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글] 작게 잃고 크게 벌어라

주식 시장이 ‘자본주의의 꽃’이라지만 쪽박을 찬 자의 비애가 서린 곳이기도 하다. 경제학자 케인스는 주식 투자를 하나의 게임에 비유한 바 있다. 자신의 패를 최대한 감추면서 상대방의 패를 읽어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주식 투자에서 돈 버는 비결은 무엇일까? 한 번도 잃지 않고 매번 따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이 세상 어디에도 주식 투자에서 승률 100%를 장담할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경기 불황과 저금리 시대에 주식 투자로 재산을 모을 방법을 찾아보자.

주식은 저축이 아니다:어느 증권 회사에서 경품을 걸고 주식 투자 퀴즈대회를 열었다. 출제된 문제 중 하나가 ‘조금씩 자주 버는 투자자가 있다. 5년 뒤의 결과는?’이었다. ① 큰 이익을 본다 ② 이익을 좀 챙긴다 ③ 별 이익이 없다 ④ 쪽박을 찬다. 이 중 당신은 몇 번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가? 사실 정답은 없다. 현실은 언제나 우리의 뒤통수를 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열에 아홉은 앞의 세 가지를 꼽는다. 그래서 대개 주식 투자에 실패한다. 대부분의 개미 투자자처럼 말이다. 나머지 한 명 ④번을 택한 자만이 돈을 번다. 사실 ④번을 택하는 사람은 고작해야 열의 하나가 아니라 백의 하나, 아니 천 명 중 한 명 있을까 말까이다.

조금씩 자주 버는데 웬 쪽박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습관화할 경우 작은 이익이 나면 서둘러 팔고, 손실이 날 때는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하는 ‘푼돈 조급증’에 걸리기 쉽다. 푼돈 조급증은 투자자들의 잘못된 고정 관념에서 비롯한다. 바로 ‘종목마다 조금씩 벌면 큰 돈이 된다’는 오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생각은 지극히 상식적일 수 있다. 빨간 돼지저금통에 100원, 200원 모아본 어린 시절 기억을 되새겨보라. 어느새 가득 차 목돈을 만지게 된 기쁨을 잊지 못할 것이다. 다시 말해 푼돈 모아 목돈이 된 셈이다. 그러나 주식 투자는 저축이 아니다. 작은 이익에 연연하면 목돈은 영원히 모이지 않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주식투자는 ‘승률 게임’이 아니라 ‘수익률 게임’이다:한 가지 더, 주식 투자에서 승률이 높아야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조금씩 자주 벌려고 하면 자연스레 승률에 집착하게 된다. 하지만 주식 투자는 ‘승률 게임’이 아니라 ‘수익률 게임’이다. 조금씩 자주 이익을 보는 것 자체는 별 의미가 없다. 그런데 이런 습관을 갖게 되면 결정적으로 두 가지 함정에 빠지기 쉽다. 첫째, 추세를 놓치기 쉽다. 주식 투자는 때가 왔을 때 실컷 먹고 물러날 줄 알아야 성공한다. 그러나 매수 종목이 조금만 올라도 빠질까 두려워 팔기 십상이다. 이때 큰 기회를 놓치는 일이 많다. 이런 습관을 가진 투자자들은 예외 없이 후회한다. 둘째, 이익에만 급급하다 보면 손실 관리가 안된다. 하락하는 국면에서 제때 손절매를 하지 못해 손실을 키우게 된다. 결국 그러다가 상승장에서 몇푼 벌다가 하락장에서 된통 당하기 십상이다.

주위에서 작은 이익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드물지 않게 본다. 조금씩 자주 이익을 보려는 것은 주가가 오르는 데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두려움이 바로 수익률을 악화시킨다. 이제 투자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조금씩 자주 벌려고 하지 말고 조금씩 자주 잃을 작정을 하라는 것. 그리고 주가가 오르는 동안은 두려워하지 말라. 상승을 느긋하게 즐긴 후 꺾일 때 팔아야 한다. <시사저널> 독자들은 앞으로 ‘조금씩 자주 이익을 보는 이의 5년 후는?’이라는 질문을 받으면 ‘반드시 쪽박을 찬다’고 대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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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제일은행 수신상품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