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목.신희영 애널리스트

지주회사 어떻게 봐야 하나? - 대우증권 백운목 애널리스트 / 현대증권 신희영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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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에 음식료업체인 농심과 풀무원이 지주회사설립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농심이 분할결의 이후 3일 연속 주가가 상승한데 비해 풀무원은 발표다음날 하한가까지 떨어졌다. 잇따르는 지주회사 설립 발표 속에서 두 회사에 대한 증시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음식료를 담당하는 대우증권 백운목 애널리스트와 현대증권 신희영 애널리스트다.

▲ 최근 들어 지주회사 설립이 많아졌다. 어떻게 봐야 하는가?

대우증권 백운목 애널리스트(이하 백운목)=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경영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면서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경향이 있다. 경영권이 안정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지주회사하면, 대주주와 지주회사간의 거래를 통해 자금이 대주주에게 간다는 인식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경험적으로 지주회사는 시장에서 막연한 불안감을 느껴 주당순자산에서 30%정도 디스카운트 돼 왔다. 지금은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뉘고 복잡한 지분관계를 단순화한다는 쪽으로 인식이 개선되는 것 같다.

▲농심과 풀무원의 지주회사 발표 후 주가는 서로 반대의 길을 갔다. 또 애널리스트들도 투자의견이 상향에서 하향까지 엇갈렸다. 왜 그런가?

현대증권 신희영 애널리스트(이하 신희영)=농심은 인적분할(편집자 주: 인적분할은 존속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법인 주식을 나눠 갖는다. 신설회사와 존속회사의 주주가 분할 초기에는 동일하지만 주식거래 등을 통해 지분구조가 달라지므로 경제적으로 독립된 형태를 띤다)이고, 풀무원은 물적분할(편집자 주: 분리, 신설된 회사의 주식을 모회사가 전부 소유하는 기업분할 방식이며 기존 회사가 분할될 사업부를 자회사 형태로 보유하므로 자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계속 유지한다)이다.

농심의 경우 다른 사업회사는 떨어져나가고, 지주회사가 투자를 다 담당하게 돼 지주회사가 시장에서 디스카운트 되더라도 사업회사가 있기 때문에 주주들에게 선택권이 남아있다. 그러나 풀무원의 경우 상장된 회사가 한곳이기 때문에 다른 자회사의 사업이 안 좋아지면 풀무원이 모두 감당해야 하는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컸다. 또 대주주가 현재 100%지분을 갖고 있는 풀무원샘물, 풀무원테크를 풀무원에 현물출자하면서 주식스왑이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면서, 이과정에서 대주주에게는 이익이, 소액주주의 이익은 훼손되지 않겠느냐는 불안감이 주가하락에 크게 작용했다.

풀무원 측에서는 기업 IR등을 통해 이렇게 설명했다. 인적분할로 지주회사, 사업회사가 상장되고 이후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지분 100%를 소유하지 못한다면 지주회사와 자회사간의 의견차이가 있을 수 있는 위험을 지적했다. 사업의 통일성을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백운목=농심은 지주회사와 사업자회사로 나뉘는 순수 지주회사이고, 풀무원은 지주회사의 사업부분이 분할되면서 다시 지주회사가 사업의 손익을 반영하는 사업지주회사다. 지금까지 지주회사라고 하면 농심 같은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세아홀딩스, 동원산업, LG 등이 모두 농심과 비슷한 경우다.

또 보통 지주회사를 발표할 때 구체적인 사항이 바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일단 불확실성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따라서 애널리스트의 평가도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 두 회사는 왜 지주회사구조를 선택했나?

백운목=농심그룹은 자산 2조원의 대규모집단이 되기 때문에 상호출자나 상호지급보증을 해소해야 하는 현안이 있다. 상호출자지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주식스왑, 지주회사설립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비용문제를 고려해 지주회사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또 롯데그룹과 마찬가지로 1세에서 2세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과정에 있기도 하다.

이와 함께 투자사업부문만을 전담하는 순수지주회사로 설립함으로써 각 사업부문이 독립적으로 고유사업에 전념토록 하고 사업부문별로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려는 의도도 있다. 이렇게 되면 주력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다.

신희영=풀무원 같은 경우는 당장 지주회사로 가지 않아도 농심처럼 문제될 것은 없다. 대주주는 풀무원 창립멤버로 풀무원을 지주회사로 만들어 풀무원 브랜드의 시너지효과, 브랜드통합의 극대화를 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주주가 오래 전부터 갖고있던 구상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크게 불신을 받았다.

