS'는 한성식품의 종합식품기업 변신 의지를, 'F'는 깨끗하고 정직 한 기업정신을 상징한다. 한성식품은 새로운 CI 도입에 발맞춰 종합식품 브랜드 '정드린'을 개발했다. 정드린은 앞으로 김치는 물론 반찬류-냉동식품 등의 상품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같은 기업들의 브랜드 강화 방침에 대해 전문가들은 "21세기에는 공장이나 토지 같은 유형의 자산보다 브랜드 이미지 같은 무형 자산이 기업가치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세계 최고 브랜드로 평가받는 '코카콜라'의 브랜드가치는 무려 6백96억4천만달러(약84조원)에 달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6백40억9천만달러, IBM은 5백11억9천만달러다.

2002년 질레트가 국내 기업인 로케트전지의 상표권과 영업권 일부를 7년간 8백15억원에 인수할 당시, 브랜드 가치를 6백60억원으로 인정했을 정도다. 한국존슨도 삼성제약 살충제 사업을 사면서 '에프킬라'의 브랜드가치로 2백97억원을 지불한 바 있다.

이처럼 무형자산인 브랜드의 가치는 이제 기업의 '최고 핵심 자산'으로 평가되면서 기업은 앞다퉈 브랜드 경영을 핵심 경영전략으로 펼치고 있다.

김재홍 기자 ato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