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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헌재 부총리의 펀드 복기(復棋)

04.02/16
김민국
이헌재 부총리의 펀드 복기(復棋)


바둑에는 복기(復棋)라는 독특한 절차가 있다.


바둑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복기라는 단어를 한두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복기란 한 판을 두고 난 다음, 다시 처음부터 그대로 두어 보는 과정을 일컫는 바둑 용어이다. 패배한 사람이 언짢은 기분상태에서 진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둔다는 것은 상당한 참을성을 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기를 하는 이유는 진 게임을 다시 둬보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복기가 필요한 것은 비단 바둑만이 아니다. 세상 모든 일에 있어, 특히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일이 무산되었을 때 복기는 소중한 교훈을 준다. 뜻대로 추진되지 않았던 일에 대해 단지 운이 좋지 않았을 뿐이라고 하면서 자위하는 사람에 비해 자신의 실수를 되짚어보는 사람은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


이헌재씨가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경제부총리 자리에 올랐다. 최근 몇달 동안 이헌재씨는 신문의 금융면을 장식하며 수많은 화제를 낳았다. 그 화제의 대부분은 경제부총리 후보가 아닌‘사모펀드의 펀드매니저’로서였다. 그는 일명 이헌재 펀드로 불리우는 3조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출범시키고, 우리금융지주회사를 비롯한 정부소유의 금융기관 민영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가 경제부총리에 오르면서 이헌재 펀드는 공식적으로 백지화됐다. 그는 한국의 금융구조조정을 주도했던 국제적 금융인이기도 하기에 그가 주도하는 사모펀드의 무산은 많은 사람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비록 이헌재씨가 추진하던 사모펀드가 결과적으로 무산되긴 했지만, 과연 사모펀드로 우리금융지주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가능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사모펀드 추진 과정은 과거의 경제부총리 이헌재가 아닌 자연인 이헌재였다면 편법시비를 낳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헌재 펀드의 무산은 단순히 한 개인의 야심찬 계획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 순수 토종 금융자본이 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무너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추후 토종 사모펀드의 출현과 한국의 금융경쟁력의 강화라는 측면에서도 이헌재 펀드의 시작과 끝은 복기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이헌재 펀드가 과연 투자자의 돈을 모을 수 있었을까?


여기서 가장 큰 걸림돌은 공공성과 수익성의 충돌 가능성이다. 돈은 매우 똑똑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극대화될 수 있는 곳으로 흘러 들어가게 마련이다. 과연 투자자에게 우리금융지주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투자처가 매력적일까. 투자자들은 배당이든, 시세차익이든 펀드의 투자회수기간이 긴 만큼 평균이상의 수익률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우리금융지주회사를 토종자본이라는 명목으로 인수한다면 수익성보다는 공공성에 치우치기 쉽다. 외국계 자본이 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란이 일었던 것은 그들이 금융시장의 안정이라는 공공성보다는 개별 기업으로서의 수익성을 중시하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외국계 펀드는 대기업의 부실처리나 카드문제 등의 대처에 있어 철저히 개별은행의 수익성만을 고집했고, 결과적으로 은행에 투자한 외국계 펀드는 실익을 챙겼다.


하지만 이헌재 펀드가 우리은행을 인수해서 금융시장의 안정 쪽에 촛점을 맞춘 경영을 한다면 펀드의 수익률이 떨어지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펀드의 출범자체가 은행을 외국계에 무작정 넘길 수 없다는 명분이 다분히 공공성에 치우쳐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수익성 측면에서 매력을 느끼기 힘들었을 것이다.


또한 이헌재 펀드가 지속가능한 펀드였는지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당장 이헌재씨가 경제부총리로 입각하면서 펀드는 완전 백지화됐다. 어찌 보면 다행일수도 있다. 만약 투자금액을 다 모으고, 우리금융지주회사인수가 진행되는 상황이나 혹은 인수가 끝난 상황에서 이헌재씨가 입각했다면 정말 문제가 심각했을 수도 있다. 그 상태라면 펀드의 존폐 여부가 투자자들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이헌재 개인의 거취가 펀드의 존폐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에게 큰 리스크였을 것이고, 그런 우려가 이번에 현실화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또 이헌재씨가 밝힌 대로 이헌재 펀드가 일시적으로 국유화된 금융기관의 민영화를 위해 전략적 투자자를 찾아주기 위해 만든 펀드라면 그 역할이 끝나면 바로 소멸될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지속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펀드가 아니라 특정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펀드의 생명력은 매우 짧다. 수십년동안의 장기적인 수익성을 바라보고 운영되는 외국계 대형펀드에 비해 생명력이 짧다는 것은 경쟁력 측면에서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리고 설령 투자금이 다 모였더라도 현실적으로 우리금융 지주회사를 인수할 수 있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든다. 이헌재씨가 우리금융 지주회사를 인수할 때 여러 개의 자(子)펀드를 둔 사모M&A펀드와, 직접투자, 은행특정금전신탁 등을 동원한다고 했는데, 이는 한 주체당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이 4%로 제한되어 있어 한 주체로는 의미 있는 지분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돈을 여러 펀드와 투자주체로 쪼개서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의결권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은 원래 입법 취지에도 맞지 않아 결과적으로 편법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또한 향후 지분을 매각하고 투자금을 회수할 때도 어떤 주체가 우선적으로 매각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틀림없이 내부 논란이 있을 것이다. 또한 은행경영과 관련한 중요 이슈가 터졌을 때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투자 주체들이 끝까지 한 방향으로 움직였을지도 미지수다.


한국 금융의 국제경쟁력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물론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하는 대형 금융자본의 부재, 뚜렷한 투자철학과 소신을 가진 자산운용기관의 부재는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단순히 방어적인 개념에서 국내은행인수를 검토하는 정도가 아니라 외국은행이나 다국적 기업을 인수할 수도 있고, 거기서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적극적인 개념의 토종펀드가 나와주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쟁력 있는 토종펀드가 나올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하나씩 만들어가야 할 과제가 이헌재 신임 경제부총리에게 주어졌다.


이헌재씨는 본인이 직접 사모펀드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 이헌재 펀드가 날개를 펴보지도 못하고 무산된 것은 분명 아쉬운 일이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헌재 펀드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모펀드운영과 관련된 법적, 제도적 환경이 미비된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이헌재씨가 개인적인 꿈은 접었지만, 경제부총리로서 우리나라의 금융경쟁력을 더욱 강력하게 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갖게 된 것은 국민들에게는 분명 행운이다.


김민국 / VIP투자자문 대표
kim@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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