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글] 사스도 발 못붙인 대한민국 마늘과 된장의 위력

사스도 발 못붙인 대한민국 마늘과 된장의 위력

천대 받던 동방의 전통음식…이제 전세계서 건강식품 각광

마늘은 그 효험이 얼마나 좋았으면 곰이 먹고나서 사람이 됐다는 신화를 다 가지고 있을까. 또 콩으로 만든 발효음식의 완성체로 항암효과는 물론 만병통치약의 위용을 자랑하는 된장은 또 어떤가. 5천년전의 할아버지 시대부터 우리 식탁을 지켜온 마늘과 된장의 위력이 21세기에 들어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지구촌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으면서 기승을 부리는 사스조차 발을 못 붙이고 있으니 말이다.(전문)

얼마 전까지 벽안의 사람들이 이 땅에 첫 발을 내딛으며 취하는 행동은 코를 막는 것이었다. 한국인에게서 지독한 마늘냄새가 난다며 코를 싸잡던 외국인들의 야멸찬 시선은 동양문화는 서구문화보다 열등하다는 이른바 문화 우월의식 그 자체였다.

특히 한국전쟁 때 참전했던 유엔 소속 병사들은 땅 속에서 이상한 냄새가 펄펄 나는 김치를 꺼내 먹고, 누런색의 된장을 찍어 먹는 한국인의 모습에 상당한 문화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과학과 문화의 발달로 이제 마늘이 들어간 김치는 세계인이 즐겨 먹는 음식으로 자리했고 된장과 고추장 등 한국 발효식품의 우수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전 세계적으로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질환)가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유일하게 한국만이 괴질의 공포에서 벗어났다. 이를 두고 해외언론과 많은 사람들은 한국인이 김치와 된장, 마늘과 같은 발효식품을 매일 먹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반도의 역사와 함께 해온 한국인의 대표식품 된장과 마늘을 집중 해부했다.

‘한국의 맛’된장의 역사

한국 음식문화의 모태가 되고 있는 된장의 역사는 이 땅에 농경문화가 시작된 기원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동아시아를 제패한 고구려 안악 고분의 벽화를 보면 된장 등의 발효식품을 보관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항아리들이 목격된다. 또 덕흥리 고분에는 술, 고기, 된장이 창고에 가득하다는 기록도 적혀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신당서>를 보면 발해의 특산물로 된장을 제일로 꼽고 있다. <삼국지> ‘위지동이전’에도 고구려에서는 장을 잘 빚는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한반도 상고시대의 야사가 기록된 일연의 <삼국유사>를 보면 신라 고관의 딸의 혼수품 중에도 된장이 포함된 것으로 나온다. 또한 정사를 기록한 김부식의 <삼국사기>를 보면 신라 신문왕 3년(683) 왕비로 간택된 규수가 입궐할 때 그녀의 폐백 품목에 된장이 들어가 있다. 이처럼 된장은 우리 조상들이 이 땅에 정착하며 먹기 시작해 오늘까지 내려오는 한민족의 고유음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우리 된장은 이웃나라인 중국에도 전해졌다. 중국인들은 고구려인들을 보고 발효식품을 잘 만든다고 기록하고 있다. 고구려의 된장 냄새를 고려취(高麗臭)라고 불렀을 정도. 새고기, 짐승고기를 발효시켜 육장을 먹었던 중국인들은 고구려의 메주가 전래되면서 종래의 장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장을 만들어 먹었다.

그리고 우리의 된장은 8~9세기 경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701년에 저술된 일본의 <대보율령>과 771년 간행된 <봉사일정경고작해>에는 우리의 된장과 된장 만드는 법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우리 된장이 전해지면서 1717년 저술된 <동아>에는 고려의 된장인 말장이 일본에 들어와 ‘미소’라는 현재의 일본 된장이 됐음을 기록하고 있다.

예부터 된장은 임금의 수라상에도 오르는 중요한 음식이라 궁중에서도 엄격히 관리됐다. 임진왜란 당시 선조가 의주로 피란을 떠날 때도 제일 먼저 그 지역에 장 담그는 일을 관장하는 합장사를 파견했을 정도. 옛 문헌에도 장을 담그려면 택일을 하고 고사를 지내고 금줄을 친 기록은 어디서나 쉽게 발견되고 있다. 1660년 <구황보유방>이 저술됐는데 여기에는 오늘날 메주와 거의 똑같은 된장제작법이 기록돼 있다.

