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글] 재테크 책 판도 바뀌었다

재테크 책 판도 바뀌었다

‘주식·부동산은 지고, 종합 자산관리는 뜨고.’

요즘 재테크 서적 출판 시장에서는 주식·부동산으로 대박을 노리라는 책들의 인기가 퇴조하고 있다. 반면,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되느냐’ 혹은 ‘어떻게 하면 세금을 아낄 수 있느냐’ 등 보다 차분한 톤으로 자산관리 방법을 가이드한 자산관리(Financial Planning) 관련 책들이 인기다.

이처럼 엇갈린 명암은 경제 상황의 변화와 관계가 깊다. 주식·부동산 관련 서적이 퇴조한 것은 주식·부동산으로 대박을 터뜨리는 것이 그만큼 힘들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증시가 침체를 거듭하는 데다 부동산 열기도 한풀 꺾였다는 것.

전문가들은 또 자산관리 서적의 인기가 높아진 데는 투자자들 사이에 분산투자 개념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도 일조했다고 보고 있다.

◆부자 따라잡기 책이 인기

인터넷서점 YES24가 3~4월의 투자 및 재테크 분야 베스트셀러를 집계한 결과, 상위권을 휩쓴 책 중엔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느냐는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 책과 절세(節稅) 방법을 가르쳐준 책이 많다.

1위에 오른 ‘한국의 부자들’은 필자가 자수 성가한 한국의 알부자 100명을 직접 만나 주식·부동산·창업 등 부자들의 다양한 재테크 노하우를 취재한 책이다. 이 책은 특히 대기업 총수가 아닌 보통 사람이 어떻게 재산을 모으고 불렸는지, 주변에 흔히 있는 부자들의 꾸밈없는 이야기를 다뤄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7위에 오른 ‘행복한 부자들의 돈 버는 습관’ 역시 종합금융사에서 VIP고객을 담당했던 저자가 큰손 고객들을 통해서 직접 체험한, 부자가 되는 사고방식과 노하우를 설명한 책이다.

재테크 전문 도서 출판사인 더난 출판사의 유정연 편집주간은 “시중의 재테크 마인드가 단번에 돈을 번다는 생각보다는 분산투자 쪽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절세(節稅) 기법을 다룬 책도 인기를 끌고 있다.

2위와 4위에 오른 ‘월급만으로 살 수 없다’ 시리즈 세금편과 종합편은 샐러리맨에게 유용한 절세(節稅) 정보와 인터넷을 이용한 재테크 등 새로운 재테크 정보를 담았다. 8위에 오른 ‘당당하게 세금 안내고 돈 벌자:개인편’의 주제 역시 절세.

예스24 국내도서팀 유성식 팀장은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일반인들의 절세 기법을 다룬 책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면서 “돈 버는 것 못지않게 한 푼이라도 아끼는 게 중요하다는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주식·부동산·창업 관련 서적은 인기가 퇴조

그러나 재테크 베스트셀러 상위 10위권에 증권 관련 서적은 한 권도 끼지 못했다. 또 부동산 관련 서적 중에서는 경매와 공매, 리모델링 기법을 다룬 ‘큰돈 없이 부동산을 사들이는 100가지 방법’이 8위에 올랐을 뿐이다. 창업 관련 서적 중에서는 ‘나 인터넷에 가게 차렸어’가 6위에 올랐다.

교보문고도 스테디셀러인 ‘고승덕 변호사의 주식강의’ 시리즈가 작년 12월부터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 책은 작년 초부터 거의 한번도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빠지지 않았었다.

(李吉星기자 atticu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