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글) 공기청정기에서 나는 이상한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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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청정기에서 나는 이상한 냄새 - 3000억원 시장 급증... 검증 장치 미흡

오마이뉴스 박수원 기자    

▲ 이상한 냄새로 문제가 된 W사의 공기청정기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고아무개(35)씨는 작년 황사 때문에 너무 고생을 한 탓에 이번에는 큰 맘 먹고 공기 청정기를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가격 비교도 하고, 제품 비교도 해서 물건을 선택했다.

고씨는 냄새에 상당히 민감한 편이다. 대학에 다닐 때는 전자계산기를 새로 사서 도서관에서 썼는데 계산기 플라스틱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파서 고생을 하기도 했다.

그는 미세 먼지를 99.97%까지 제거한다는 광고와 코디가 직접 방문해서 관리를 해 준다는 설명에 W사의 공기청정기를 선택했다. 20만원대의 다른 공기청정기도 있었지만 굳이 이 제품을 선택한 이유는 제 값을 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고씨는 7만원 등록금을 내고 매달 1만9천원을 5년 동안 지불하는 렌탈 방식으로 결정했다.

렌탈 계약서를 작성하고 3월 29일 공기청정기를 방안에 설치했다. 그런데 고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서 본드와 유사한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고씨는 바로 A/S를 신청했다. 3월 31일 공기청정기를 설치했던 직원이 찾아왔다.

A/S기사는 "이 정도의 냄새는 모두 난다"면서 "필터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A/S기사는 필터 교환 후 냄새가 계속 날 경우 제품을 교환해 주겠다고 약속했고, 그날 담당 코디의 방문을 받았다.

코디가 필터를 모두 교체했지만 냄새는 여전했다. 결국 고씨는 4월 1일 W사에 내용 증명을 통해 해지통보를 했다.

W사 공기청정기 사용설명서를 살펴보면 제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나와 있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4개에 이르는 필터. 이 때문에 '탁월한 4단계 공기청정능력'을 지녔다고 안내서는 설명하고 있었다. 가장 안쪽에는 있는 탈취필터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특수 기능이 있다고 덧붙였다.

저온촉매 첨착 복합 탈취필터로 강력한 항균기능을 가지며, 가구 또는 음식물 조리시 발생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암모니아, 알데히드 등의 유해 화학물질과 담배 냄새, 동물 냄새 등을 흡착 제거한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고씨는 과장 광고에 속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용설명서는 담배 냄새, 동물 냄새 등을 흡착 제거한다고 했는데, 전혀 기능을 하고 있지 못하는 것 아닙니까. 외부 냄새를 제거하기는 커녕 오히려 자신이 냄새를 발생시키고, 그 냄새도 제거하지 못하면서 탈취 기능이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고씨는 대중화된 공기청정기가 과연 공인기관을 통해 안전기준에 대한 진단을 받았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분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가전제품보다 훨씬 엄격한 품질 기준이 필요하죠. 과연 W사가 자신들이 자랑하는 필터 성분에 대한 공인된 진단을 받았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공기청정기와 관련 2002년 1월부터 2003년 4월 10일까지 접수된 상담 건수는 모두 398건. 이 가운데 2003년 1월부터 4월10일까지 접수된 상담 사례는 154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46건 상담신고에 비해 무려 3배 이상 증가된 수치다. 공기청정기 시장이 커지면서 그 만큼 상담 건수도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상담 사례 가운데는 공기청정기가 탈취제거를 하지 못해 목이 아픈 증세를 보이거나 공기청정기 성능이 기대에 현저히 미치지 못해 해약을 문의해 오는 경우도 있었다.

W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 공기청정기는 2003년 2월 현재 29만대가 렌털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제품 하자와 관련 W사 관계자는 "공기청정기는 한국공기청정기협회의 검증을 거친 제품이기 때문에 안전하다"면서도 "자동차에도 리콜이 있는 것처럼 시중에 나와있는 제품이 100% 문제가 없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자가 있을 경우에는 소비자 입장에서 최대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공기청정기협회는 한국기계연구소에 의뢰해 △ 정격 풍량 △ 집진효율 △ 청정화 능력 △ 탈취효율 △ 소음 △ 오존 발생량 등 6개 항목에 걸쳐 성능을 검사해 CA(clean air)마크를 부여하고 있다. 한국공기청정기협회가 CA마크를 준 상품은 4개회사 6개 모델. 문제가 된 W회사의 모델도 포함돼 있다.

한국공기청정기협회 관계자는 "CA마크는 공인된 검사"라면서도 "제품에 하자가 있다면 직접 수거해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공기청정기능에 대한 공인규격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공인된 기관으로부터 기술인증을 받은 제품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는 상태다.  

공기청정기 시장 3000억원  

지난해 황사 이후 공기청정기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규모는 2000년 1100억원에서 2001년 1300억원, 2002년에는 2500억원 대까지 성장했고, 올해는 3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기청정기는 가전 3사 보다 전문업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내업체로는 웅진코웨이, 청풍, 샤프전자, JM글로벌, 위닉스, 청호나이스, 삼성전자(OEM방식), LG전자(OEM방식) 등이 있으며 벤타, 일렉트로룩스, 월풀, 플래스톤 등 일부 수입업체들도 시장에 진입해 있다.

삼성과 LG 등의 유명브랜드는 자사의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고, 중소업체 및 수입업체들은 대형할인점, 전자상가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웅진코웨이, 청호나이스, JM글로벌 등이 정수기 판매에 적용한 렌탈제도를 도입하면서 공기청정기 판매에 힘을 쏟고 있다. / 박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