마늘, 한국인의 정력 상징

마늘은 고조선이 한반도에 국가를 건설하면서부터 등장하는 우리 민족과는 아주 친밀한 식물이다.

<삼국유사>와 <제왕운기> 등 기원전 한반도의 기록을 담고 있는 야사를 살펴보면 당시는 원시적인 종교의 형태인 샤머니즘이 지배하고 있는 제정일치 사회였음을 알 수 있다.

단군신화로 폄하돼 있는 고조선 개국과정을 살펴보면 곰과 호랑이, 마늘과 쑥이 나온다. 이는 당시 한반도에 곰과 호랑이를 각각 숭배하는 두 종족이 세력을 다투고 있었음을 의미하고, 이 때 하늘을 숭배하는 이주 민족인 환웅세력이 막강한 힘으로 이들을 무력화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곰을 숭배한 부족은 환웅이 제시한 ‘마늘과 쑥’이라는 융합책에 수긍한 것으로 보이고 호랑이를 숭배한 부족은 이에 반발하고 한반도를 떠났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환웅과 곰을 숭상한 부족의 여인이 만나 단군을 낳았고(두 부족의 화합), 한반도의 찬란한 역사가 시작됐다. 이처럼 마늘이 한반도 역사의 시초부터 등장한 것을 보면 아주 오래 전부터 이 땅에서 마늘이 재배된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한반도와 같은 위도에 있는 국가들을 살펴보면 유일하게 한국인만이 위암발병률이 낮다. 이에 대해 일부학자들은 예부터 한민족이 마늘을 즐겨 먹었기 때문에 위장기능이 좋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단군의 개국과정에서 마늘이 등장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한다.

마늘은 지중해 연안에 주로 분포한다. 고대 이집트·그리스 시대부터 재배된 것으로 여겨지며 교류를 통해 인도, 중국, 한국, 아프리카 등 각지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졌다.

개국역사를 통해 이 땅에는 단군조선 때부터 마늘이 재배됐음을 추정할 수 있으나 정확한 기록은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서 볼 수 있다.

마늘은 한국의 음식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양념이요 정력제로 불린다.

마늘에는 탄수화물과 아미노산의 일종인 알리신이 풍부히 들어 있는데, 알리신은 신경통, 피로회복, 회춘, 정력 증강 등에 큰 효과를 나타내는 성분이다. 마늘은 고기요리에서 반드시 쓰이는 양념으로 고기의 비린내를 없애고 위의 부담을 줄여 소화를 촉진시키는 효능을 가졌다.

또한 마늘에는 곰팡이를 죽이고 대장균, 포도상구균 등의 살균효과도 있다. 위장을 따뜻하게 만들고 기를 북돋우며 살충, 소종의 효능이 있어 소화불량과 위장의 냉통, 수종, 이질, 버짐으로 인한 탈모, 종기 등에 달여서 복용하거나 으깨어 환부에 바르면 큰 효과를 나타낸다.

특히 최근에는 마늘이 치매 예방 효과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그야말로 마늘은 한국인의 만병통치약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1세기 세계인의 건강식품으로

사스가 전 세계를 공포에 휩싸이게 만들면서 된장과 마늘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즈(FT)는 한국만이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사스감염자가 없다는 보도를 통해 한국인이 매일 먹는 김치 속에 들어있는 마늘이 사스에 대한 예방효과를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기사를 내보냈기 때문이다.

‘된장박사’로 통하는 서일농원 서분례 원장(55)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부터 된장, 김치와 같은 발효식품을 먹어왔기 때문에 다른 국가에 비해 사스와 같은 괴질환자가 없거나 적은 것으로 본다. 된장과 김치에 들어있는 특수한 성분이 우리 몸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돼 학계와 산학협동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된장과 마늘에 대한 연구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연구결과에 따르면 된장과 마늘에는 상당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그동안 지독한 냄새와 ‘한 상문화’로 천대받은 한국의 음식이 벽안의 연구진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자연에서 거둔 그대로를 먹는 한국인의 음식문화에 이제 세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도움말 주신분 : 사진 손경현 기자 photo365@h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