▲SK사태처럼 이번에도 비상장 주식에 대한 가치평가가 문제가 되고 있다.

백운목=그렇다. 지주회사 발표하면 항상 그게 문제가 됐다. 비상장회사를 지주회사에 편입할 때 (편집자 주: 지주회사 설립시 지주사는 상장자회사의 지분 30%, 비상장사의 지분 50%를 확보해야 한다) 이에 대한 가치를 판단하는 게 문제다. 과거 이 과정에서 지주회사가 대주주의 지분을 비싸게 사준다거나, 대주주는 지주회사의 지분을 싸게 사는 등의 사례가 있었다.

적당한 가치란 이것이다고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시장에서 인내할 수 있는 수준이냐 아니냐로 파악해야 할 것 같다. "그 정도면 적당하다"는 여론을 얻는 게 중요하다. SK사건에서는 그런 시장의 동의를 얻지 못한 것으로 봐야 한다.

▲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주회사 구도 이후 농심과 풀무원을 어떻게 봐야 할까?

백운목=일단 지분이 복잡한 회사는 지주회사를 통해 지분구조가 단순화되는 이점이 있다. 투자자들이 보기에는 복잡하던 지분거래가 투명해지기 때문이다. 지주회사체제로 가면 사업회사는 더 좋아지게 된다. 농심의 경우 2000년 골프장건립으로 주주들의 반발을 샀으나 앞으로 이 같은 사업에 대한 투자는 지주회사인 농심홀딩스가 담당할 것이다. 농심은 주력사업에만 치중하면 된다. 무수익자산(계열사 지분)도 떨어져 나가 신설되는 사업자회사 농심의 자산 효율성은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경영의 효율성은 장기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또 배당이 늘어날 전망이다. 지주회사는 사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사업 자회사들의 배당으로 자금을 확보해 투자를 하게 된다. 이어서 지주회사는 대주주에게 배당을 해야 된다. 이 때문에 사업자회사, 지주회사 모두 배당이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농심의 경우 현재 주가가 높기 때문에 배당성향은 그리 높진 않을 것이다.

농심은 분할전 2003년 주당순이익이 1만3000원 정도인데 분할 후에는 1만5000원대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농심홀딩스는 투자사업만 하는 지주회사로 불확실성은 계속 남을 것이다.

신희영=풀무원은 이미 지주회사 발표로 주가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에 회사가 빨리 대응해줬다. 풀무원측이 비상장회사인 풀무원테크와 풀무원샘물에 대한 현물출자 시기 및 비상장 회사의 평가 방법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방법이 확보될 때까지 회사간 현물출자 또는 합병 등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힌 것이다. 시장에서 원하는걸 빨리 받아준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제는 풀무원은 실적 등 펀더멘털로 평가받을 것이다.

농심의 경우 지금까지 시장반응으로 봐서는 딜(deal)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대주주한테도 좋고 소액주주도 좋은 '윈윈게임'이라는 반응들이다. 농심의 경우 현금 950억원을 농심홀딩스에 양도함에 따라 이자수익 및 지분법이익, 배당금수익 감소액이 줄어들지만 분할로 인해 주식수가 24.5%감소하므로 주당가치는 상승한다. 농심의 2002년 배당액은 주당 1500원으로 배당성향이 13%였으나 향후 음식료 평균 수준인 20%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부정적인 면으로는 분할 이후 농심홀딩스가 지주회사 요건충족을 위해 자회사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여야 하며 이 과정에서 비상장주식인 태경농산 및 농심 엔지니어링을 대주주로부터 현금매입 하거나 현물출자 받을 시 적정주가 평가를 둘러싼 논란 이 있을 수 있는 점이다.

▲ 새정부에서 지주회사 설립을 긍정평가하고 있는데 앞으로 전망은 어떤가. 지주회사 설립 요건을 놓고 재계와 시민단체에서는 강화냐 완화냐를 놓고 말들도 많다.

백운목=요건에 대해서 뭐라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현재 상태의 지주회사 요건으로는 지주회사 설립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상장회사의 지분 30%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특히 지금은 주가가 낮은 편이지만, 주가가 오를 경우 이 같은 자금을 갖는 것이 어디 쉽겠는가.

서정아 머니투데이 팀장 / seoa@money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