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자유인 버펫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투자가는 단연 워런 버핏(71)이다.

오로지 주식만으로 세계 제 2의 갑부(포브스지 2월28일자)가 된 버핏을 누군들 부러워하지 않을까. 그러나 버핏이 매력적인 이유는 돈이 많기 때문이 아니다.

뉴욕에서 2천Km 이상 떨어진 자신의 고향 내브래스카주 오마하를 거의 벗어나지 않는 그의 은둔자적 기질 때문이다. 한적한 도시에 앉아 욕망의 도가니라 할 수 있는 주식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꿰뚫는다 해서 '오마하의 현인(Oracle of Omaha)'이라고 불린다.

버핏은 자신이 운용하는 벅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 때나 얼굴을 내밀 뿐 거의 외부 접촉을 하지 않는다. 인터뷰도 극히 싫어해서 그와 만날 수 있는 기자는 없다. 언론에 나오는 그의 소식이란 주주에게 보내는 편지나 해서웨이의 투자 현황, 또는 버핏의 지인 등을 통한 간접적인 것에 불과하다.

이렇게 폐쇄적인 버핏이 웬일인지 투자 전문 케이블 TV인 CNBC-TV에 나타났다. 인터뷰는 미리 녹화돼 지난주 금요일과 이번 주 월요일, 화요일 3일에 걸쳐 TV에 방영됐다. 이 인터뷰에서 버핏은 자신의 일상 생활을 소개했다.

버핏은 1958년에 3만1500달러를 주고 구입한 오마하의 회색 벽돌 집에서 44년째 살고 있다. 그는 소도시의 오래된 집에서 "평범한 미국인과 별반 다를 바 없이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들과 같은 매트리스에서 잠을 자고 집을 10채씩 소유하는 것에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TV를 통해 프로 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 등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고 인터넷에서 카드놀이의 일종인 브리지를 즐기면서 한가하게 지내고 있다. 골프에 대해서는 "골프장 관리인(Greens Keeper)이 될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말로 반감을 드러냈다. 유일한 호사라면 전용 제트기를 타고 비행하는 정도다.

버핏의 남아있는 유일한 바람이라면 해서웨이를 잘 경영하는 것뿐이다. 그는 농담삼아 "죽은 뒤에도 몇 년간 더 해서웨이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버핏은 주주총회 때 자신의 후계자가 적혀 있는 봉투를 공개한 적이 있다. 안에 적힌 내용은 '내 맥박을 다시 한번 점검해보시오'였다. 자신의 일생을 통해 키워온 해서웨이에 대한 지극한 애착이 느껴진다.

그렇다면 350억 달러(약 45조 원)의 자산을 가지고도 소도시에 틀어박혀 TV 스포츠 경기나 보면서 소일하는 그에게 돈은 무슨 의미일까.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완전한 자유…나는 아무 것도 걱정하지 않는다."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서적인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서도 부자란 자유인이라고 밝혔다. 이 책은 언뜻 보기에는 부자가 되는 법을 가르치는 재테크 책인 듯 하지만 부자란 돈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 즉 돈에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철학을 바탕에 깔고 있다.

버핏이 지난해 해서웨이에서 받은 연봉은 10만 달러(약 1억3000만 원)였다. 그는 평생 1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아본 적이 없다. 부자가 된 것은 해서웨이의 가치가 올라 그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가격이 자연스레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의 상속인 명단에는 부인의 이름만 들어있을 뿐 3명의 자식 이름은 빠져 있다. 버핏은 재산의 99%를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다.

돈이 자유롭게 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돈이 많아도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버핏은 이런 돈은 많으나 부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돈에서 자유로운 진짜 부자가 되는 법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